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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여성법조인의 연대를 다룬 개막작 ‘법조계의 자매들’
카메룬 여성법조인의 연대를 다룬 개막작 ‘법조계의 자매들’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전 세계 여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여성문화 놀이터,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혜경)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작을 확정 발표했다. 4월6일부터 14일까지 신촌 아트레온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엔 지난해 27개국 86편보다 늘어난 33개국에서 온 여성 감독의 영화 97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킴 론지노트와 플로렌스 아이시 감독의 ‘법조계의 자매들’. 카메룬의 무슬림 마을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폭력 행위에 맞서 싸우는 여성 법조인들의 자매애를 다룬 법정 다큐멘터리다. 폐막작은 아시아단편경선 수상작을 상영한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에 거의 소개된 적이 없던 아프리카 영화를 소개하는 ‘아프리카 특별전’이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아프리카 여성감독의 눈으로 일부다처제, 여성할례, 에이즈, 가부장제, 내전 등 아프리카 여성들의 억압된 삶이나 어지러운 사회를 고발한다. 80년대 후반 여성 지식인들이 영화를 여성 교육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시작된 아프리카 여성영화는 2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선 세네갈, 케냐,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등 중서부 아프리카의 작품을 중심으로 ‘블랙 디아스포라’로 불리는 이산민 여성들의 이야기 등 13편이 상영된다. 아프리카 여성영화의 대모로 불리는 세네갈 출신 사피 파이 감독의 ‘셀베’와 민족 간 학살을 다룬 부르키나파소 출신 판타 나크르 감독의 ‘그밤의 진실’이 눈여겨볼 만하다. 안느 문가이 감독의 ‘날으는 의사 사이카티’는 케냐에서 개봉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도시로 떠난 마사이족 소녀 사이카티가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최근 여성영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선 샹탈 아커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저 아래’와 바버라 해머 감독의 30년대 전위예술가 자매를 다룬 실험 다큐멘터리 ‘연인, 타인’이 눈에 띈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4명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 ‘내 남자의 유통기한’을 들고 영화제 기간 직접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올해 감독 특별전의 주인공은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감독 마를린 호리스. 가부장제 사회 아래에서 불평등을 겪는 여성들의 저항을 과감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는 감독이다. 데뷔작 ‘침묵에 대한 질문’과 대표작 ‘안토니아스 라인’,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영화화한 ‘댈러웨이 부인’ 등 4편이 소개된다. ‘여성, 민중, 코리안 뉴웨이브’를 부제로 내건 한국영화 특별전은 배우 심혜진의 출연작인 ‘베를린 리포트’ ‘그들도 우리처럼’ ‘초록 물고기’ ‘세상 밖으로’ 등 4편의 영화를 통해 80년대 코리안 뉴웨이브 영화를 다시 바라본다.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들: 천 개의 목소리’는 영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제니의 제니’ ‘딸이 되는 절차’ ‘여성건강보고서’ 등 페미니즘 다큐멘터리의 고전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경선’엔 229편의 출품작 가운데 선정된 국내 작품 13편, 해외 작품 7편이 소개된다.

영화 상영 외에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올해 처음 신설하는 ‘카페 수다’는 영화인과 관객이 열린 광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코너. 한국영화특별전의 주인공 심혜진씨, ‘오로라 공주’의 방은진 감독, 옥랑상을 수상한 경순·이혜란 감독이 나선다. 한국여성학회와 공동 주최하는 ‘국제포럼’은 ‘여성의 생식력을 둘러싼 국가와 문화권력’을 주제로 아시아 여성학자, 여성운동가, 영화 제작자들이 참여해 여성들의 재생산권 확보와 출산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을 한다.

8회째를 맞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최근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국내 7개 영화제 평가에서 92.1%의 높은 관객 점유율 등을 인정받아 부산국제영화제 다음으로 우수한 영화제로 꼽힐 정도로 수준 높은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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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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