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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박이은경 기자]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 여성 유권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까.

‘여성신문’은 5·31 캠페인으로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3월10일 한국선거학회 특별학술회의 발제를 통해 제안해 호응을 얻고 있는 후보자 평가지수 ‘스마트 퍼슨’(SMART PERSON) 운동을 전개한다.

여성신문의 ‘스마트 퍼슨을 뽑읍시다’ 캠페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매니페스토 운동의 정책공약 5개 항목 ▲구체성(S) ▲측정가능성(M) ▲목표접근성(A) ▲지역연계성(R) ▲시간계획성(T)에 양성평등 항목을 더해 차별화한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SMART)’ 5개 항목에 ▲업무성취능력(P) ▲양성평등인지성(E) ▲개혁성(R) ▲전문성(S) ▲준수성(O) ▲참신성(N) 등 개인자질 6개 항목 ‘퍼슨(PERSON)’이 첨가돼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김형준 교수는 ‘스마트’ 지수의 5개 평가항목은 각각 총 9점을 부여해 아주 뛰어난 최고 수준은 9점, 우수 수준은 7점, 보통 수준은 5점, 하위 수준은 3점, 최하위 수준은 1점을 부여해 총 45점으로 하고, ‘퍼슨’ 지수는 업무수행능력을 제외한 5개 항목에 ‘스마트’ 지수와 동일한 방식으로 점수를 매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업무수행능력만은 10점 만점으로 해서 최우수 수준은 10점, 우수 수준은 8점, 보통 수준은 6점, 하위 수준은 4점, 최하위 수준은 2점으로 한다. 이렇게 해서 ‘퍼슨’ 지수는 총 55점이 되고, 이것을 ‘스마트’ 지수와 합치면 후보자 평가지수는 총 100점 만점이 된다.

이에 앞서 여성계는 3월5일 제22회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지역구 공천 30% 여성할당, 비례직 여성 홀수공천 실현 정당 지지, 반여성적·반인권적·반도덕적 후보 반대, 돌봄의 정치와 생활자치 실현 후보 지지 등을 천명한 여성 유권자 선언을 발표했고 이어서 11대 여성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5·31 지방선거를 겨냥한 73개 여성단체 연대체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이 발표한 11대 가이드라인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학교급식조례 제정, 공공 노인요양시설과 재가 서비스 확충, ‘여성폭력방지지역협의체’ 구성을 위한 조례 제정 등을 골자로 한다. ‘여성신문’은 향후 ‘스마트 퍼슨을 뽑읍시다’ 캠페인에 이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여성신문’은 ‘스마트 퍼슨’ 캠페인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생활자치에 가장 적합한 일꾼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잣대를 제공하고, 기존 정치 장벽에 가려졌던 여성과 신인의 지방자치 진출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스마트 퍼슨’ 캠페인에 동참할 개인과 단체의 참가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이젠 공약검증운동"
'스마트매니페스토 정책추진본부' 출범

▲ 3월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5개 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실천 협약식’.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벌인 낙선운동은 대상 후보 중 60% 이상을 낙선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며 유권자 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 2006년 지방선거, 새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바로 ‘정책’선거 풍토를 만들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그것이다.

‘스마트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본부’가 지난 2월 1일 발족돼 강지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 김영래 아주대 정외과 교수 등 6인 공동대표 체제를 갖추고, 3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5개 정당과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실천 협약식’을 치르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추진본부 측은 16일 현재 광역지자체 9곳, 기초지자체 10여 곳의 시민단체 연대체들이 참가 의사를 밝혀 왔다며, 3월 말까지 광역지자체 총 16곳, 기초지자체 총 40여 곳에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4월 초에 지역별로 매니페스토 추진본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란 말은 라틴어 ‘선언’에서 유래했다. 선거에서는 영국에서 1834년 보수당 당수인 필이 제창한 것을 기점으로 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가 집권에 성공하고, 2003년 일본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후보들이 당선됨으로써 대중화됐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한마디로 유권자의 후보에 대한 공약 검증을 뜻한다. 이때 사용되는 후보자 평가지수가 바로 ‘스마트(SMART)’.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가 최근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6개 시·도 현역 자치단체장 및 234개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 당시 공약 중 헛공약을 분석해낸 결과만 봐도 매니페스토 운동이 왜 절실한지 실감하게 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민을 자극해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공약 ▲자치단체 예산 규모와 맞지 않는 과다 행정서비스 제공 등 선심성 공약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각종 개발공약 ▲무계획·무분별적 각종 대회 설립 공약 ▲경제적 타당성 없는 각종 민간자본 유치 공약 ▲정부가 이미 발표한 정책이나 진행 중인 사업을 자신의 정책으로 포장한 공약 ▲중앙정부 권한을 자치단체 권한인 것처럼 발표한 공약 등 7대 유형이 지방자치 정신에 역행하고 실현 불가능한 대표 사례로 꼽혔다.

