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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7일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경희대 학생들이 본관 앞 광장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이윤석

매년 3월이 되면 대학가는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일명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는 것. 올해 역시 등록금 투쟁이 시작됐다.

올해도 대학 당국은 물가 인상률보다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했다. 등록금 인상의 물꼬를 튼 연세대의 경우 학교 측이 12%를 인상해 높은 인상률을 보였고, 건국대 18%, 전남대 9%, 한국해양대 18% 인상 등 전체적으로 10%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등록금 투쟁'은 4월이 되면 개나리꽃처럼 막을 내린다는 뜻에서 '개나리 투쟁'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올해 등록금 투쟁은 더이상 '개나리 투쟁'이 아니다.

등투, 학교 담장을 뛰어넘다

올해 벌어지는 등록금 투쟁은 예년과 다르다. 각 학교별 담장 안에서 이뤄지던 것에서 벗어나 전국 대학 연대를 통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 지난 3월 4일 '제3기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교대위)가 결성되면서 등록금 투쟁은 전국조직화 되었다.

연대 모임은 지난 1월 20일 시작됐다. 그 날 전국대학 총학생회장단이 공동대표 모임을 제안해 전남대 장송회 총학생회장, 부산대 강정남 총학생회장, 성신여대 안나 총학생회장,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이주희 위원장을 공동대표로 세우고, '등록금 동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철회, 교육재정확보 공동행동 성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대위 조직의 힘은 3월 30일 나타났다.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의 날' 행사가 서울·인천·대구·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일제히 열린 것. 서울 행사엔 서울과 경기지역 대학생 3천여 명이 모였고, 덕성여대·건국대 등 14개 대학은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 방침을 천명했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정치·사회적 지원사격을 해주는 가운데, 교대위는 오는 28일 '전국 대학생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직접 겨냥하다

▲ 지난 3월 25일 한시간 가량 진행된 '대학등록금 문제해결, 교육재정 7%확보를 촉구하는 대학생 3보 1배'
ⓒ 김수원
현재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 대학 등록금 투쟁의 공통 목표는 '등록금 동결·교육재정 확보·교육시장화 정책 철회'다. 그 목표에 따라 학생들은 교육부 항의 방문과 촛불문화제, 3보1배 등 투쟁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교대위는 ▲교육재정 GDP 6% 확보,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 ▲국공립대 인건비성 수당과 강사료 및 공공요금 정부 완전 부담 ▲이월적립금 인출 및 향후 집행계획 공개, 적립금 상한선 법제화 등 등록금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정부 요구안'(아래 참조)을 내놓은 상태다. 현재 교육부총리 면담을 위한 농성이 교육부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대위 집행위원장 김정선씨는 "교육시장화 정책이 현실화 돼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의 본질을 알게 된 것"이라며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대학 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또하나의 특징, 'FUN'

▲ 지난 3월 30일 광화문에서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 촛불 문화제 중 일어나 춤을 추는 학생들.
ⓒ 오마이뉴스 박상규
▲ 패러디와 꽁트 등 다양한 형태의 대중 참여의 장은 등록금 투쟁을 'FUN'하게 한다.
ⓒ 전대기련
올해 등록금 투쟁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또다른 측면은 투쟁 '방식'이다. 총장실 점거와 삭발식으로 대표되던 등록금 투쟁은 패러디 포스터물이나 3보1배, 꼭짓점 댄스 등 학생이나 시민들에게 재미를 주고 관심을 갖게끔 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부산대는 3월 초부터 등록금 동결과 학생총회 성사를 위해 꼭짓점 댄스를 펼쳐왔다. 차츰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꼭짓점 댄스에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연세대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패러디 공모전과 '연세대 등록금'을 검색어 1순위에 올려놓자는 이색 캠페인을 벌이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화여대는 개강일, 등록금 인상에 맞선 '검은 옷 입기 운동'을 벌여 전체 학생의 50%가 검은 옷을 입었고, 지폐를 이어 만든 지폐 띠 현금납부와 각자 머리를 한 움큼씩 잘라서 본부에 전달하는 단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선 집행위원장은 "이제 등록금 투쟁은 광범위한 대중과 함께 하기 위한 투쟁으로 바뀌었다"며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리고 많은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설득력 있게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나리 투쟁'이 바뀌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교 당국과의 줄다리기에서 전국적 연대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정당과 사회 각계각층의 정치·사회 지원사격까지 가세한 등록금 투쟁. 등록금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육정책 마련이 더딜수록 광장으로 모여드는 대학생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 대정부 요구안

▲ 지난 3월 2일 개강을 맞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검은색 옷 입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6년 전국대학생 대정부 요구안

1. 대학 등록금 동결 해결에 대한 요구
-교육재정 G에 6% 확보,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
-차별지원 정책(특수목적지원사업) 전면 재검토, 일반지원 확대
-등록금 인상 자율화 철회, 교육부 등록금 동결지침 발표

<국, 공립대>
-국, 공립대 인건비성 수당과 강사료 및 공공요금 정부 완전 부담
-기성회 민주화, 기성회 관련자료 공개 및 기성회 이사회 학생참여 보장

<사립대>
-법인부담금 전액 법인 부담할 수 있도록 강제, 법인 전입금 확대
-이월적립금 인출 및 향후 집행계획 공개, 적립금 상한선 법제화
-수익사업체 및 수익용 기본재산 내역 및 수익률 공개 의무화

2. 대학 구조조정 관련요구
-현재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 중단 및 전면 재검토
-국립대 특수 법인화 추진 및 국립대 특수법인화 정책도입 등 국립대 민영화 정책 철회

3. 사립학교법 관련 요구
-사립학교법 재개정 반대, 사립학교법 시행령 민주적인 개정

4. 교육개방 관련 요구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방 계획중단 및 전면 재검토
-WTO 각료회의와 한미 FTA 등 교육개방 계획공개

5. 대학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대책위(가칭) 건설에 교육부 참여 요구
-교수, 교직원, 학생, 정부당국(교육부), 정당, 사회단체가 모인 교육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대책위 결성.
-교육문제에 대한 전반을 논의, 합리적인 정책마련과 대학 등록금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

덧붙이는 글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공동기사. 조선대신문사 민성원, 전북대신문사 전은선 기자.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와 유뉴스에 송고했으며,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홈페이지(uinp.or.k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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