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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 경찰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무궁화클럽 전경수 회장과 노철환 대변인이 14일 경찰공무원법 재개정 움직임에 대해 "근속승진을 다시 축소하는 쪽으로 재개정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반대는 물론 경찰대학 폐지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하위직 경찰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무궁화클럽 전경수 회장과 노철환 대변인이 14일 경찰공무원법 재개정 움직임에 대해 "근속승진을 다시 축소하는 쪽으로 재개정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반대는 물론 경찰대학 폐지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본권이 뭔지도 모르는 간부들에게 과연 수사권을 줘야겠습니까. 하위직 경찰은 말도 못하게 하고 행동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신노예 경찰제도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15만 경찰조직의 '항명 사태'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말 허준영 전 경찰청장 사퇴로 시작된 청와대를 향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과 전·현직 하위직 경찰관 8천여명을 회원으로 둔 무궁화클럽(회장 전경수)은 14일 현직 경찰관 12명의 이름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입법보완을 지시한 경찰공무원법 때문이다. 무궁화클럽 회원들은 노 대통령이 사실상 하위직 경찰관들의 진급을 가로막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 간부보다 검사에게 수사지휘 받겠다?

앞서 지난 달에도 일선 경찰관이 개인 이름으로 노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돌출행동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1월 10일 경찰청 소속 유아무개(37) 경감은 농민사망에 대한 경찰의 일방적 책임론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신의 경찰 모자를 청와대에 소포로 보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중랑경찰서 김아무개(40) 경사가 일선 경찰의 애환을 기록한 자신의 저서 <야누스일기-경찰현장 이야기>를 등기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60년 경찰 역사상 초유의 '항명 사태'엔 수뇌부의 지휘도 속수무책이다. 경찰청은 지난 1월 무궁화클럽을 '사조직'으로 규정하고 탈퇴를 종용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러나 이에 하위직 경찰관들이 "인권 침해"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논란만 커졌다. 무궁화클럽은 경찰지휘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인지 일선 경찰관들의 원망은 수뇌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하위직 경찰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간부들을 향해 '무능력자'라는 감정섞인 돌팔매질도 서슴지 않는다. "법을 모르는 경찰 간부보다 검사 지휘를 받는 것이 낫다"며 경찰 조직을 비하하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14일 무궁화클럽이 발표한 성명에는 간부들에 대한 하위직 경찰관들의 이같은 원성이 가득 담겨 있다.

"요즘 하위직 경찰 단위에서 나도는 말은 '수사도 한번도 해보지 않는 수사실무 경험없는 간부들은 수사라는 용어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대부분 하위직 수사경찰은 수사경험 없는 상사에게 수사지휘를 받는 것보다 검사에게 지휘받는 것이 사실적으로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속승진 손대면 수사권 조정도 없다" - "같이 죽자는 거냐"

하위직 일선 경찰관들의 이런 반발은 경찰 조직이나 간부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더욱이 이들은 근속승진 연한이 현재 개정된 경찰공무원법(경장 6년, 경사 7년, 경위 8년)보다 더 늘어날 경우 수사권 조정 반대는 물론 경찰대학 폐지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근속승진 연한을 낮추지 않은 채 수사권 조정만 이뤄지면 간부들만 좋을 뿐이라는 논리다.

하위직 경찰관들이 '60년 경찰의 숙원'이라는 수사권 조정까지 볼모로 삼아 공세를 펼치자 조직 내부에서조차 "심하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무궁화클럽 홈피에 남긴 글에서 "근속승진을 빌미로 수사구조개혁과 경찰대 폐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아둔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경찰관도 무궁화클럽의 성명을 '자폭테러범'에 비유하며 "같이 죽자는 것이냐"고 흥분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이택순 신임 청장이 취임하면서 3개월간 이어진 수뇌부 공백 사태를 끝내고 조직을 안정시킬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지휘부를 향한 항명 사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 신임 청장이 어떻게 조직을 추스려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의 근속승진 연한 논란과 관련 하위직 경찰관들의 항명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 퇴임식.
경찰의 근속승진 연한 논란과 관련 하위직 경찰관들의 항명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 퇴임식.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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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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