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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 탐조의 계절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복수초며 바람꽃, 노루귀같은 이른 봄꽃 사진들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탐조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겨울철새의 기초'라 할 야생오리류를 종류별로 '체크아웃'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먼 길을 떠나면 8개월 뒤에야 다시 찾아올 손님이니까요.

탐조라고 하면 흔히 천수만, 주남저수지 같은 명소를 먼저 떠올리지만 초보자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도권 거주자라면 우선 한강변 일대만 잘 찾아봐도 다양한 종류의 겨울철새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웬 오리 종류가 이리 많은가 하고 어리둥절하기 십상이지요.

한국에서 관찰 가능한 야생오리류는 무려 33종이나 됩니다. 그 중 서울 시내의 한강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친구만도 대략 15종을 꼽을 수 있지요. 이들 대부분은 겨울철새입니다.

특히 중랑천~한강 합류지점(서울시 지정 철새보호구역)과 양재천~탄천 합류지점(서울시 지정 생태계보전지역)은 밤섬 이상의 탐조 포인트로 추천할 만합니다. 지난 주말에 확인해보니 아직까지 많은 수가 남아있더군요. 두 곳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야생오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청둥오리(중랑천)
ⓒ 박정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청둥오리입니다. '서울 촌놈'들도 누구나 청둥오리는 알고 있을 정도죠. 반짝반짝 윤기 나는 초록색 머리를 가졌습니다. 바로 이 친구가 집오리의 원종이라는군요.

▲ 흰뺨검둥오리(중랑천)
ⓒ 박정민
두 번째로 쉽게 볼 수 있는 흰뺨검둥오리입니다. 겨울철새로도 텃새로도 구분됩니다. 야생오리 중 텃새는 이 친구 외에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텃새화된 일부 청둥오리가 있을 뿐이지요. 암수의 외모가 거의 똑같이 수수합니다.

▲ 쇠오리(중랑천)
ⓒ 박정민
쇠오리는 초록색 태극무늬를 뺨에 수놓았습니다. 야생오리 중 가장 몸집이 작은 축이라 덩치 큰 친척들과 함께 있으면 새끼 같아 보이기도 하지요. 겨울철에는 암수의 외모 차이가 이렇게 분명합니다.

▲ 고방오리(중랑천)
ⓒ 박정민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는 고방오리입니다. 갈색과 흰색이 맵시 있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유난히 긴 꼬리도 멋을 더하는군요.

▲ 넓적부리(중랑천)
ⓒ 박정민
넓적부리는 이름 그대로 유난히 커다란 부리가 특징입니다. 이 친구와 흰죽지류는 이름에 '오리'가 들어가 있지 않아서 이름만 들어본 사람은 영 다른 종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색깔만 다르지 암컷도 부리 크기는 똑같습니다.

▲ 홍머리오리(탄천)
ⓒ 박정민
적갈색 머리에 인도 사람처럼 이마에 노란색 점을 찍었다면 홍머리오리입니다. 탄천 일대에서 자주 보입니다.

▲ 알락오리(중랑천)
ⓒ 박정민
알락오리는 수컷도 매우 수더분한 차림새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오리류 암컷과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탓에 인기도 없는 편이지만, 외모로 생명을 차별해서는 안되겠죠.

지금까지는 모두 잠수를 하지 않고 수면에서 '스노클링'만 하는 수면성 오리들이었습니다. 이제부터 물 속 깊이 '다이빙'을 전문으로 하는 잠수성 오리들을 소개합니다. 잠수성 오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보다 깊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이겠지요. 한강 한가운데에 앉아있다면 청둥오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 비오리(탄천)
ⓒ 박정민
오리계의 비, 대표적인 잠수성 오리인 비오리입니다. 비오리류는 암수 모두가 패션 감각을 자랑합니다. 왼쪽이 암컷, 오른쪽 둘이 수컷입니다. 암컷은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썼죠? 삐죽삐죽한 펑크머리가 특이합니다.

▲ 흰죽지(중랑천)
ⓒ 박정민
흰죽지는 부위별로 완전히 다른 깃털 색과 함께 유난히 빨간 눈이 특징입니다. 댕기흰죽지와 함께 대식구가 주로 중랑천 하구에서 겨울을 납니다.

▲ 댕기흰죽지(중랑천)
ⓒ 박정민
댕기흰죽지와 흰죽지는 사촌간이지만 외모는 많이 다릅니다. 흑백의 깔끔한 치장, 단추같이 노란 눈, 작은 체구에 댕기까지 영락없는 오리인형입니다. 캐릭터로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이상으로 10가지를 추려보았습니다만 아직도 수십 종이 남았습니다. 이 다양한 오리 종류를 시험공부하듯 외울 필요야 없겠지요. 종을 잘 식별하는 능력과 자연사랑의 마음이 꼭 비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데 청둥오리 하나밖에 모르는 것도 조금은 무관심이 아닐까요? 우선 마음에 드는 몇 종류만 기억해놓고, 그 다음은 천천히 알아가면 될 일입니다.

새 뿐 아니라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알면 더 보이고, 더 보이면 더 관심이 가고, 그렇게 관심으로부터 이해와 공존의 지혜가 싹트게 된다는 이치가 사람 사이에서만 통할 리 만무합니다.

지난 2월 2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에 우리나라를 찾는 청둥오리와 쇠오리의 개체수가 무려 1/10까지 감소했다고 합니다. 주된 이유는 이들의 서식처인 습지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새만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은 시베리아까지의 머나먼 여행 부디 무사히 마치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이들을 다시 맞이할 수 있는 우리나라이기를 기원합니다.

오리는 겨울에만 예쁘다?

오리류는 머리의 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제일 간단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알록달록한 외모를 띠는 것은 대개 겨울철의 수컷만이고, 여름이 되면 수컷도 암컷과 비슷하게 수수한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예쁜 오리만 구경하는 복을 타고난 셈이지요. 본문의 설명은 별도의 표기가 없는 한 모두 겨울철 수컷의 색깔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중랑천~한강 합류지점은 국철 응봉역이나 3호선 옥수역에서, 양재천~탄천 합류지점은 3호선 학여울역에서 각각 도보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승용차는 오히려 짐만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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