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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내 유일한 외주위탁 고용직인 KTX 여승무원들이 오는 3월1일 철도노조의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철도공사 내 유일한 외주위탁 고용직인 KTX 여승무원들이 오는 3월1일 철도노조의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 우먼타임스
[감현주 기자] KTX 여승무원들이 3월1일 파업에 나선다.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달려온 그들이 파업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먼타임스는 KTX 여승무원의 하루를 밀착 취재해 그들의 요구사항을 조명해 보았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밤 12시 부산에 도착해 숙소에 들어가 누우면, 채 5시간도 못자고 일어나 다음날 KTX를 타야 합니다. 다음날 다시 서울에 도착해도 일은 끝나지 않고 또다시 부산을 향해 가야 합니다. 어떤 때에는 이런 일정이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갈 때도 있습니다."

경력 3년차 이선희(28·가명)씨의 한 달 스케줄은 빈틈이 없다. 남자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 승무원들끼리 '첫박'이라고 부르는 야간열차. 첫박을 타고 다음 날 서울에 다시 오더라도 부족한 인원 대신 예비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열차를 타야한다.

그나마 부산행은 다행이다. 역사 내 숙소가 없는 곳에서의 일박은 '여인숙'과 다름없는 곳에서 지내야 한다. 최근 들어 호남선 승무원 탑승 숫자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면서 일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장애인이나 응급환자가 승객으로 탑승해 이들의 이동편의나 안전관리를 우선적으로 챙기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승객들의 불만이 터진다. 지난 설 연휴. 철도공사는 예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KTX 입석을 결정했고, 특실에서는 '셀프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승객들의 불만과 불편은 고스란히 승무원들이 떠안아야 했다.

"저희를 관리하고 있는 철도유통(구 홍익회)이 업무 경험이 없어 정말 힘들었어요. 갈수록 KTX 운행횟수는 늘어나는데 승무원 숫자는 그대로이니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죠. 승객들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해 더욱 속상합니다."

이씨는 지난 2004년 1월. 오로지 승무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대한항공과 KTX에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각각 면접시험에 붙었다. 실제 항공사 승무원 출신 경력자들도 눈에 띄었다. "KTX에 들어오면 10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회사 측 얘기와 민간항공사보다는 KTX 입사를 권유하는 주변의 이야기를 참고해 그도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한다는 꿈에 부풀어 고속철도 개통을 함께했다.

"당시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떠들었잖아요. 지상의 스튜어디스다, 고속열차의 꽃이다 했지요. 하지만 1년 단위로 재계약하고 몇 년을 재계약해도 월급은 140만원 정도인 비정규직입니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업무성과나 인센티브는 정규직 팀장에게 주어집니다. 임금체불이나 성과급 미지급 등 급여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승무원의 서비스는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는데, KTX 서비스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게 말이 되냐고요."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교육. 이씨는 방송안내, 메이크업, 화법회화, 친절교육 등 승무원의 기본인 서비스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때문에 입사 때와는 달리 전문직이라는 직업의식과 자부심이 위축됐다.

"대대적인 언론 홍보에 힘입어 출발한 KTX 1기는 그나마 지역 열차 대기 시간에 팀끼리 벚꽃놀이나 지역축제를 둘러보는 등 나름의 추억이 있어요. 그런데 1기들이 결원하면서 생긴 인원을 채우기 위해 소수로 채용되는 2, 3, 4기는 이런 심리적 보상도 없어요. 저는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승무원이 꿈이었고, 또 계속 일하고 싶어요. 아마 386명 모두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KTX 승무원의 꿈은 일회용이 아닙니다."

"정규직 채용·체불임금 지급하라"
KTX 여승무원 삼일절 철도노조 파업 동참

철도공사 내 유일한 외주위탁 고용직인 KTX 여승무원들이 오는 3월1일 철도노조의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KTX 여승무원 지부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실시된 파업찬반 투표결과 386명의 조합원 중 345명(88%)이 찬성,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KTX 여승무원들의 요구 조건은 크게 4가지. ▲철도공사 정규직 직접 채용 ▲체불임금 지급 ▲노조 탄압중지 ▲인력충원 등이다. 특히 여승무원들은 단체협약 미적용으로,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수습기간 급여와 상여금, 유급휴일, 포괄임금산정제(2004년 192시간, 2005년 183시간 초과 시 초과수당 미지급)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 측은 "2년 전 KTX가 개통된 이래 인권유린, 저임금, 2인승무제 등 외주위탁사의 과도한 임금 착취로 말 못한 고통과 서러움을 겪었다"면서 "조퇴, 휴일, 연차수당, 후생복리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뿐 아니라 승무원 피복이나 물품 지급 등도 열악해 현재 1기 승무원들은 두 벌의 스커트로 18개월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민세원 지부장은 "철도공사가 만성적자를 극복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KTX 여승무원의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형태인 고용 위탁을 실시했다"면서 "이는 승무원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여성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승객인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우습게 보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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