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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시간 "아이, 정말 졸려"
ⓒ 이경국

요즘 청소년들의 흡연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니 사회문제라기보다는 이제 방관에 가깝다. 길에서 교복을 입고 자신있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다. 그냥 "세상 참 좋아졌네!" 하고 한탄조로 읊조릴 뿐이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담배를 이렇게 내놓고 피우는 청소년들은 드물었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흡연이 어른들의 눈에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로 확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느 통계에 보면 흡연 경험이 있거나 흡연을 하고 있는 학생이 전체의 77%라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다. 10명 중 8명은 담배를 경험했거나 한다는 것이다.

흡연의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이다. 인터넷사이트에 가보면 "초등학교 3학년이 담배를 피워서 버릇이 없어 보였다"는 자칭 '고등학교 흡연가'의 비판이 실릴 정도니…. 그것이 설령 거짓일지라도 그만큼 연령이 낮아졌는 것은 사실이다.

각 학교는 흡연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 고심하고 있다. 한두번 적발되어 계도로 끝나서 해결될 일이라면 모를까, 흡연은 누구나 알다시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적발해도 마땅한 대처법이 없다.

학교는 대부분 다음의 과정으로 학생들의 흡연예방을 지도한다. 1회 경고, 2회 교내봉사, 3회 금연학교 교육 이수, 이후 적발시 징계 및 제적.

군포시매화종합사회복지관(관장 정수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5년 말 학교사회복지 욕구조사 중에서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교와 교사가 "금연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이러한 지역사회 학교의 욕구를 바탕으로 군포시매화종합사회복지관은 금연학교 프로그램을 계획, 2006년 4월부터 실시하게 된다. 단순한 영상교육 및 이론교육으로는 금연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 몇가지 특징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금연을 돕게 된다. 이른바 '놀면서 배우는 금연'이 그 주제다.

직·간접 흡연 시연 '백문이 불여일견' 진지해지는 얼굴들.
ⓒ 이경국
어슬렁어슬렁 의욕없던 학생들이 어느새

매월 2·4주는 학생 자율휴업제가 실시되는 날이다. 따라서 학교는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휴식한다. 학교에 갈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날이다. 이런 날에 운나쁘게 흡연하다 적발되어 금연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과연 기분좋게 교육받을 학생이 몇이나 있을까?

군포시 매화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 주말 금연학교에 온 네 명의 중고생들의 표정도 그리 밝지는 않다. 주중에 와도 인상을 풀까 말까 한데, 잠을 한참 자고 있을 오전 9시에 학교도 아닌 복지관에 온다는 것은 참 고역이다.

어슬렁어슬렁 의욕없이 걸어오는 것이 마치 전쟁에서 지고 온 패잔병들 같다. 복지관 앞에서 처음 지도자를 보고는 "저기요, 담배 피우다 걸려서 왔는데요"라고 하며 반쯤 풀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10시 개강식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함께 온 학생이 보인다. 어머니도 심각한 얼굴이다. 당신의 자녀가 담배를 피워서 금연학교에 온다는 것이 썩 좋지는 않은 듯 하다. 예상대로 한 명이 아무 말없이 결석을 했다. 핑계로는 아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안 올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6시간 과정인데, 이들에게는 아마도 60시간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친화의 시간 서로를 알자!
ⓒ 이경국
첫번째 과정 이론교육. 담배의 정의, 담배가 우리에게 미치는 해악 등을 파워포인트로 보고 다양한 실습기자재로 담배를 피우면 우리의 몸이 어떻게 되는지에 배워본다.

이론교육 때는 풀려있던 눈이 금연인형을 활용한 실제 교육에서는 동그랗게 그 형태를 잡아간다. "와!" "어라!" "신기하다." 연신 탄성이 나오는 것을 보니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딱 맞는 듯하다. 직간접흡연 시연, 흡연했을 때 폐가 어떻게 변하는지, 임산부가 흡연했을 때 태아의 반응 등을 보면서 흐트러진 자세도 교정되고, 진지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두번째 시간은 그룹별 활동 시간이다. 서로 별명도 지어보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도대체 이게 무슨 금연교육인가 의심을 한다. 1시간 30분 내내 서로의 장단점, 특징 등을 교류한다. 재미있기는 재미있다. 연신 웃으며 박수를 치고 즐거워한다. 진지하기는 또 얼마나 진지한가. 금연교육이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어느 새 시간이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제는 제법 떠들기도 하고, 담배를 언제부터 피웠는지, 지금은 얼마나 피웠는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아도 이야기한다. 지도자들 역시 그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고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친다. 긴장이 많이 풀어진다.

