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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게시판과 승강기 벽마다 내걸린 반상회 개최 안내문. 이것으로도 모자라 여러 번 참석을 독려하는 안내방송까지 하였습니다. 세들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집주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말도 못 꺼냅니다. 과연 집주인이라는 이유로 세입자들의 아픈 가슴을 이렇게 사정없이 찔러도 되는 것일까요?
아파트 게시판과 승강기 벽마다 내걸린 반상회 개최 안내문. 이것으로도 모자라 여러 번 참석을 독려하는 안내방송까지 하였습니다. 세들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집주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말도 못 꺼냅니다. 과연 집주인이라는 이유로 세입자들의 아픈 가슴을 이렇게 사정없이 찔러도 되는 것일까요? ⓒ 김형태
지난 3월 30일.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와 6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담보대출 축소를 골자로 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명 3.3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그 영향으로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잠시 잠깐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가 지난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아파트 값이 오히려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정부는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대책 위에 또 다른 대책을 연거푸 쏟아내고 있지만, 일부 부녀회와 반상회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을 올리려는 사람들에게는 백약이 무효인가 봅니다.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어가는 일부 부녀회와 반상회의 투기 심리를 과연 정부가 느림보 거북이걸음으로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동화처럼 현실에서도 과연 거북이가 토끼를 따돌리고 승리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아파트값의 진원지 강남과 목동 아파트값은 언제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까요?
대한민국 아파트값의 진원지 강남과 목동 아파트값은 언제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까요? ⓒ 김형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50평형의 최근 매매호가 동향을 보면, 3.30대책 이전엔 한주간 1천만원에서 2천만원대씩 오름세를 보였는데, 3.30대책이후에는 한주 새 무려 1억 8000만원이나 껑충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 미도맨션 56평형의 경우에도 한주 전보다 무려 2억원이 올랐고, 대치동 롯데캐슬 33평형도 지난주보다 1억원 가까이 호가가 급등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뒤질세라 목동아파트 값도 다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그러자 주변 아파트들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며 부녀회와 반상회를 통해 너도나도 아파트값을 올리자고 법석들입니다.

물론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 규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의 확신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하지만,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값 오름세는 누가 뭐래도 상식적인 현상이 아닌 국민 다수를 불행하게 만드는 괴현상이자 병리현상입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왜 정부만 모르고 있을까요?
강남권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왜 정부만 모르고 있을까요? ⓒ 김형태
'강남불패'라는 말에도 보듯 아파트값 급등세에는 사두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 곧 다분히 심리적인 데 원인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진원지는 이런 저런 명목을 대며 고공 행진하는 분양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건축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아무리 고급스럽게 지어도 평당 4백에서 5백이면 떡을 치는데,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건설회사들이 왜 그렇게 분양가를 높이 잡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일부 여성복 매장에서는 비쌀수록 오히려 잘 팔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투기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한몫 확실하게 챙기려는 건설회사의 속셈에 분양가가 1천, 1천 5백, 2천, 2천 5백... 자꾸만 고공행진을 달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정말 떳떳하다면 이러저런 핑계와 구실을 대지 말고 시민단체들의 요구대로 건설회사들은 분양가를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들은 토지와 함께 주택을 '공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한 지역에 높은 분양가의 고급아파트가 들어서면, 그 고분양가에 맞추려고 주변 아파트 부녀회와 반상회가 일부 부동산중개소와 호흡을 맞춰가며 발 벗고 나서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변 아파트값이 오르면 건설회사들은 땅값이 올랐다며 다시 분양가를 높이고 그러면 기존 아파트들은 또 다시 그 분양가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어야 할까요?

과연 집이 모자라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일까요? 분당 판교 등 신도시를 자꾸만 만드는데 왜 집값는 떨어지기는커녕 거꾸로 오르기만 할까요? 고분양가에 고급 아파트를 지으면 지을수록 주변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오른다는 사실을 정말 정부는 모르고 있을까요?
과연 집이 모자라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일까요? 분당 판교 등 신도시를 자꾸만 만드는데 왜 집값는 떨어지기는커녕 거꾸로 오르기만 할까요? 고분양가에 고급 아파트를 지으면 지을수록 주변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오른다는 사실을 정말 정부는 모르고 있을까요? ⓒ 김형태
대한민국이 두 가지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들을 합니다. 하나는 '교육 문제'요, 또 하나는 '주택 문제'입니다. 정말 이 두 가지만 해결되면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것입니다.

세간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 모두 "대한민국 열성 아줌마"들의 치맛바람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정말 일부 극성스런 아줌마부대에 의해 대한민국이 놀아나고 있는 것일까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입니다.

제가 한 부동산중개소에 들렀다가 김순희(48세, 가명)라는 여자분을 만나 그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조그만 회사를 다니다가 시시해서 그만 두었다는 그분은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돈 벌기 쉬운 나라가 어디 있나요?"라고 운을 뗀 그분은 자기는 돈이 보인다며 무조건 자기가 추천하는 아파트를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사놓으면 금방 오른다는 것입니다. 다 방법이 있나다요.

정부는 종이 호랑이라며 하나도 안무섭다고 했습니다. 세금 무서워하지 말라는 얘기도 잊지 않더군요. 그분은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형제나 주변 사람들의 이름으로 사놓는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이 평생 벌 돈 자기는 몇 년만에 열배를 벌었다며 자랑을 늘어놓더군요. 현재 자기를 따라 자기 형제들과 친구들이 거의 부동산에 매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극렬 아줌마들이 자꾸만 늘어가는 한 우리나라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사 속에서 바라본 고급아파트. 이런 고급주상복합아파트가 하나 둘 들어서면 그 동네 전체 아파트값이 덩달아 춤을 추는 괴현상을 어떻게봐야 하나요?
황사 속에서 바라본 고급아파트. 이런 고급주상복합아파트가 하나 둘 들어서면 그 동네 전체 아파트값이 덩달아 춤을 추는 괴현상을 어떻게봐야 하나요? ⓒ 김형태
참여정부가 대통령까지 나서 치솟는 아파트값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한번도 이겼다는 '승전보'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이러니 '무능한 정부'라는 소리를 듣고 '종이호랑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의 말처럼, 정부는 더 이상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서민들만 울리지 말고, 먼저 건설업자에게 폭리를 안겨주는 분양가부터 확실하게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종합청사에 앉아 탁상공론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직접 부녀회와 반상회를 통해 대한민국 아파트값을 쥐락펴락하는 소위 '복부인'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 한 정부는 언제까지나 달려가는 토끼의 꽁무니만 닭 쫓던 개처럼 바라보는 느림보 거북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과 서울방송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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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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