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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책표지
<플라이, 대디, 플라이> 책표지 ⓒ 북폴리오
스즈키 하지메는 평범한 중년 샐러리맨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직장 생활도 무난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일이 생긴다. 딸이 복싱하는 고등학생에게 맞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 발생한다. 아빠가, 딸을 폭행한 고등학생한테 겁을 먹었다는 것이고 딸이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럴 때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빠는 칼을 들고 뒤를 노리려고 한다. 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더군다나 그런 방법으로는 딸 앞에서 추락할 대로 추락한 아빠의 체면을 살릴 수도 없다.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그럼에도 아빠는, 학교를 찾아간다. 그런데 너무 엉성하다. 엉뚱한 아이들한테 칼을 빼앗길 뿐이다. 아빠는 화가 난다. 딸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이럴 때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 소설은 '너무'하다는 특징이 있다. 너무 낭만적이거나, 너무 우스꽝스럽거나, 너무 작위적이다. 또한 우연성도 너무 많다. 한국 소설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낯설음을 넘어 거부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때라면 오히려 그게 낫다. 고개를 숙여야 하는 아빠가 자존심을 회복하고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만화처럼 '너무'한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반가운 것일 테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아빠가 잘못 찾아간 학교에서 엉뚱한 고등학생들을 만나는 대목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들이 아빠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다. 대신 싸워주겠다는 뜻일까? 아니다. 아빠가 직접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수련시켜주고 용기를 주겠다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인다. 아빠도 그걸 안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그래서 한 달반 동안 회사를 쉬기로 하고 지옥의 훈련에 돌입한다.

이것만 본다면 이제껏 만났던 일본 소설과 별다른 특이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뭔가 '이질적인 것'이 눈에 띈다. 그것은 아빠를 훈련시키는 사람들의 신분에서 비롯된다. 엉뚱한 그들은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마이너'들이다. 시험을 못 푼다고 무시당하는 그들은 인간성이 중요하다고 믿는 이들로 아빠를 도와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특별한 신분은 아니다. 일본 소설에서 그런 인물들은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질적인 것일까? 아빠를 훈련시키는 핵심 인물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은 박순신, 바로 재일교포다. '덤벼라, 일본인!'이라고 말하는 박순신은 작품에서 일본 사회를 비꼬고 욕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 무조건 적대적인 건 아니다. 아빠처럼 일본인이든 아니든 간에 '진심'이 있는 사람을 도울 줄 아는 멋진 청년이다.

마치 이순신이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를 얻기 위해 혼신을 기울여 군사들을 훈련시키듯 박순신은 아빠를 정열적으로 도와준다. 아빠도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외면하는 딸에게 당당히 찾아갈 그날을 위해 이를 악물고 몸을 단련하고 자신감을 키운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을 때 가해자의 학교를 찾아가고 아빠는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그런데 왜 박순신이라는 재일교포가 등장했을까? 그건 작가가 스스로 '무국적자'라고 말하는 재일교포이기 때문이다. 재일교포는 일본사회에서 그 신분만으로 마이너가 될 확률이 높다. 작가도 그렇고 작품 속의 박순신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박순신은 작가의 '분신'으로도 여겨지는데 작가는 박순신을 통해 인간을 나누는 엉뚱한 기준을 뒤집고 인간, 그 자체로 인간을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일본인이 무시하던 재일교포의 도움을 얻어 복수를 꿈꾼다는 내용은 그런 의미에서 남다르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그렇다. 박순신과 쌓은 우정을 발판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의 날개 짓으로 날아오르려는 아빠의 도약은 두 손 놓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할 테다. 너무 만화 같다. 그러나 이 너무한 것이 너무나도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덧붙이는 글 | ※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이준기가 첫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의 원작으로 이문식과 함께 출연할 예정인 만큼 책과 영화를 비교해가며 감상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북폴리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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