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일부 남성 네티즌들이 영화배우 이준기씨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왕의 남자>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씨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CF에 출연해 또 다시 여성적인(?) 매력을 과시하자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인 감정을 노출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 꽃미남, 크로스섹슈얼 등의 코드로 분석되며 예쁜 남자 붐을 일으킨 이준기 신드롬이 '이준기 안티 신드롬'으로 변질된 인상까지 들 정도. 남성들이 이씨를 싫어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준기씨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혐오는 극단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남성 네티즌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뉴스에서 이씨 관련 기사가 뜨면 집단적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있다. "여자가 못 돼 안달이 난 X", "머리빨(헤어스타일)로 뜬 X", "남자랑 사귈 인간" 등의 거친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준기 안티를 자처하며 블로그와 카페를 개설하는 네티즌도 늘고 있다.

이렇게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숨에 인기스타 자리에 오른 한 연예인에 대한 유아적인 질투심으로 해석하면 그만일까. 단순히 질투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현빈, 강동원, 천정명씨 등은 이런 극단적인 질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에 대한 혐오의 밑바탕에는 마초들의 무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남성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집단적인 혐오로 노출하고 있다는 것.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남성이면 누구나 저절로 얻게 되는 남성다운 권력과 지위는 그냥 가만히 두면 안전하게 지켜지는 것이지만, 이준기씨가 영화를 통해 그러한 남성성을 뒤흔들고 훼손하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남성들이 혐오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남성다운 것에 대한 집착'은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도 노출된다. 트랜스젠더 가수 하리수씨도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리수 형 왜 그랬어, 예전엔 안 그랬잖아"라는 식의 조롱을 받고 있다. 남성다운 권력을 포기하고 스스로 여성의 역할을 자처한 트랜스젠더를 비판하는 것은 일종의 남성성에 대한 집착으로 분석된다.

CF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의 경우는 좀 더 다층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이 CF는 '여자보다 예쁜 남자 이준기'라는 컨셉트를 극대화해 성공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 CF의 음료는 발매 한 달 만에 매출 100억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CF에 극단적인 혐오감을 내비치는 남성들도 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이 CF가 또 다른 형태의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도 이렇게 예쁜데 여자도 예뻐야 한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한 음료광고에 출연한 이준기씨. 이 광고에 대해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예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식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자도 이렇게 예쁜데 여자도 예뻐야 한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한 음료광고에 출연한 이준기씨. 이 광고에 대해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예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식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 우먼타임스
한채윤씨는 "이 CF는 '남자가 이렇게 예쁜데 여자도 예뻐야 되지 않느냐'라고 강조한다"면서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식의 외모에 따른 차별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또 다른 형태의 외모지상주의가 진하게 배어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여성 안의 남성적인 것, 남성 안의 여성적인 것, 양성의 가능성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21세기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메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등의 대중문화 코드도 그 흐름의 한 지류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성적인 혹은 중성적인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한 남자배우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혐오는 그 흐름의 바깥을 여전히 맴돌고 있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