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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한 봄철, 소곱창전골 먹고 기운 차리세요
ⓒ 이종찬
사람의 입만큼 간사한 게 또 있을까?

이 세상에 사람의 입만큼 간사한 게 또 있을까? 아무리 맛이 없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배가 무척 고플 땐 꿀보다 더 달디 달다며 허겁지겁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으며 난리를 피우고, 아무리 맛이 좋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배가 몹시 부를 땐 싱겁다느니 짜다느니 비리다느니 하면서 트집을 잡는 사람의 입.

그 어떤 음식을 먹는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그 어떤 음식의 모양과 차림새에 따라, 금세 싹 달라지는 사람의 간사스런 입맛. 대체 사람의 입맛의 끝자락은 어디쯤일까. 꼭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꼭 같은 장소에서 먹어도 먹을 때마다 쬐끔씩 달라지고,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즐거울 때와 슬플 때마다 음식의 맛을 다르게 느껴내는 사람의 정말 간사스런 입맛.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프거나 불러도 끊임없이 사람의 입을 끌어당기는 맛도 있다. 그 음식의 겉모습이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아도, 그 음식을 먹는 집의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낭만적이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맛. 먹어도 먹어도 걸귀처럼 끝없이 먹고 싶고 끝없이 들어가는 그 기막힌 맛!

경기도 광명시 광명시청 뒤 자그마한 식당에 가면 서울 구로구 독산동 우시장에서 매일매일 가져오는 소곱창으로 만드는 소곱창전골의 기막힌 맛을 만날 수 있다. 한숟갈 입에 떠넣으면 속 저 밑바닥까지 시원해지는 국물과 함께 쫀득쫀득 씹히는 고소한 맛의 그 집 소곱창전골은 봄철 나른한 몸의 원기를 북돋워주는 것은 물론 피로까지 싹 가시게 한다.

▲ 이 집 소곱창전골의 밑재료는 전남 보성에서 가져온 채소를 쓴다
ⓒ 이종찬

▲ 보기만 해도 맛갈스럽게 보이는 소곱창전골
ⓒ 이종찬
소곱창의 참맛은 싱싱한 소곱창과 볶아서 쓰는 양념맛

"소곱창은 무조건 그날 그날 나온 싱싱한 것을 써야 누린내가 나지 않아요. 저희들은 이른 새벽 독산동 우시장에 가서 하루 필요한 만큼만 사오지요. 그런 까닭에 어떤 날은 손님이 소곱창전골을 찾아도 없어서 팔지 못하는 때도 더러 있지요. 어떤 사람들은 미리 소곱창을 많이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 소곱창의 참맛이 떨어지지요."

지난달 23일(수) 저녁 7시에 찾았던 '25시 선지해장국'은 선지해장국, 소머리국밥, 콩나물국밥, 도가니전골, 소곱창전골 등을 골고루 취급하는 해장국 전문점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집에서 가장 맛갈스런 음식은 식탁 위에서 구수한 내음을 풍기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소곱창전골이다.

이 집 주인 김정금(46)씨는 "쫄깃거리면서도 고소한 소곱창의 참맛은 싱싱한 소곱창과 볶아서 쓰는 양념맛"이라고 말한다. 이어 "소곱창을 빼고는 모든 재료를 전라도 보성에서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어머니의 밭에서 가져온다"고 귀띔한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앞부터 이곳에서 해장국과 소곱창전골을 조리하고 있다는 김씨는 "20여년째 일산에서 소곱창전골만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동생한테서 모든 조리비법을 배웠다"라며, "소곱창전골은 술을 많이 마신 날 속풀이도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많아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라고 못박는다.

▲ 소곱창은 독산동 우시장에서 매일매일 가져온다
ⓒ 이종찬

▲ 사골을 우려낸 국물이 정말 칼칼하고 시원하다
ⓒ 이종찬
시원한 국물맛과 쫀득쫀득 씹히는고소한 맛

사골을 24시간 이상 우려낸 맛국물을 쓰는 이 집 소곱창전골(대 2만 원, 중 1만5천 원)은 오래 묵은 숙취를 싹 씻어내리는 시원한 국물맛과 쫀득쫀득 씹히는 고소한 소곱창의 맛이 끝내준다. 여태까지 먹어본 음식맛과는 또다른 감칠맛이 있다. 소주 한 잔 들이키며 깔끔하면서도 칼칼한 국물과 함께 떠먹는 소곱창은 먹어도 먹어도 자꾸만 입맛이 당긴다.

