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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텔레비전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스포츠 현장을 안방에 그대로 전달해주는 아나운서와 해설가의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5일 도쿄돔에서 열렸던 우리나라와 일본의 야구경기에서 3-2로 짜릿한 역전승를 맛봤습니다만 사실 경기가 진행된 3시간 30분 내내 긴장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찌감치 한일 빅게임을 보기 위해 아내와 아들, 그리고 저는 야구경기가 열리는 'TV 스타디움'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1회 말 첫 일본 공격부터 선취점을 내주자 불안해졌습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기가 꺾이면 안 되는데."

그러나 하일성 KBS야구해설위원은 지고 있는 우리 팀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는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나, 2회 가와사키 선수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2점차로 벌어졌을 때에도 우리 팀에 대한 믿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3점은 따내야 승리팀이 정해질 거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하 위원도 해설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4회말 일본 공격 만루상황에서 니시오카의 3루타성 타구를 이진영 선수가 다이빙으로 잡아내자 "이거 못잡았으면 경기 끝났어요" 라며 흥분을 그대로 표출했거든요. 그는 우리 팀의 호수비로 형성된 분위기가 그대로 5회초 좋은 공격으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야구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했던가요? 5회 박진만 선수의 안타와 조인성 선수의 몸에 맞는 볼에 이어 김종국 선수의 번트성공이 매끄럽게 이어졌고, 이병규 선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었습니다.

6, 7회 투수전이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스코어는 그대로 1:2를 유지했습니다. 이제 우리 공격 기회는 8회와 9회 단 두 번뿐이었습니다. 갑자기 불안이 밀려왔습니다. 일본 투수들의 노련함과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과연 경기를 뒤엎을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하 위원은 "우리 팀은 충분히 3점 정도는 낼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이런 배짱이 나오는지 저는 순간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믿음은 8회 초 곧바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마술 같았습니다. 이종범 선수의 안타에 이어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가 시원한 투런 홈런을 날려버리지 않았겠습니까? 우리 집이 ‘와~~’하는 환호성으로 뒤덮였고, 서로 손바닥을 치며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경기는 3대 2로 순식간에 뒤집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 야구의 심장부인 도쿄돔에서 한일전 해설을 맡은 하 위원의 속은 더 까맣게 타들어갔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못지않게 말이죠.

하지만 위기에서도 끝까지 한국선수들의 저력을 믿었던 긍정적인 해설과 경기를 쉽게 이해시키는 탁월한 분석력은 "역시 하 위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적당한 말투, 때론 경기흐름을 날카롭게 풀어내는 전문가의 견해, 그리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경기를 몰입하게 한 하 위원의 야구해설은 이번 한일전의 맛을 더 진하게 만들었습니다.

"야구는 볼 하나에 달려 있어요. 야구는 모르는 거예요~" 라는 하일성 해설위원의 야구철학이 그대로 투영된 WBC 아시아 예선 한일전. 정말 멋진 경기와 멋들어진 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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