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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발족에 참여한 디시인사이드, 웃긴대학, 미디어몹 사이트 초기화면(왼쪽부터).
13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발족에 참여한 디시인사이드, 웃긴대학, 미디어몹 사이트 초기화면(왼쪽부터).
자유롭고 평등해야 할 인터넷 세상에서도 불공정 거래가 있다. 거대 포털사이트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막강해지면서 기존 오프라인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세상이 오프라인보다 더한 승자 독식 구조가 되면서 온라인 대기업인 거대 포털 사이트들과 중소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간 양극화는 하루하루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중소 인터넷 업체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서'라며 의기투합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형 포털에 맞서기 위해 하나로 뭉치겠다고 선언했다.

"저기 포털이 있다, 우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디지털카메라쇼핑몰 디시인사이드, 인터넷유머사이트 웃긴대학, 블로그사이트 미디어몹 등을 주축으로 한 26개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은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네이버, 다음 등 거대 포털 사이트들이 주축이 된 인터넷기업협회가 오프라인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같이 거대 인터넷업체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단체라면 이들은 소외된 중소 사이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온라인상의 중소기업협회를 자처한 셈이다.

이들이 뭉치게 된 것은 생존의 절박함 때문이다. 그만큼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도 포털들의 위세에 눌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인터넷 공간에서는 유료 콘텐츠가 생존할 수 없는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라서 '뜨는' 콘텐츠를 만들면 오히려 회사가 서버 확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빚만 지게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승철 미디어몹 사장은 "요즘 인터넷에는 예전의 '오인용'이나 '개죽이' 등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없이 모든 콘텐츠가 모이는 포털에게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또 "인기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포털만 배불리고 정작 당사자들은 빚만 지게 되는 구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인터넷 산업의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히트작 만들수록 오히려 빚이 늘어난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오인용' 사이트.
플래시 애니메이션 '오인용' 사이트.
중소 사이트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인터넷 세상에서 강자라고 할 수 있는 거대 포털들은 갈수록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이들을 살찌우는 요소 중 하나는 중소 업체들이 만들어낸 인기 콘텐츠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포털에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회원수 80만으로 국내 최대 하드웨어 정보 사이트로 꼽히던 '케이벤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케이벤치는 지난해 대형 포털 사이트와 콘텐츠 제공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포털들이 내세운 논리는 "영향력이 큰 포털에 콘텐츠가 실리면 사이트 홍보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한 업체 대표는 "힘이 없는 업체일수록 포털에 콘텐츠 공급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힘들어 지는 게 현실"이라며 "오히려 웃돈을 얹어 주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소 사이트들을 울리는 것은 포털들의 콘텐츠 도용이다. 현재 포털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들은 검색 결과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를 하며 포털들의 수익 창출에 일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이용자들이 무단으로 퍼나른 내용물들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굳이 원래 콘텐츠를 생산한 사이트로 오지 않아도 포털에서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다. 도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방문자를 빼앗기는 반면 콘텐츠 유통 통로를 장악하고 있는 포털에는 트래픽이 몰리고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민 웃긴대학 사장은 "포털에 콘텐츠를 공급하려 해도 힘의 논리에 밀려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포털들은 중소 업체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가지고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 도용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 광고 수주·이벤트 진행. 연합사이트... 갈 길은 멀지만

대나무에 매달린 강아지, 일명 '개죽이'의 사진.
대나무에 매달린 강아지, 일명 '개죽이'의 사진.
갈 길이 멀지만 협회는 우선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자생력 키우기와 권익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했다.

우선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 광고 수주, 공동 이벤트 진행 등을 추진한다. 중소 사이트들 중 인지도와 영향력은 있지만 인력 부족과 경험 부족으로 수익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업체들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수익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포털 사이트들의 콘텐츠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사이트는 회원사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이들을 클릭하면 그것을 만든 업체의 사이트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관문(게이트웨이)역할을 하게 된다.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는 약육강식의 인터넷 세상에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각자의 콘텐츠들이 한 곳으로 모여야만 네이버 등 포털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게 된다"며 "앞으로 참여업체를 꾸준히 늘려 중소 업체들의 먹고 살 길을 모색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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