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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나씨의 만화 <레드문>
황미나씨의 만화 <레드문> ⓒ 김종성
황미나씨의 만화 <레드문>은 바로 그 양극화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레드문>을 보면 시그너스라는 외계 행성이 등장하는데 시그너스는 오래 전 지구에서 한 문명이 그 곳으로 건너가 건설한 행성이다. 지구력 서기 1998년은 시그너스 태양력 3030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시그너스는 지구보다 과학이 발전돼 있지만 왕정체제다. 그리고 권력의 꼭대기에는 과학자 아길라스가 있다. 그는 반란을 통해 전설의 태양이라 불리던 필라르를 축출하고 아즐라를 꼭두각시 왕으로 세우고 독재를 시작한다. 아길라스의 독재는 시그너스를 양극화의 극단으로 밀고 나갔다.

높은 계급 사람들은 하늘 위에 떠다니는 천공의 성에서 넘치는 풍요 속에 살았고 헐벗고 굶주린 대다수 사람들은 땅에서 죽도록 노동하며 그 노동의 대가마저 천공의 성 사람들에게 착취당했다. 땅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란 고작해서 천공의 성에서 땅으로 버리는 먹다 남은 깡통음식뿐이고 사람들은 그것이라도 죽으로 끓여 먹으며 삶을 연명했다.

땅과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돼 식물도 거의 자라지 않고 물고기들은 모두 등이 휘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는 그들은 등이 휜 물고기라도 잡아서 먹어야 하는 상태다. 시그너스의 과학문명은 소수의 엘리트 권력집단들에게는 윤택한 삶을 주었지만 그들의 윤택한 삶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절망일 뿐이었다.

땅과 바다는 무차별적인 개발과 착취로 인해 오염되었고 그 오염은 다시 땅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왔다. 그들은 전설의 태양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병들거나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암울한 미래도시의 모습이 바로 시그너스 태양력 3030년의 모습이었다.

지구력 서기 2006년

평화를 꿈꾸던 지구인들의 바람과 달리 새천년은 고통 받던 민중들 속에 자라난 어떤 씨앗들에 의해 세계무역센터가 폭파되면서 시작되었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시작되었다. 피로 얼룩진 새천년은 여중생 2명을 탱크로 무참히 깔아버리기도 했으며 2003년 미국은 또 다시 이라크를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그 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고 2006년 미국은 또 다시 한반도에 주둔해 있는 미국의 역할을 방어에서 기동타격대로 전환하며 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전 세계 어디를 보아도 무고하게 죽어가는 아이들과 여자들, 노인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포탄에 맞아 죽고 팔 다리가 잘려 나갔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어갔다.

한반도의 황우석 사태는 그 사태의 진실과 무관하게 과학만능주의의 위험성을 확인시켜주었으며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생명공학의 이면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어도 돈이 없는 사람은 구입할 수 없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비정규직은 해가 갈수록 늘고 물가는 계속 올랐다. 소수의 사람들은 넘치는 부를 더욱 늘려갔고, 세계는 점점 더 가속을 내며 부유한 소수의 사람들과 가난한 대다수의 사람들로 양분화 돼 나갔다.

현재는 미래로부터 온다

우리는 지구력 서기 2006년에 이미 시그너스 태양력 3030년을 바라본다. 천국은 완성되지 않았고 지옥 또한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도래해 있다. 시그너스 태양력 3030년은 이미 지구력 서기 2006년에 강한 영향을 미치며 작동하고 있으며 이미 우리는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고 자신도 모르게 착취당하며 천공의 성을 만들어가는 그들을 부러워만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미래로부터 온다. 그리고 현재의 싸움은 미래에 관한 싸움이다. 우리의 미래는 어디를 향해 있는가? '양극화의 극단'에 있는가? 아니면 '생명과 평화와 평등의 세상'인가? 그 미래로부터 현재는 불어오고 있다.

레드문 1

황미나 지음, 학산문화사(만화)(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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