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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판교발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정부는 8.31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8·31 후속 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재건축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언급을 하였다. 3월 17일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정문수 경제보좌관의 재건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인용해보자.

"재건축에 관한 정답은 (중략) 재건축을 로또로 만드는 주범인 개발이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환수하는가…. (중략)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는 대신 규제를 단순화하고 절차를 투명화한다면 개발이익도 환수하고 공급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중략) 참여정부는 8.31 후속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대책이 담겨지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하고 실수요에 바탕을 둔 재건축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찬성이다. 정 보좌관의 좋은 뜻에 보탬이 될까하여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

첫째로 개발이익은 부동산 전체가 아니라 토지에서 환수해야 한다. 건물은 시간이 흐를 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개발이익을 낳지 않는다. 건물 등 인공적 개량부분에 과세하면 개량을 억제한다. 토지에만 집중하면 실무도 쉽다. 그런데도 토지와 건물을 섞는 이유가 있다면 아파트가 건물 평당 얼마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 파악이 쉽다는 것인데, 아파트 대지만의 가격은 전체 가격에서 감가상각을 감안한 건축비를 빼면 쉽게 나온다.

물론, 재건축의 경우에만 국한한다면 건물을 포함해도 큰 부작용은 없겠지만 재건축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발이익 문제를 일관성 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재건축 대책에서도 원론을 따라야 한다.

둘째로 개발이익을 매매가격의 차이로 파악하지 말고 임대가격의 차이로 파악해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매매가격은 미래 수익의 흐름(즉 미래의 임대가격)만이 아니라 할인율(즉 이자율)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자율에 따라 변화하는 금액은 개발이익이 아니다.

이자율이 하락하면 매매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 금액을 환수할 것인가는 개발이익 환수와는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환수에 반대하지만 이 글에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만약 이걸 환수한다면, 이자율이 상승해서 매매가격이 내릴 때는 당연히 보상해줄 각오를 해야 한다.

셋째, 개발이익은 재건축의 경우만이 아니라 '모든' 토지에서 '상시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토지는 개인이 생산한 것이 아니며, 개량물이 아닌 토지만의 가치 변화는 지주의 생산적 노력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토지 개발이익은 불로소득이고 이는 '완전히' 환수해야 한다.

토지 불로소득 해결을 위해 '국토보유세' 도입하자

▲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글.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자고 하면 자본주의에 어긋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본주의를 받치는 두 기둥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이다. 사유재산제는 노력의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생산물의 사유를 인정하는 제도이고, 시장경제는 원하는 사람끼리 생산물을 자유롭게 교환하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토지 불로소득 완전 환수의 어떤 면이 반(反)자본주의적인지 반문하고 싶다.

혹자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 환수는 극단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마치 지구가 둥글다거나 움직인다는 설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너무 극단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어중간한 입장에서 보면 진리는 언제나 극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리를 적용할 때는 사회가 유기체라는 점을 감안하여 충격을 줄이고 연착륙 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는 있다.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국토보유세'다. 국토보유세란 매년 토지 임대가격에서 (즉 지대에서)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금액을 징수하는 세금으로서, 일명 지대-이자차액세라고도 한다. 국토보유세는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면서도 사회에 충격을 주지 않고 기존 토지소유자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모든 세금 중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이라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언급한 바 있으므로 지면 관계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문수 보좌관은 재건축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서는 정답에 이르렀지만 해결책 제시에서는 2% 부족한 듯이 보인다. 그런데 이 2%는 마치 음식에 간을 맞추는 것과 같아서 이게 없으면 부동산 대책은 온갖 좋은 재료, 갖은 양념을 다 넣고도 맛을 잃고 만다.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 정 보좌관은 2%만 더 채우기 바란다.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필자는 2%라고 하여 별것 아닌 것처럼 표현했지만 국토보유세의 배경이 되는 철학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토지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인간은 이 땅에 세 들어 사는 나그네일 뿐이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뛰어난 인재로 소문난 정 보좌관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인 김윤상 기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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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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