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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동생 주원이 보고 싶어. 왜 주원이는 병원에만 있는 거야? 많이 아파?”

유치원에 다녀온 주애(4·여·아산시 신창면 신곡리)는 “주원이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쓴다.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주원이’가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주애는 잘 모른다. 단지, 병원에 너무 오래 있어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태어났는데 울지를 못하는 예에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 김주원양.
ⓒ 박성규
진단 결과 ‘태변흡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태(胎) 속에서 자기 변을 먹은 것이다. 김기선(33)씨 부부는 충격을 가라앉힐 여유도 없이 인하대학교 부속병원에 주원이를 입원시켰다. 예쁜 공주의 출산에 기쁨을 누려야 정상이건만 김씨부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사망 직전까지 갔었어요. 살아 있는 것이 천운이었죠. 응급처치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어요.”

당시를 회상하는 김씨는 아직도 그때의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긴장감이 얼굴에 배어 나왔다. “완치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인하대 병원에서 퇴원할 때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퇴원했어요.”

부모로서 갓 태어난 주원이에게 이런 병을 갖게 한 것이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는 김씨와 부인 이은미(33)씨는 지난 6개월간 그 어떤 고문을 당한 것보다 아프고 힘들게 지내왔다. 주원이는 현재 태변흡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복합병을 앓고 있다.

흡입한 변이 폐를 막아서 염증이 발생한 상태(폐이형성증)고, 오랫동안 산소유지가 안 돼 뇌세포까지 파괴됐다. “순간순간 경기가 있고, 갑작스레 체내 산소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이런 ‘불안한 하루’를 지난 6개월 동안 겪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겪어야 할 지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니 김씨부부는 한없이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김씨의 얼마 안 되는 봉급으로 병원비와 함께 생활비를 감당해 내는 것도 어렵다. 더욱이 병원비는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도 모르는 상태. 3월 초부터는 천안 순천향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건강 외에는 더 바랄 게 없어요. 평범하기만 해도….”

‘지금은 아프니까 그렇고, 나았을 경우 이런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 아니냐’고 되묻는 질문에 잠시 숨을 고른 김씨는 “제 꿈을 이뤄줬으면 좋겠어요. 음악가가 제 꿈이었거든요. 주원이한테도 잘 어울릴 것 같고요”라고 답한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지 이틀밖에 안 된 지난 22일 밤, 주원이를 바라보는 김씨부부는 하늘이 야속하고, 주원이의 입에 끼워진 산소호흡기가 한없이 얄밉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3월28일자 게재.

박성규 기자는 충남시사신문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산지역언론인연대'아지연'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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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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