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MBC
그야말로 연예 정보프로그램의 홍수 시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발 빠른 연예정보의 현장성과 공신력 면에서 우위를 누렸던 지상파 방송이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성장과 케이블 방송의 득세에 밀려 전성기가 지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그램마다 반복되는 유사한 정보와 소재, 더구나 포맷까지 비슷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저마다 다른 내용이 있지 않고서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생존하기 어렵다. 이런 추세에서 최근 지상파 방송 3사가 내세우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독특화 전략은 바로 진행자들의 통통 튀는 개성에 있다.

연예 뉴스 전달? 그 자체가 퍼포먼스

요즘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 연예 정보프로들을 돌아보면 말 그대로 시장 한복판이 따로 없다. 중앙에 있는 MC와 좌우에 인해전술 식으로 늘어선 리포터들은, 자신의 코너를 소개하는 순간에도 정신없는 수다와 농담으로 시청자의 혼을 빼놓는다. 인터뷰 대상자를 취재하는 동안에 종종 황당한 질문이나 노골적인 '들이대기'로 해당 연예인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근엄해야 할 프로그램의 MC는 한술 더 떠서 패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오히려 패널들을 더 부추기기도 한다. 생방송임에도 대본보다는 진행자들의 입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크게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런 '오버'가 최근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대세이기 때문이다.

ⓒ KBS
연예 정보를 정통 뉴스 전달하듯이 방송하는 고전적인 방식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연예정보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정통 오락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로 흥겹고 발랄한 '쇼'로 진행한다.

대부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가벼운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연예정보프로그램의 특성상, 정보의 현장성이나 사실 유무보다는 전달 방식에서 개성을 추구한다. 패널들의 개성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깔마저 좌우되면서 사실상 요즘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MC나 리포터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정확한 발음이나 안정된 진행보다 통통튀는 '쇼맨십'이다.

노홍철이나 붐, 단지, 장영란, 김태진 같은 연예인들은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엽기 리포터'나 VJ 이미지로 주목받았던 인물들이다. 지나치게 까불까불하고, 수다스러운데다 엽기적인 돌출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이들은 각 방송사의 인기 패널이나 간판 리포터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여성 MC들도 '스타 파워' 인정받나?

특히 최근 MBC <섹션 티비 연예통신>의 새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잡은 현영은 대단히 흥미로운 사례다. 오락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현영이지만, 비음이 섞인 특이한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으로 전문MC를 맡기기에는 사실 단점이 많았다.

그러나 첫 방송 직후, 현영 특유의 적극적이고 발랄한 모습은, 종래 남성 진행자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이미지에만 머물던 기존의 여성 진행자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독창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MC로 단시간에 확고히 자리잡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녀가 진행을 맡은 이후, 종전까지 침체기를 겪던 <섹션>은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연예 정보프로그램 MC의 경우,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진행의 비중이나 안정성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부침도 심한 편이다. MBC<섹션 티비 연예통신>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김용만이나 SBS <한밤의 티비연예>를 진행했던 유정현과 서경석(그는 예전에 <섹션티비>의 진행을 맡기도 했었다), KBS <연예가중계>의 박태호 PD 등이 대부분 장수하는 동안, 하지원, 김유미, 한예슬, 소유진, 성유리, 김정은, 박정아, 장서희, 려원 같은 여자 연예인들은 '언제 MC였나' 싶게 금방 교체됐다.

ⓒ KBS
그나마 대체로 MC로서의 경력이나 전문성을 인정받은 남성과 달리, 여성 MC는 대개 배우, 가수 같은 연예인들이 당시의 인기를 바탕삼아 단발성 계약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개 3개월에서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교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진행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스타성만으로 캐스팅된 탓에, 정작 프로그램에서는 대본 따라읽기에 급급해 남성 진행자의 도움없이는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준비 부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SBS <한밤의 티비연예>와 KBS <연예가중계>를 거치며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이소라 정도가 그동안의 유일한 예외일까.

현재 <섹션>의 진행을 맡고 있는 현영이나, SBS <티비연예>의 남상미도 최근의 상종가에 힘입어 MC의 자리를 꿰찬 경우다. 최소한 현영은 아직까지는 기존의 진행자와 달리, 단순히 자리만 꿰차고 있는 얼굴 마담에 머무르지 않고, 당당히 남성 진행자인 김용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순발력과 재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남상미는 아직 프로그램을 빛내는 '꽃'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준다.

KBS <연예가중계>도 최근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었던 이소라가 물러나고 새로 영입된 카드가 강수정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남성 진행자는 김제동). 강수정은 비교적 전문 MC로서의 경험이 풍부한데다 정통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강수정이 예능 프로그램의 쇼맨십과 뉴스 전달자로서의 안정성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여성 진행자가 프로그램의 보조에 머무르던 시대는 지났다.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을 통틀어 이제 여성 진행자도 남성 진행자와 동등한 능력과 개성으로 승부 하는 시대다. 다양한 개성과 재능으로 승부 하는 MC들의 스타 파워가 프로그램의 인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