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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표지 ⓒ 해냄
요즘 소비자들은 기능만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개인적 취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 약간 비싸지더라도 개인적인 기호를 좀 더 만족시키는 것을 선택한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제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새롭고 더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큰 고민 없이 지갑을 연다. 고장 나지 않게 아껴서 오래오래 쓰던 일들은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른바 감성 소비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의식주로 대표되는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보장되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80%의 이성과 20%의 감성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80%의 감성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가득 찬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 선에서 바동거리고 있지만,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한국은 2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최근 조사도 있다. 소비자 측면이 아닌 기업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소비 행태를 잘 분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감성 트렌드>는 바로 이런 현상에 관한 분석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직접적으로 제품을 소개하지 않는 광고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KT&G 경우 담배나 인삼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유사하게 KTF사의 경우에도 마치 공익광고 같은 광고로 일관하고 있다.

이 책 1장에서는 이렇듯 감성 가치 창조에 성공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표적인 업체들의 서비스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서는 이런 감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분석이 빈약해 보이는 곳도 있고, 감성 기업을 향한 방법들이 비전문가가 봤을 때는, 일반론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과 <남극일기>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도 썩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 소비 시장에서 성공해보고자 한다면 일단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로 책은 채워져 있다. 물론 성공이 기준이 아니라,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면, 자연스레 알게 될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고객 위주로 생각해 온 기업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다음 세대의 소비 시장으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다.

감성 소비 시장과는 다소 무관하게 살고 있는, 일개 소비자의 시각으로 이 책을 읽은 후 얻은 느낌은 책이 의도한 바와 좀 다르다.

요즘 소비 세태를 잘 표현하는 말 중에 ‘지름신’이란 단어가 있다. 본디 어원으로 추정되는 ‘지르다’에서는 ‘도박이나 내기 등에 돈이나 물건을 걸다’는 뜻이 가장 가깝고, ‘저지르다’를 어원으로 보는 경우 ‘뒷감당도 못할 일을 저지르다’가 가장 가까운 뜻일 듯싶다.

이런 지름의 대상은 비단 필요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새롭고 좋아 보이고 자신에게 특별한 느낌을 줄 수만 있으면 된다. 개인적 기호에 맞는 제품을 본 소비자에게 지름신은 어느 때고 ‘질러라’고 외친다. 비슷한 기능의 물건이 이미 있어도, 약간 디자인이 바뀌고 새로워 보여 ‘내’ 마음에 ‘쏙’ 들면, 약간의 고민 끝에 새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젊은 세대의 경우 휴대폰이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아닐까? 비단 비싼 제품만이 대상은 아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형태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뭔가 특별한 느낌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하면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이런 소비 행태가 감성(感性)이란 듣기 좋은 말로 치장된 듯하다. 감성이란 단어는 언제부턴가 친숙해졌다. 감성공학, 감성지수.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성을 중시하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소비 행태에 있어서 감성(感性)이란 말은 이기(利己)의 다른 말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왜일까?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일단은 자신이 넉넉해져야 비로소 베풀 수 있다는 뜻이다. 혹은, 먹을 것, 입을 것이 넉넉해지면,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베풀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뚤어진 감성이 소비자를 지배하고, 지름신이 횡행하는 한, 인심이 나올 곳간은 없지 않을까? 개인적인 기호 혹은 욕심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듯 우리나라는 감성 소비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다는 것은 이런 사실의 반증이 아닐까? 2년도 채 쓰지 않은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꿀 만큼 개인적 곳간은 넉넉하지만, 주위에 베풀 인심이 나올 곳간은 넉넉하지 못하다.

사회의 양극화와 이에 따른 소비 행태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부유한 소비자들이 끝도 없는 감성 소비를 해대는 동안, 다른 한 곳의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만족시키지도 못하고 있으며 이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감성 소비 시대로는 접어들었지만,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진정한 감성 시대는 요원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새로운 비즈니스 지도: 감성 트렌드 | 김영한 지음 | 해냄 | 2006


감성 트렌드 - 새로운 비즈니스 지도

김영한 지음, 해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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