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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대행주식회사
전쟁대행주식회사 ⓒ 지식의풍경
<전쟁 대행 주식회사>를 읽어 내려다가 보면 지금까지 가져왔던 용병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돈을 받고 대신 싸워주는 거친 전사들이 아니라 '전쟁 아웃소싱 전문 기업체 직원들'이 용병의 실체다.

아웃소싱은 기업 활동의 어떤 분야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핵심 분야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외부 전문가에게 일을 맡김으로서 비용을 줄이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쟁도 아웃소싱이 되나요? 물론이다. 그리고 이것은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미군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선 이미 병참, 수송, 교육 그리고 복지 같은 영역에서 많은 부분 민간 기업에 맡겨 왔고 이제 전투 임무로 그 영역이 넓혀지고 있다.

사실 중세시대 활약했던 스위스 용병대 같은 사례를 본다면 전투 임무를 민간 기업에 맡겨온 행위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 오래된 습관이었고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전투 임무를 포함한 민간 군사 기업들은 급성장을 이뤄냈다. 단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일 뿐.

어떤 면에선 에어컨 회사와도 같다.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것은 에어컨을 설치하러 오는 기사들이지만 그렇다고 에어컨 회사의 핵심이 설치 기사들은 아니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경영진들이나 개발진들이 에어컨 회사의 핵심일 것이다.

민간 군사 기업들도 총을 들고 현장에서 뛰는 오퍼레이터들을 갖고 있고 그들 대부분은 전직 군인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용병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민간 군사 기업의 핵심은 넥타이와 노트북으로 무장하고 전쟁을 직면하고 있는 고객들을 만나고 있는 컨설턴트들과 그들이 따온 계약을 검토하고 조직하는 회계사, 법률가, 경영자들이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이들이 부각된 것은 이라크 전쟁에서 활약했던 민간 군사기업의 다양한 활동이 목격되면서부터였지만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보면 이미 여러 나라가 주요 고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족 갈등의 비극으로만 알고 있던 유고 내전도 사실은 여러 민간 군사 기업들의 각축장이었고 군사력이 부족했던 파푸아뉴기니는 반군 단체를 제압하기 위해 민간 군사 기업에 오더를 보낸다. 그뿐인가 위기에 닥친 시에라리온에 평화유지군을 보내기 위해 유엔은 민간 군사 기업에 견적을 요청한다.

'안보의 사영화'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도 좋은 시장이다. 표준화된 계약서들도 존재하고 권장 가격도 존재하며 공개 입찰을 통해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문제는 없는가? '시장 논리로 풀어가는 전쟁'에서 저자가 염려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따른 재앙이다.

일반 기업을 봐도 좋은 기업이 늘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며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이 일으키는 여러 문제점을 우리는 보아왔다. 리콜을 회피하는 자동차 회사나 싸지만 해로운 첨가물을 넣는 식품 회사처럼 부도덕한 민간 군사 기업이 일으키는 문제는 그 분야가 전쟁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비할 바가 아니다.

저자는 속담을 응용해서 '전쟁은 민간 산업에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지적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전쟁을 민간 산업에 맡기려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것이 21세기 안보 시장의 현실이기도 하다.

블랙워터를 아시나요?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설 보안업체 종사자들은 약 2만6천명에 이른다.

잘 알려진 회사로는 미국 '블랙워터'사로 적어도 120명 이상의 미국인 직원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상급자로 콜롬비아, 네팔, 우크라이나, 남아프리가 공화국 등에서 고용된 직원들은 하급자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인을 제외한다면 콜롬비아 출신 직원들이 가장 많이 활약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콜롬비아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직접 훈련시킨 군경 출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경우 월 1만 달러, 콜롬비아 인의 경우 월 2500달러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워터'는 미군을 대신해서 테러 위협에 노출된 만큼 적지 않은 희생자를 낳고 있는데 지난 2005년 팔루자에서 저항 세력에 살해된 미국인 네 명은 그냥 '민간인'이라고만 보도되었지만 사실은 '블랙워터' 직원들로 확인되었다.

'블랙워터' 직원들은 전직 특수부대 출신들을 비롯하여 군 경험이 오히려 현역 미군 병사보다 앞서기 때문에 미군에 고용된 이들이 실전에서는 거꾸로 정규군을 지휘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는 민간인에게 치안을 맡긴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 장익준

덧붙이는 글 | 월간 '플래툰' 126호에 실렸던 서평입니다.

2006년 3월 KBS와 SBS가 같은 성격의 스페셜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PMC(민간군사기업)을 다룬 것을 보고 이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쟁 대행 주식회사

피터 W. 싱어 지음, 유강은 옮김, 지식의풍경(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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