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기운이 완연한 요즈음, 산과 들 여기저기에 지천으로 돋아난 쑥으로 끓인 쑥국이 참 맛있습니다.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서 쌀뜨물을 받아 두었다가, 국물용 멸치 10여 마리와 된장 한 숟가락 넣고 팔팔 끓입니다. 그러다가, 그 건더기를 걸러낸 국물에 깨끗하게 씻은 쑥을 넣고, 또 믹서기에 들깨를 갈아서 걸러낸 들깨즙을 함께 넣고 끓이면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도 그 맛이 깔끔하고 개운한 것이 별미입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아이도 그렇게 끓여주는 쑥국을 맛있게 잘 먹어줍니다.

1주일 전쯤, 식탁에 앉아서 쑥국과 함께 맛나게 밥을 먹는 아들아이를 보고 제가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쑥이 크게 자라서 쑥을 캐러가면 많이 캘 수 있을텐데..."

그런 저의 말을 아들아이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금세, "엄마, 그럼 저랑 쑥 캐러 가세요"합니다.

"정말 우리 쑥 캐러 갈까? 그러면 다음 주 일요일에 쑥 캐러 가자."
"알았어요."

아들아이와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지도 1주일이 지나고, 저는 쑥을 캐러 가자는 약속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들아이는 일요일(4월 2일) 아침식사를 하면서 잊고 있던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엄마, 오늘 일요일인데 쑥 캐러 안가요? 저하고 쑥 캐러 간다고 했잖아요~"
"맞아, 그랬었지~ 그런데 정말 너 나하고 쑥 캐러 갈 거야?"
"네~"
"알았어. 그럼 이따 오후에 엄마가 전화할테니까 그때 준비하고 나와, 알았지?"

일요일 오후, 서쪽 산으로 뉘엿 뉘엿 해가 지려고 하는 순간에서야 저는 집에 있는 아들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승완아~ 엄마 지금 집으로 출발하니까 과일 깎는 칼 2개를 휴지에 잘 싸가지고 밑으로 내려와라."

아들아이는 금세 알았다고 씩씩하게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 아파트 근처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 근처로 아들아이와 쑥을 캐러 갔습니다.

▲ 멀리 아파트도 보이고...봄기운이 완연합니다.
ⓒ 한명라

▲ 노란 유채꽃이 곱습니다.
ⓒ 한명라

▲ 작고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꽃다지
ⓒ 한명라
멀리 창원대로 건너편에 아파트도 보이고, 벚꽃이 활짝 핀 것이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노란 유채꽃도 활짝 피어 있어서, 봄을 마음껏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 내려다보니, 노란 꽃다지꽃도 피어 있습니다.

▲ 쪼그리고 앉아서 쑥을 캐는 아들아이
ⓒ 한명라
그동안 여러번에 걸쳐서 엄마가 끓여 준 쑥국을 먹었는데도 아들아이는 쑥이 어떻게 생긴 것이냐고 묻습니다. '이게 쑥이란다'하고 아들아이에게 알려 준 후에 쑥을 캐는 방법을 본보기로 보여 주었습니다.

이윽고 아들아이와 엄마가 쑥캐기 시합이 벌어졌습니다. 아들아이는 시멘트로 포장이 된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쑥을 캐고, 엄마는 밭둑에 앉아서 쑥을 캤습니다. 그때 연세 지긋하신 노부부가 정답게 산책길에 나섰는지 아들아이 곁을 지나치다가 말을 건넵니다.

"아들아, 엄마랑 쑥 캐러 나왔나? 남자아이가 어찌 엄마 따라서 쑥을 캐러 왔을꼬. 대견타"하시면서 큰소리로 웃습니다. 아들아이는 괜시리 무안한지 고개를 아래로만 숙이고 더욱 쑥을 캐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왼쪽은 아들아이가, 오른쪽은 제가 캔 쑥입니다.
ⓒ 한명라
잠시후, 아들아이가 캔 쑥과 제가 캔 쑥을 나란히 줄을 세워 보았습니다. 쑥을 캐는 일보다 이리저리 바쁘게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한눈 팔기에 바빴던 엄마가 캔 쑥과 쑥 캐는 일에만 집중했던 아들아이가 캔 쑥은 한눈에 보아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아들아이가 캔 쑥은 다시 제가 잡티를 추려내고 잘 다듬어서 맛있는 쑥국을 끓여 먹여야겠습니다.

▲ 단단하고 야무진 시멘트 작은 틈을 비집고 새싹이 돋았습니다.
ⓒ 한명라

▲ 마른 가지에도 새싹이 움트고...이렇게 봄은 우리 곁에 왔습니다.
ⓒ 한명라
저와 아들아이가 함께 어울려서 쑥을 캔 시간은 고작해야 30여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어둠이 어느새 아들아이와 제 주변에 찬찬히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딸아이도 아니고, 아들아이를 데리고 쑥을 캐러 간 일요일 늦은 오후. 도시의 야트막한 야산 근처를 맴돌면서 쑥도 캐고, 여러가지 나물도 발견하면서 모처럼 제 마음 속에 봄의 향취를 마음껏 담아 왔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