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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장터에서 싱싱한 미더덕을 맛볼 수 있다.
먹거리장터에서 싱싱한 미더덕을 맛볼 수 있다. ⓒ 김정수
마산시 진동면 광암항에서 '2006 마산진동 불꽃낙화 & 미더덕·오만둥이 축제'가 2006년 4월 7~9일까지 3일간 펼쳐졌다.

예전에 미더덕축제는 4월에, 불꽃낙화축제는 석가탄신일에 열렸지만 이번에 통합축제로 처음 열리는 터라 무척 기대가 되었다.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진동 미더덕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진동 미더덕 ⓒ 김정수
필자는 토요일인 8일 밤에 찾아갔으나, 진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가 너무 막히는 바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꽃낙화가 다 꺼진 뒤였다. 그래서 일요일인 9일 함안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렀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필자의 애마는 주행거리 30만km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여행작가로 들어선 1999년에 6만km였으니, 여행작가 이후에만 24만km를 달린 것이다.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일품인 미더덕찜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일품인 미더덕찜 ⓒ 김정수
오후 5시경에 도착했는데 한창 축제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먹거리 장터에서는 미더덕을 손질하는 아줌마의 손놀림이 바쁘게 돌아간다. 손질한 미더덕은 미더덕전, 미더덕회무침, 미더덕찜 등으로 요리되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오만둥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1kg에 5천 원에 비닐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코너만 만날 수 있어 다소 아쉬웠다.

마산특산물코너에도 호접란과 새송이버섯, 가고파 고향쌀만 보일 뿐, 파프리카, 장미 등은 사진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먹거리장터도 미더덕이나 마산특산품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고, 별다른 특징이 없는 편성이다.

봄의 입맛을 살리는 미더덕회무침
봄의 입맛을 살리는 미더덕회무침 ⓒ 김정수
특별한 전시행사가 없다 보니 불꽃낙화가 시작될 때까지 볼거리가 다소 빈약하다. 뒤이어 각설이공연, 미더덕아지매 선발대회 등이 열려 관광객들을 즐겁게 했다.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저녁을 먹으며 기다릴까 하고 식당을 알아보는 사이 연기가 피어오른다.

원래 오후 8시에 불꽃낙화를 시작하기로 계획되었으나 7시 15분경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토요일인 어제는 바다 위로도 불꽃낙화가 떨어지도록 설치했는데, 오늘은 광암항의 육지 위로만 떨어지도록 불꽃낙화가 설치되어 있다. 부랴부랴 차로 다시 가서 삼각대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서 우산도 함께 챙겼다.

미더덕아지매 선발대회에 참가한 진동면의 아줌마들
미더덕아지매 선발대회에 참가한 진동면의 아줌마들 ⓒ 김정수
그런데 불꽃낙화가 펼쳐지는 가운데 여전히 주변은 환하다. 최소한 가로등은 꺼야할텐데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으며, 먹거리장터의 불빛이며, 진동가요제가 펼쳐지는 무대에서도 현란한 조명이 계속 불을 밝히고 있다. 그 때문에 불꽃낙화의 아름다움이 한결 덜하다.

1,800년 전부터 내려오던 유서깊은 진동 불꽃낙화는 현대에 와서 화려한 조명들에 묻혀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 가요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불꽃낙화가 함께 펼쳐지는 것도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준다. 더군다나 불꽃낙화가 펼쳐지는 사각형의 4방향 모두에 먹거리장터가 펼쳐져 있어서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불꽃낙화가 떨어지고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불꽃낙화가 떨어지고 있다 ⓒ 김정수
최소한 한 방향 정도는 사진촬영을 위해 비워두어야 전경 촬영 등 다양한 각도에서 찍을 수 있는데 불꽃낙화와 1m의 여유조차 없이 좌판이 펼쳐져 있기도 하다. 먹거리장터의 전등에는 전등갓을 씌워 불빛이 불꽃낙화가 펼쳐지는 곳으로 비치지 않도록 했다면 좀 더 멋진 광경과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눈이 내리는 모습보다, 봄날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보다 압권이다. 하지만 주변의 너무 밝은 조명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메라에 담기에는 더욱 악조건이다.

진동 불꽃낙화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진동 불꽃낙화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김정수
거기다 빗줄기가 굵어지며 제법 많은 비를 뿌린다. 삼각대를 세우고, 셔터 릴리스를 이용해서 촬영에 들어갔다. 카메라 렌즈가 빗방울이 생기지 않도록 우산까지 들고 있자니 곤혹스럽다. 그런데 우산 위로 구멍이 뚫리면서 까만 하늘이 보인다. 땅으로 떨어지는 불꽃의 열기가 우산에 닿으면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작년에는 점퍼에 구멍이 생겨서 옷을 버렸는데, 이번에는 우산이 엉망이 되었다.

수시로 물방울이 맺힌 렌즈를 닦으며 촬영을 했다. 이래저래 최악의 여건이라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촬영하느라 땀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이 그것도 모르고 불 아래를 걸어다니며 사진촬영에 열중이다. 이런 곳은 비싼 옷이나 모자는 가져오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불꽃이 떨어지는 아래로 걸어다니는 게 재미있는지 막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다.

점점 빗줄기는 굵어지고, 불꽃낙화는 서서히 약해져서 불꽃의 아름다움이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 축제행사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마산관광호텔 발코니 앞 바닷가에 갈매기가 날고 있다
마산관광호텔 발코니 앞 바닷가에 갈매기가 날고 있다 ⓒ 김정수
불꽃낙화는 안동에서 열리는 선유줄불놀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낙동강 위로 줄을 걸쳐 떨어지는데, 필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속놀이로 꼽는 행사다. 진동 불꽃낙화도 선유줄불놀이나, 밤에 펼쳐지는 행사인 남강유등축제, 루미나리에 같은 행사를 벤치마킹해 제대로 한다면 전국적인 축제로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치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민의 신문, 유포터뉴스, 한겨레, 뉴스와이어, KBS코리아넷, 국제신문, 시골아이, CNB뉴스에도 보냅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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