첫날 평가를 해보니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처음에는 귀찮았는데 재밌다는 반응이다. 모두 일요일에도 일찍 나오겠다고 한다. 아침에 올 때와는 표정이 정반대다. 하루 이틀 안에 효과를 안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표정으로 봐서는 긍정적이다.

"한 대 피우면 한끼 굶겠다+일주일 동안 집에서 안 나간다"

금연방법 찾기 담배로 인해 내 몸은 이렇게~~
ⓒ 이경국
일요일 아침. 9시 30분도 안됐는데 어제 안 왔던 학생까지 5명이 자리에 앉아있다. 아무래도 같은 학교 친구인 '화끈 네일아트(별명)'학생이 전화를 한 듯싶다. 2일차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시간은 감정카드·스트레스 테스트·니코틴 의존도 검사를 해보고, 흡연으로 인하여 자신의 신체 중 어느 부분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하는 지 신체그림에 색칠하는 시간, 금단증상을 적어보고 이에 적당한 금연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야말로 완전히 놀이 형태의 프로그램이 지속된다. 누구 하나 자리를 뜨거나 귀찮아 하는 사람이 없다. 지도자 5명과 참여자 5명이 그 시간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점점 진지해지고 솔직해진다. 금연에 대해서도 동기가 생기는지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

"진짜일까? 저렇게 되나? 신기하다."

니코틴 의존도가 자신들이 생각한 것처럼 결과가 나오자 신기한 듯한 반응이 나온다.

마지막 시간은 금연서약이다. 수동적인 반성문에서 능동적인 반성문으로 변화를 꾀해보았다. 만약 금연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할까? 처벌에 익숙한 아이들은 으레 벌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막상 스스로 받을 벌을 생각하라고 하니 고민이 많다.

약한 것을 적자니 체면이 안 서고 강한 것을 적자니 이 또한 지키기 힘드니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호떡(별명)' 학생은 담배를 피우면 밥을 한 끼 안 먹는다고 적었는데, 조금 부족했는지 그 밑에 일주일 동안 집에서 안 나간다고 부연 약속까지 한다. 표정에 진실이 깃들어 보인다.

흡연으로 걸린 것이 아직도 억울하다고 하지만 반성의 기미도 보이고 끊을 것이라고 다부지게 약속하는 것을 보면, 이번 프로그램의 효과가 크긴 컸던 모양이다.

수료식 시간. 평가지를 적는데, 대부분 문제를 읽고 거침없이 표시한다. 머뭇거리거나 허술하게 쓰는 것이 대부분의 행동인데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객관식도 주관식도 제법 쓴다.

복지관 부장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수료증을 줄 때도 어찌되었든 '상'을 받는 느낌인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일종의 성취욕이다.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워 보인다. 정말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이렇게 다를까? 큰 소리로 인사도 하고, 지도자들과 6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담배를 끊기 위한 전화통화를 열심히 하겠다고 자신있게 약속하고 간다.

금연서약서 "다시는 피우지 말아야지요!!"
ⓒ 이경국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의 2배

금연교육 지도자들이 기대한 것은 학생들이 보인 반응의 절반 정도였다.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고, 이틀간의 과정에 충실하기만 기대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이상이다. 진지했고 진실했으며 능동적이었다.

프로그램 종료 후 지도자들의 평가시간, 내용이나 반응이 좋았는지 프로그램의 평가가 다양하게 나온다.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평가부터 프로그램 진행상의 문제점 등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데 지도자 역시 진지하다. 1시 10분에 시작된 평가가 3시가 다 되어서야 끝난다.

첫 테이프를 잘 끊은 듯하다. 다음 2회 교육이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매화종합사회복지관의 특별한 금연교육이 학생들의 건전한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반응이다.

덧붙이는 글 | 금연학교는 매월 2·4주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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