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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공직선거법'으로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연령이 만19세로 낮춰졌다. 1987년 5월 31일 이전 출생한 청소년들도 어엿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 경남 양산시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연령 조정으로 새롭게 늘어난 지역 유권자는 1만3천여명에 이른다. 이른바 '10대 표심'이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 무관심한 10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지난 19일 <양산시민신문>은 중앙동 소재 한 예배당에서 양산의 미래를 짊어질 10대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올해 지방선거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상은(19, 신라대 피아노 전공), 양하나(19, 경성대 호텔경영학 전공), 박혜선(19, 부경대 생태공학 전공)씨가 이날 초대된 이들이다.

이들은 실제 금품을 받은 체험담을 비롯, 정치인에 대한 느낌, 자신들이 바라는 후보 등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치인들의 "가식적인 모습이 싫다"는 이들은 "실질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친근한 사람"을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로 꼽았다.

양산의 미래를 짊어질 10대들의 목소리를 여기에 소개한다.

▲ “선거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다. 내가 선거권이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된 이상 5월 31일 꼭 선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은(19) 신라대 피아노 전공.
ⓒ 양산시민신문
선거 무관심은 정보 부재가 원인

정상은 "올해 선거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선거인지는 알지 못했다. 내 자신이 무관심했었다는 탓도 있지만 주위에서도 선거는 단지 선거일 뿐 뭔가 획기적으로 바뀐다는 기대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양하나 "어떤 사람들이 후보로 출마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선거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박혜선 "부끄러운 얘기지만 금품선거가 난무했던 그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유세장에 가서 후보의 연설을 듣고 뭔가를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일단 그때는 그렇게라도 해서 후보들의 얼굴이나 공약을 머릿속에 새길 수 있어 지금처럼 무관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금품선거도 문제였지만 후보들에 대한 정보부족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큰 문제인 것 같다."

양하나 "정치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언론에 비친 정치인들은 중앙이나 지방이나 할 것 없이 서로 옥신각신 싸운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어떤 이가 A라는 의견을 내놓으면 B는 반대하고 서로의 의견이 더 옳다고 싸운다고 얘기하면 될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고 표현을 하면 될까. 하지만 그 재미 뒤에 씁쓸한 기분이 많이 남는다."

정상은 "선거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다. 내가 선거권이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된 이상 5월 31일 꼭 선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것 같지는 않다. 선거법이 엄격해져 불법선거운동을 제재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규제가 후보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규제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청소년의 입장으로서 다시 한 번 말하면 문화시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청소년 문화의 집 공간이 더 넓어져야 하고 프로그램도 많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양하나(19) 경성대 호텔경영학 전공.
ⓒ 양산시민신문
"양산도서관, 22만 시의 도서관이라고 믿기 어렵다"

박혜선 "문화예술회관이 생기고 나서 문화공연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문화시설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양산이 꽤 넓은데 모든 시설이 시내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양산지역에 골고루 문화시설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양하나 "청소년 문화의 집도 참 좋은 곳인데 너무 좁아서 갈 수가 없다. 앞으로 시장이나 시의원이 될 분들은 문화시설 확충은 물론 청소년 문화의 집을 꼭 넓은 곳으로 옮겨줬으면 좋겠다. 좁은 공간 때문에 갈 엄두를 못내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단순히 옮겨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인드가 깨어 있는 분이라면 좋겠다. 참 양산도서관. 인구 22만인 시의 도서관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정상은 "맞다. 도서관 정말 문제다. 열람실도 부족하고 장서규모도 너무 적고 시설도 너무 낡았다. 장소도 문제다.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는 곳이 도서관인데 접근성이 정말 떨어진다. 그리고 도서관 개수도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양하나 "양산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도 좁으니까 부산에 있는 학교도서관까지 가게 될 때가 많다. 시간 들고 돈 들고 불편하다. 양산의 발전 속도에 비해 문화시설은 타 시·군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 “금품선거도 문제였지만 후보들에 대한 정보부족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다.” 박혜선(19) 부경대 생태공학 전공.
ⓒ 양산시민신문
"선거 끝나면 '에헴'하는 정치인으로 바뀌어"

박혜선 "선거철에는 뭐든지 다해줄 것처럼 행동하는 가식적인 행동이 싫다. 선거철에만 어려운 이웃들과 노인을 위하고 시장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 같다. 많은 것을 해줄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막상 당선 되고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서민을 위하는 정치인에서 '에헴'하는 정치인들로 바뀐다. 우리는 거리감 느껴지는 근엄한 분보다 실질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친근한 사람이 시장이나 시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상은 "나도 동감이다. 선거철 공허한 공약보다 시민들 곁으로 파고들 수 있는 현안들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거창한 것보다 작지만 소신 있고 내실 있는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양하나 "공감한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말하면 문화시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청소년 문화의 집 공간이 더 넓어져야 하고 프로그램도 많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꼭 옮겨 달라. 또 하나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도 선거권이 있으니 그동안 외면했던 청소년 분야, 우리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양산시민신문 선거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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