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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구귀남 여성인력팀장
한국전력 구귀남 여성인력팀장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남과 똑같이 일한다면 눈에 띌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초 한국전력 승진인사에서 창사 45년 만에 여성으로는 처음 2급 부처장으로 승진, 정식 발령을 앞두고 있는 구귀남(52) 여성인력팀장. 그에게는 85년 공채 출신 여성 1호 과장, 99년 여성 1호 부장 등 항상 '여성 1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는 73년 고졸 사원으로 한국전력에 입사, 여러 사업소를 거치면서 30년 넘게 영업 현장에서 근무해왔다. 2004년 성동 지점에서 영업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서울지역본부 업무 평가에서 고객 만족도와 수요관리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여성인력팀장(3급)으로 발령받으며 30여 년 동안 몸담았던 영업 현장을 떠나 처음으로 인사업무를 맡을 때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은 연구를 해서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여성 관련 서적들을 공부하며 새로운 정책을 연구해냈다.

구 팀장이 맡고 있는 여성인력팀은 조직 내 성 평등 의식 향상과 모성 보호를 위한 연구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부서다.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 지침에 따라 1년에 두 번 정기적인 성희롱 예방교육 외에도 사이버교육에서 월 1회 양성평등 교육시간을 둬 직장 내 성차별 문화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여직원들의 큰언니로서의 멘토 역할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항상 여직원들과 이메일 및 면담을 통해 자주 만남을 가지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9명, 올해 12명 등 과장 이상 간부급 여성이 매년 증가하고 올해 최초로 공채 출신 기술직에서 여성 간부 3명이 탄생한 것도 구 팀장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현재 12%에 불과한 조직 내 여성 비율을 공기업 여성채용할당제 기준치인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 기술직의 비율이 78%라 이공계 여성 사원의 진출이 부족하지만 현재 사무직 여성 비율이 40%를 넘어섰고 신입사원에서 여성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5년 후면 30% 달성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낙관했다.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상하 동료 간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자신도 입사 후 방송통신대를 다니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솔선수범했다. "자신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퇴근 시간 후는 철저히 개인시간"이라는 자기 중심적인 여성들을 볼 때 안타깝다는 그는 "왕따는 자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입사하면서 '결혼하면 퇴직하겠다'는 서약서를 써야했던 70년대 고졸 여사원으로 입사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부장 승진에서 3년 연속 실패했을 때는 좌절감에 부닥쳤지만 "절대 포기는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헤쳐왔다. 그는 "입사 시험에 합격한 것만으로 자만심에 빠지는 신입사원들이 많더라"면서 "자기를 낮추고 조직 문화에 적응하며 최선을 다하면 알아주는 때가 온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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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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