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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수고와 시간만 할애하면 각종 반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약간의 수고와 시간만 할애하면 각종 반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민철·명희씨 커플은 김치냉장고와 에어컨, 디지털TV를 포함한 가전제품 일체를 반품쇼핑몰에서 구입했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각종 전자제품을 구입한 탓에 애초 예상보다 돈이 많이 남았다.

둘은 이 돈으로 동남아로 계획했던 신혼여행을 호주로 업그레이드시켰고, 그래도 얼마간의 돈이 남아 신혼생활 초기 비상금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변심으로 인해 판매처로 되돌아온 상품, 즉 반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점포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그 특성상 디자인과 색상에 대한 불만, 사이즈 불일치 등의 이유로 반품되는 상품이 적지 않다. 홈쇼핑이 태동하던 시기에는 반품률이 30%에 육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홈쇼핑 구매경험자가 늘어나고, 충동구매도 줄었지만 아직도 10% 정도의 상품은 반품이 되어 돌아온다. 반품쇼핑몰은 바로 이런 반품들을 정상가의 최저 10%에서 최고 80%까지 할인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반품쇼핑몰의 가장 큰 매력인 셈.

반품쇼핑몰 역사는 아직 일천하다. 지난 2003년 봄 오픈한 반품닷컴(대표 이원용)이 한국에선 최초고, 이후 3년 남짓의 기간 동안 10여 개의 반품판매 사이트가 줄줄이 생겨났다. 미국과 유럽의 반품거래 시장 역사가 20년에 가까운 것을 감안하면 많이 늦었다. '새것'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구매 패턴 탓이다.

하지만, 사려고 하는 상품에 대한 구매계획을 미리 세우고, 반품판매 사이트의 정보를 꼼꼼히 검색하는 수고만 아끼지 않는다면 새것 못지 않은 반품을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반품쇼핑몰 운영자들은 조언한다.

반품닷컴 이원용 대표는 "판매되는 것들은 홈쇼핑에서 소비자들의 단순변심으로 되돌아온 제품이 대부분"이라며, "노트북과 컴퓨터 관련 주변제품은 포장이 개봉되지도 않은 채 반품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귀띔한다.

의류와 보석, 전자제품이 반품률 높아... 단순 변심이 가장 큰 반품 이유

한국 최초의 반품거래 사이트인 '반품닷컴'.
한국 최초의 반품거래 사이트인 '반품닷컴'. ⓒ 반품닷컴
국내 최대규모의 홈쇼핑업체인 GS홈쇼핑 홍보실의 설명도 이와 일치한다. "보험, 여행처럼 무형의 상품은 반품이 아예 없고 식품도 반품되는 경우가 적지만, 보석과 의류 등은 아직도 반품률이 높고, 단순 변심으로 인한 전자제품의 반품도 일부 있다"는 것.

GS홈쇼핑의 경우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색상과 디자인 불만 등의 이유로 반품된 제품은 개별 제조업체로 되돌려보내거나, 공개판매 행사를 통해 소화한다. 이중 일부는 사회복지시설에 기증되기도 한다.

반품쇼핑몰은 이런 반품들을 업체로부터 구입해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고 있는 것.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직접 물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부연이다. 이는 반품쇼핑몰의 공신력과 파급력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

그렇다면, 반품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제품은 뭘까? "노트북 컴퓨터와 MP3 등의 첨단제품"이라는 게 이원용 대표의 설명. "선글라스 등의 패션잡화도 반품시장에 진입해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그는 부연한다. 반면, 의류와 보석 등의 반품거래는 현재로선 거의 없다고 한다.

반품쇼핑몰이 처음 생겨났을 때는 20~30대 젊은층이 주고객이었지만, 최근엔 백화점과 대리점 등을 이용해온 50~60대 이상의 중년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회사를 찾은 60대 후반 할아버지가 '괜찮은 PDP가 좋은 가격에 들어오면 꼭 연락해달라'는 부탁을 남겼다"며 웃었다. 겉치장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알뜰쇼핑족'의 저변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품쇼핑몰이 매달 20% 가량의 초고속 매출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려움과 난관도 없지 않다. 소비자들의 의식저변에 깔려있는 "어쨌건 이건 다른 사람이 먼저 손 댄 물건 아닌가"라는 인식을 극복해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반품닷컴의 경우엔 이를 상품에 대한 철저한 정보공개로 정면돌파하고 있다. 판매되는 물건이 어디에서 팔다가, 어떤 이유로 반품되었는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물론, 정상가와 할인판매가를 일목요연하게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와 관련해 "속아서 산 반품 때문에 고생했던 체험담도 공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비단 반품닷컴과 재고몰, 리퍼브샵과 빽샵 등 반품전문 사이트만이 기울이는 노력은 아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반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국내 유수의 인터넷쇼핑몰인 옥션과 G마켓, d&shop 등에서도 반품을 모아 판매하는 코너를 잇따라 만들었다. 이는 향후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품시장 규모 2~3조원...공신력 갖춘 반품쇼핑몰의 활성화 필요

모든 상거래가 마찬가지겠지만, 반품을 사고 파는 일에도 신용과 고객에 대한 약속준수는 기본 중 기본. 반품거래 쇼핑몰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잠깐의 눈속임이나, 약삭빠른 임기응변으론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반품쇼핑몰은 새것이 아닌 반품을 판매하는 것이니 만치 이런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반품시장 규모는 2~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반품'이란 이름으로 거래되는 것들은 1~2%에 불과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는 나머지 반품들이 새것으로 둔갑해 음성적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실속 있는 쇼핑의 확산을 위해서도 공신력과 정직성을 갖춘 반품쇼핑몰의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우리는 서있다.

한편, 반품을 구입할 때는 ▲정확한 제품정보 파악 ▲계획에 따른 구매 ▲애프터서비스 기간 확인 ▲유통기간·보증기간의 인지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대금부터 결제하는 건 위험하다. 반품구입은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쇼핑몰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반품쇼핑몰 중 옥석을 가려내는 건 소비자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설명과 제품이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미니인터뷰] 반품닷컴 이원용 대표

▲ 이원용 대표
ⓒ반품닷컴 제공
10년 이상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일해온 반품닷컴 이원용 대표는 일찌감치 반품거래의 활성화를 예상했던 사람이다. 한국 최초로 반품쇼핑몰을 개설한 그가 반품에 관련한 각종 궁금증에 답해줬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싼값에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반품구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떤 품목이 할인율이 높은가?
"가전제품 등 정형화된 제품은 할인율이 낮다. 반면, 패션잡화와 건강보조식품 등은 비교적 할인의 폭이 크다. 할인율이 높은 것일수록 꼼꼼히 정보를 파악하고, 유통기한 등을 정확히 확인하는 소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 당신은 반품전문가다. 반품구매의 노하우를 소비자들에게 알려달라.
"딱 2가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 첫째는 제품별, 브랜드별로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차이가 나는 AS기간을 체크하는 것이다. 둘째는 인터넷 등에 올려진 제품의 정보와 실제 제품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판매된 반품이 다시 반품되는 경우도 있는지.
"재반품율은 1% 정도로 매우 낮다. 구매계획 단계부터 꼼꼼하게 비교하고, 살피는 반품구매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 향후 반품쇼핑몰은 어떤 형태로 변화하게 될까?
"반품된 제품이 실시간으로 분류되고, 재포장 돼 즉각적으로 판매되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 본다. 되돌아온 제품이 창고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속도감 있게 반품판매를 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만이 아닌 매장에서의 반품판매도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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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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