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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산림청은 강원도 양양의 송이를 산림청 제1호 지리적표시 상품으로 등록했다. 이는 향기나 저장성, 맛 등 양양송이의 특질이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 지형조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리적 표시제는 무엇인가?

지리적 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의 사전적 정의는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의 명성·품질 기타 특징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그 곳에서 생산된 특산품임을 입증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보성녹차, 고창복분자, 의성마늘 등과 같은 상품이 지리적 표시 등록된 것이다.

지리적 표시제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유럽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유지되어 온 전통이다. 유럽인들은 지역 특유의 기후와 토양조건의 영향을 받은 포도를 재배하여 포도주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많은 유럽인들이 차츰 미국이나 호주로 이주하게 되면서 지역 포도주의 명칭이 마구 도용 당하기 시작했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은 대책을 강구해야 했고 이리하여 생겨난 것이 바로 지리적 표시제도이다.

오랜 역사가 증명해 주듯 유럽은 현재 4800여 개의 상품이 지리적 표시가 등록되어 있다. 이 중 포도주 및 주정이 4200여 종, 기타 상품이 600여 종이라고 한다. 이에 대비해 우리나라는 1999년 농산물품질관리법에 시행근거가 마련된 후 제 1호 보성녹차, 2호 하동녹차를 포함 현재 13개의 상품이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지리적 표시제인가?

우리나라 1호 지리적 표시 등록 상품은 2002년 등록된 보성 녹차이다. 이에 힘입어 보성군은 제1회 대한민국지역혁신박람회에서 지자체 분야 우수한 성공혁신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그리고 보성군은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함으로써 전국 녹차 생산량에 46%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의 녹차 생산지가 되었다. 또한 녹차를 녹차 해수욕이나 보성녹돈 같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하여 연 600만 명의 관광객이 보성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리적 표시가 주는 최대의 이점은 바로 지자체에 안겨주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발표된 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43%가 지리적 표시가 등록된 상품이라면 10%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해당 상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이것이 많은 지자체들이 주목해야 할 효과이다. 지리적 표시가 등록된 상품은 소비자로부터 폭넓은 신뢰와 구매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지만 미국산 칼로스쌀을 비롯하여 베트남, 중국의 쌀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만약 지리적 표시로 등록이 된다면 우리 지역특산물의 명칭을 다른 나라가 마구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품질과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산물 수입 개방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선도적 노력으로 지리적 표시 등록 앞장서야

많은 지자체들이 지리적 표시 등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유럽에 비하면 아직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리적 표시 등록에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상품이 지리적 특성에 기인할 것'은 그것 자체가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5000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등록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은 풍부하다.

그러니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관심이다. 정부기관 및 지자체는 지역특산물이 우리 고유의 재산임을 인식하고 가짜 상품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지리적 표시제의 의미와 효과를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지리적 상품에 등록된 상품은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해 인정 받은 명성과 신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사후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명목적인 관리가 아닌 실질적인 품질 검토를 실시하여 상품이 자국시장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회이면서도 위기일 수 있다. 이름만 빌린 헛껍데기 상품으로부터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준비가 된다면 이러한 조류는 위기라기보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더 많은 관심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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