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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피해자 조사차량이 도입된 지 만 1년이 되었다. 이동식 조사차량은 성폭력 등 여성 피해자들이 피해자 진술을 위해 경찰서에 출입할 때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을 감안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용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 이동식 조사차량 외관
ⓒ 남해길
대구지방경찰청 시민인권보호단은 2월 24일 대구에서 유일하게 이동식 피해자 조사차량을 운영중인 대구동부경찰서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했다. 지난해 3월 8일부터 운영된 이후 총 이용실적은 80여건. 이 중 10% 정도만 강간 등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사과 관계자는 실제 이 차량이 피해자 진술만을 위해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령 형사들의 매복, 잠복 등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도 자주 이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피해 여성들이 이동식 조사 차량의 이용을 꺼릴 경우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동식 조사 차량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이 내세우는 이동식 차량의 장점은 차량 외관이 일반 승합차와 다를 바 없다는 것. 경찰표식이 없으므로 일반 사람들이 볼 때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외관을 들여다보면 이 차량이 수상한 차량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일단 커튼이 쳐져 있다. 일반인으로 하여금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의구심과 함께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진술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를 살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차량 유리를 가로막고 있는 파이프 봉은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동식 차량이 범인 호송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아니라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진술을 하는데 지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차량을 둘러본 대구경찰청 시민인권보호단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 차 안
ⓒ 남해길
한편 이 차량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부서가 형사과라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형사과에서 이 차량을 관리하기 때문에 수사를 위한 잠복, 출동 등 다분히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일에 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필요에 따라 형사활동에 지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청소년계가 이 차량에 대한 1차적인 관리책임을 맡는다면 좀더 효율적이고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목적에 적절히 사용될 가능성은 더욱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당초 홍보했던 취지에서 벗어난 전시 행정식 이동식 차량운행은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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