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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달 중순 경 시내에 있는 성형외과에 갔습니다. 이마에 있는 작은 사마귀를 없애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사마귀에 대한 수술 상담을 마친 후 생각지도 않았던 쌍꺼풀에 대해 여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저도 쌍꺼풀 수술하면 괜찮을까요?”

한참 바라보시던 의사 선생님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으셔야겠습니다.”
“이유는 뭐지요?”
“쌍꺼풀은 젊은 사람일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래도 아직 40대 중반인데...’ 혼자 중얼거린 후,

“그래도 지금 모습보다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선생님! 그럼 해 주세요!”

그렇게 수술이 결정되었고, 쌍꺼풀이 만들어졌습니다. 쌍꺼풀이 생긴 자리엔 살색 테이프가 단단하게 붙어 있어 확인할 수 없었지만 기분은 상쾌했고 뿌듯했습니다. 쌍꺼풀이 만들어진다고 다 미인이 되고 예뻐지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쌍꺼풀 수술을 해 버린 제 눈을 보더니 목소리를 높여 말했습니다.

“박 영자, 많이 변했다. 정말 많이 변했어! 며칠 전엔 백삼십 만 원짜리 밍크 옷을 사오더니 이번엔 백만 원짜리 쌍꺼풀 수술이야. 예전엔 만원 쓰는 것도 아까워했던 사람이 카드를 그었다 하면 일곱 자리 숫자네.”

그리곤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아내를 위해선 무엇이든 아까워하지 않았던 남편이었지만 예고도 없이 수술을 해버린 건 미안했고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현금 백만 원을 남편에게 내밀었습니다. (수술대금을 남편의 카드로 결재했음)

“수술비예요. 카드 대금 갚아요.”
“내가 갚을게. 당신이 예뻐진다면 그것으로 빚은 갚은 거나 마찬가지야 알았지!”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월급을 각자 관리하고 있음)

순간 너그럽게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남편의 사랑에 눈물이 났습니다. 사실 남편은 20년을 살면서 언성 한 번 높이지 않고, 철없는 투정을 존중해 주며 예쁘게 바라봐 주었습니다. 가끔 저를 구제(?)해 주었다는 말로 쌓인 원망을 쓸어내리며 웃기만 했었는데 그런 남편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밤 쌍꺼풀 수술비로 마련해 두었던 백만 원과 비상금을 보태 남편의 양복주머니에 살짝 넣어놓고 잠자리에 누워 20년 부부로 살아왔던 날들을 돌아보았습니다.

부부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탓하지 않고 이해와 사랑으로 채워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 가정이 행복한 모습으로 울타리를 지켜 올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의 힘이었음을 고백하면서 가끔은 남편도 맘 놓고 기댈 수 있는 등받이가 되는 아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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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방문 후 놀랬다. 한창 나이 사십대에 썼던 글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니..새롭다. 지금은 육십 줄에 접어들었다. 쓸 수 있을까? 도전장을 올려본다.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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