정치학자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정착되면 실현·예측·비교· 검증이 가능한 정치문화가 성숙돼 ‘조용한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진국 '선거=정책 경연장' 인식 정착
외국의 사례로 본 매니페스토 운동

선거에서 ‘매니페스토’ 개념은 1834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제시됐지만, 선진 정치문화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60여 년이 흐른 뒤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매니페스토추진본부 등이 연 토론회에서 발표된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의 해외 사례 분석에 그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다.

매니페스토의 대표적 모범국인 영국의 경우 97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당수는 ‘노동당과 국민의 계약’에서 10대 비전을 제시하는 매니페스토를 발표했고, 결국 이것이 선거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교육 최우선 원칙을 명시하고 ‘청년 실업자 25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5∼7세 아동의 학급 규모를 30인 이하로 줄인다’ ‘5년간은 소득세 증액을 하지 않는다’ ‘입원 대기 환자 수를 10만 인으로 줄인다’ 등 반드시 실현할 사항들을 제시했고, 무엇보다 이에 필요한 재원에 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방안을 밝혔다. 일례로 입원 대기 환자 수를 줄이는 사항에 대해 현 국민의료서비스를 효율화해 1억 파운드를 염출, 재원에 충당한다 등이다. 이 같은 매니페스토는 2년간 2회에 걸쳐 각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작성된다.

영국, 집권후 이행 평가에도 적극적

문제는 정권을 획득한 뒤 선거에서 제시됐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매니페스토가 어떻게 담보, 실현되느냐는 문제. 영국의 경우 총선 후에 내각이 구성되고 내각 중에 ‘내각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집권정당의 매니페스토를 기초로 예산편성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또 행정 각 부의 대신과 재무대신은 매니페스토의 달성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목표를 명시한 ‘합의문서’를 교환하고, 목표치가 달성되지 못한다면 소관 대신이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이와 함께 매니페스토에 대한 공개적 평가도 병행된다.

노동당의 경우 97년 매니페스토의 177개 공약에 대한 연차보고서를 발표해 항목별로 ‘달성 완료’ ‘진행 중’ ‘미착수’ 등으로 나누어 평가했고, 2001년 총선 당시 매니페스토에선 지난 4년의 집권기간의 성과나 미달성 이유 등을 분석해 공표했다.

일본, “매니페스토 없이 이길 수 없다”

2003년 매니페스토가 도입돼 정책 중심의 정당 대결이 본격화된 일본의 경우 같은 해 통일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를 제시한 후보 14명 중 7명이 현 지사로 당선되는 성과를 낳았는데, 이들 7명 중 무려 5명이 신인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후 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매니페스토 네트워크가 크게 확산됐다. 이어서 2003년 말 중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매니페스토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중참의원 선거에 매니페스토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 결과 2003년 11월 총선거, 2004년 7월 참의원 선거, 2005년 9월 총선거 등 세 번의 선거를 통해 매니페스토를 제시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정도로 매니페스토형 선거가 정착되고 있다.

미국, 각 정당 강령이 매니페스토 역할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에서 채택하는 대통령 공약에 해당하는 당 강령이 매니페스토 역할을 한다.

이는 ‘플랫폼’(Platform)이라 불리는데, 실제 공약 달성도는 평균 70% 정도. 미국 대선에선 추상적 정치 슬로건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80년 레이건 후보의 선거캠페인에선 조세개혁 등 구체적 공약을 많이 제시했고, 92년 대선에선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국내 경제정책, 의료·복지 개혁을 쟁점으로 내걸면서 ‘미국 재생의 시나리오’란 부제를 달아 정책공약집을 출판했다. 결국 이것이 현직 부시 대통령을 누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94년 중간선거에선 공화당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의 발의에 의해 하원 본회의에서 개원 후 최초 100일간 채택할 것을 약속하는 10대 정책 공약을 ‘아메리카와의 계약’이란 타이틀로 국민에게 제시, 하원에선 40년 만에, 상원에선 8년 만에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독일, 정책선거 평가에 점차 높은 관심

독일에서는 매니페스토란 명칭보다는 ‘선거강령’(Wahlprogramm)이란 용어를 쓰는데, 최근 ‘선거매니페스토’(Wahlmanifest)란 말이 점점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선거를 앞두고 국영방송 ZDF가 베를린과 쾰른의 독일경제연구소에 위탁해 작성한 ‘2005 연방의회선거를 위한 선거강령 판단’이 발표돼 선거매니페스토 평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가엔 5개 정당의 선거강령에 명시된 노동시장·조세·연금보험·의료보험 4개 정책 분야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포함돼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02-318-2797, woma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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