사실, 나그네는 그동안 소곱창전골을 아예 먹지 못했다. 역한 누린내도 그렇지만 미끌거리면서도 잘 씹히지 않는 소곱창이 입 안에서만 뱅뱅 돌 뿐 도무지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집 소곱창전골은 누린내는 커녕 부드럽게 잘 씹히면서도 쫄깃하게 스며드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 집 소곱창전골을 맛보면서 소곱창전골의 깊은 맛에 쏘옥 빠져버렸다고나 해야 할까.

이 집 소곱창전골을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 보인다. 먼저 사골국물에 소곱창과 소양을 넣은 뒤 배추, 두부, 호박, 당근, 팽이버섯, 대파, 양파, 매운고추,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등을 넣고 고춧가루를 듬뿍 뿌린다. 이어 이 집만의 비법인 볶은 양념을 넣고 불 위에 올려 보글보글 끓이면 그만.

김씨는 "소곱창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는 찬 물로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자주 씻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그네가 다른 비법은 더 없느냐고 묻자 김씨는 "소곱창을 씻고 난 뒤 소주를 부어가며 몇 번 더 씻으면 누린내가 싹 사라진다"며 빙그시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다른 비법이 한가지 더 있지만 더 이상 가르쳐 줄 수 없다는 투다.

▲ 이 집 소곱창전골은 볶은 양념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 이종찬

▲ 소곱창은 쫀득하고 고소하다
ⓒ 이종찬
"손님에게 음식을 아끼려 하면 안 되지요"

"소곱창에는 효소가 많고 단백질이 풍부해 예전에는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병을 앓은 환자의 몸 조리용으로 많이 사용했어요. 특히 요즈음 같이 온몸이 무겁고 맥이 탁 풀리는 봄철에는 스태미너 보강용으로 소곱창전골이 제격이지요. 저도 비록 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기운이 없을 때면 소곱창전골을 먹고 기운을 차리지요."

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주 한 잔, 소곱창 한 점, 국물 한 수저 떠먹다보니 어느새 소곱창전골과 소주 두어 병이 바닥을 드러낸다. 김씨에게 소주 한 병을 더 시키며 소곱창전골 국물과 소곱창을 조금 더 넣어달라고 하자 "저희집 소곱창전골 맛이 그래도 먹을 만하지요"라며, 냄비에 소곱창과 맛국물을 듬뿍 넣어준다.

나그네가 "이거, 이렇게 많이 주면 남는 게 있나요?"라고 묻자 김씨가 "저희 집 음식이 맛이 있어서 더 먹겠다는 손님에게 음식을 아끼려 하는 것은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의 기본이 아니지요"라 한다. 애써 만든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맙다는 투다. 아니, 덤으로 푸짐하게 주는 소곱창전골만큼이나 푸짐한 이 집 주인의 인심 또한 너무나 살갑다.

이마와 목덜미에 송송송 맺히는 땀방울을 훔쳐가며 소주 한 잔과 함께 먹는 소곱창전골의 쫀득거리는 고소한 맛!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불뚝불뚝 일어서는 것만 같다. 어디 그뿐이랴. 소곱창전골을 거의 다 먹고 난 뒤 냄비에 하얀 쌀밥 한 공기를 엎어 김가루와 참기름을 뿌려 쓰윽쓱 비벼먹는 그 맛도 정말 끝내준다.

▲ 이 집 소곱창전골을 전골은 소주 잡아먹는 귀신이다
ⓒ 이종찬

▲ 소곱창 국물이 배어든 두부의 맛도 기막히다
ⓒ 이종찬
먹어도 먹어도 자꾸만 땡기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소곱창전골의 맛! 그래. 기운 없고 입맛 떨어지는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소곱창전골집으로 가보자. 가서 더부룩한 속이 확 풀어지는 칼칼한 소곱창전골 국물과 쫀득쫀득 고소하게 혓바닥에 착착 감기는 소곱창을 먹어보자. "네가 정녕 소곱창전골 맛을 알어?"라는 말이 절로 입가에 비어져 나오리라.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서울-광명시-철산동-모세3거리와 광명시청 사이-해장국 전문점 '25시 해장국'

※'U포터 뉴스', '시골아이 고향' 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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