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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119소아과>표지
<삐뽀삐뽀119소아과>표지 ⓒ 그린비 출판사
한창 태교 책을 열독하던 지난 해 여름, 최민희 선생님이 쓴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를 오래 들고 다니며 고민했다. 태어난 지 48시간 된 신생아 단식을 시키고 한 사발 정도의 태변을 보게 하고, 적정 실내온도에 100분 동안 나체로 두고, 풍욕과 냉온욕을 시켜 건강한 아기로 키우라는 내용에 나도 남편도 솔깃했기 때문이다.

관련 사이트를 방문하고 실천해보려 했지만 막상 출산할 때가 가까워 왔을 때, 만일의 경우 아기의 건강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느냐는 의사의 협박성 만류 한 마디에 계획은 흔들렸고, 하정훈 선생님의 <삐뽀삐뽀119소아과> 한 대목을 읽고 무너졌다.

출산을 앞두고 분에 넘치는 많은 선물들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즐겨 찾는 고마운 선물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 책을 내밀 것 같다. 출산준비물 1호로 준비해두면 아기가 클수록 두고두고 요긴하게 쓸 것 같다.

1,0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의학서적에 가깝게 느껴져 거부감이 들었다. 두께도 두께지만 온갖 병증이 컬러 사진으로 책의 앞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들춰보기도 싫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의료진 없이 아기를 돌보는 일상이 무서워졌다. 수유를 하기 위해 소파에 앉을 때 소파 팔걸이에 늘 이 책을 펼쳐두고 궁금한 내용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기저귀 발진, 신생아 황달, 변비와 관장, 중이염은 물론 아기가 깜짝깜짝 놀랄 때나 아기가 밤에 울 때, 심지어 엎어재우기 등 육아 전반에 관해 책에 의지하게 됐다. 귀동냥보다 책이 훨씬 든든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 책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와의 의견충돌을 조장하기도 한다. 두 어머니의 경험담보다 책을 더 신뢰하는 내 태도에 서운한 마음이 드실테지만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된다. 문자가 주는 신뢰감이라기보다는 더 많은 아이들을 보살펴온 소아과 의사의 권유에 더 기대게 되는 탓이다.

소아과 전문의가 썼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일상어로 썼기도 했거니와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중심으로 이론과 실제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아프면 초보 엄마는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조근조근 세세하게 원인과 결과, 치료와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가까이 두면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이권호 군은 이 책과 함께 세가지 비법을 선물했다. 순산을 돕는 아홉 개의 침과 녹용 그리고 출산 후의 한약인데, 선물한 이의 마음도 고맙지만 그 효과들은 더욱 고마웠다. 특히 두번째 선물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집에서 녹용을 분쇄기로 곱게 갈아 꿀과 1:1의 비율로 잘 섞는다. 약 50cc의 꿀에 타서 작은 컵(떠먹는 요구르트 정도의 양)에 담아 분만대기실에서 먹는데, 진통으로 지친 임산부에게 엄청난 힘을 준다. 딱 세 번 힘을 주고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는데, 진통 때 함께 고생했던 간호사들이 입을 모아 "녹용효과"라고 할 정도로 효과만점이었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 (개정12판) - 2005년 대한의사협회 선정추천도서

하정훈 지음, 유니책방(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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