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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민간전통공예인 죽편(竹編)으로 제작한 등 조형물. 죽편을 이용하여 올해 처음 제작했다.
쓰촨 민간전통공예인 죽편(竹編)으로 제작한 등 조형물. 죽편을 이용하여 올해 처음 제작했다. ⓒ 모종혁
인구 9천만 명인 중국 서남부 쓰촨성에서 300여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 쯔공[自貢]. 쓰촨성 수도인 청뚜시[成都市]에서 2시간 반 거리인 쯔공에는 매년 음력 1, 2월이면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가까이는 청뚜, 충칭에서 멀리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지까지 머나먼 여정을 마다않고 길을 나선 관광객들이 이 작은 도시를 찾는 것은 특별한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쯔공시 야경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른바 등축제(燈會, 덩후이)의 등 조형물.

쯔공시에 들어서자마자 도로 양쪽에 줄지어 걸려 있는 홍등(紅燈),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 변과 다리를 장식한 수십 개의 등 조형물, 축구장 10배 크기의 등축제공원의 등 전시물이 쯔공의 밤을 수놓아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쯔공 등축제에 '대장금'까지 등장

등축제공원에서 각종 등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등축제 전문 장인들. 쯔공 등축제 조형물들은 작년 12월부터 제작되어 1월 16일 모두 완료되었다.
등축제공원에서 각종 등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등축제 전문 장인들. 쯔공 등축제 조형물들은 작년 12월부터 제작되어 1월 16일 모두 완료되었다. ⓒ 모종혁
쯔공시 중심가에 위치한 등축제공원[彩燈公園]. 특별난 주제가 있고 형태가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된 등축제공원에는 매일 밤마다 밀려드는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16개 등제작 회사가 만든 106개의 다양하고 화려한 등 조형물은 등축제공원을 휘황찬란하게 수놓으며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등축제장의 등 조형물은 비단, 섬유유리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주제의 상징물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불교, 도교 등 종교적인 소재에서 신화, 민간풍습, 고전명작, 이국풍경 등 기발한 내용을 주제로 한 등 조형물을 해마다 선보여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과 함께 베이징에서 온 진하이슝(金海雄·32)은 "등축제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쯔공을 찾았다"면서 "베이징이나 다른 지방에서도 등축제가 열리지만 쯔공의 등축제가 가장 규모가 크고 등 조형물도 섬세하고 기발하다"고 말했다.

청뚜에서 친구와 함께 온 리자(李佳·23·여)는 "재작년에도 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소재의 등 조형물을 선보여 신선하고 놀랍다"며 "특히 올해에는 한국드라마 <대장금>과 쓰촨 민간기예인 변검, 차기예 등의 등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매일 밤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축제공원. 쯔공 등축제는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매일 밤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축제공원. 쯔공 등축제는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 모종혁
기발한 내용에 다양한 조형물로 각광

등축제는 기원전 2세기에 시작되어 8세기 당대에 이르러 매년 춘제(春節)마다 치르게 된 중국의 민속축제이다. 춘제를 앞두고 중국 도시와 농촌 곳곳을 등의 물결로 수놓던 등축제는 공산당 집권이후 귀족 취향의 전통놀이로 몰려 명맥이 끊겼다. 이를 1962년 쓰촨성의 작은 도시인 쯔공이 시 차원에서 대규모 행사로 복원하면서, 오늘날 쯔공은 중국 등축제의 메카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중국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제 행사로 확대되어 올해로 12회를 맞이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유구한 염전 역사', '태고의 흔적', '전원풍광', '생태가원' 등 4개의 큰 테마로 된 60개 등 조형물을 도시 전체에 장식하여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올해 쯔공 등축제는 쓰촨성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찬으로 지역 특색이 물씬 드러나는 등 조형물을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차기예'는 쓰촨에서 시작되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올해 쯔공 등축제는 쓰촨성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찬으로 지역 특색이 물씬 드러나는 등 조형물을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차기예'는 쓰촨에서 시작되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 모종혁
송량시(宋良曦) 쯔공시 공룡등축제 총설계사는 "전통문화가 압살당한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근근이 이어온 쯔공 등축제는 1980년대에는 관련 재료산업과 전시산업이 함께 발달하면서 이제는 쯔공시의 한 산업축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춘제 연휴기간에는 41만 명의 관광객이 쯔공 등축제를 관람하여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했다"면서 "이에 입장료 수입이 1억 8천만 위안(한화 230억 안팎)으로 전년보다 21.4%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쯔공시내 다른 명승고적을 찾는 관람객도 늘어나는 연쇄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쯔공은 세계에서 최초로 소금염을 채취하여 소금산업을 발전시킨 곳이다. 지상과 지하에서 소금염을 채취하여 소금으로 정제한 뒤 다른 지역으로 판매하는 역사를 보여주는 등 조형물이다.
쯔공은 세계에서 최초로 소금염을 채취하여 소금산업을 발전시킨 곳이다. 지상과 지하에서 소금염을 채취하여 소금으로 정제한 뒤 다른 지역으로 판매하는 역사를 보여주는 등 조형물이다. ⓒ 모종혁
산업화하여 외국 진출까지 활발

쯔공 등축제는 이제 산업화하여 관련 기술과 인력을 수출까지 하면서 지역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린통(林彤·48) 동팡 등제작회사 사장은 "등제작 디자이너와 기술자는 모두 한 사람의 사부가 한 제자를 받아 교육시키는 도제 방식으로 배출된다"면서 "쯔공에서 최소한 3년 이상의 교육과 실습을 통해서 양성된 기술자는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중국 전역에 있는 지사에 파견되어 현지 등축제의 디자이너와 기술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축제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이 쯔공에서 갈고 닦은 등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각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손전등의 전구 반사 부분으로 제작한 사자 등 조형물. 이번 쯔공 등축제에서 처음 시도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손전등의 전구 반사 부분으로 제작한 사자 등 조형물. 이번 쯔공 등축제에서 처음 시도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 모종혁
등축제 산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리샹(李翔·42) 텐싱 등제작회사 부사장은 "2000년 이후 일본, 한국,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초청받아 기술자들을 데리고 각국의 등축제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작년에는 한국에만 두 번 다녀올 정도로 외국에서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쯔공시 정부도 등제작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면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수십 개 등 제작회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등제작의 노하우와 기술을 쌓아왔기 때문에 외국에서의 어떤 행사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쯔공 등축제는 축구장 10배 크기의 공원에서 등 조형물 외에 먹을거리 장터와 각종 민속전통 행사가 벌어진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결혼식 모습을 형상화한 등 조형물 주변에서 벌어지는 결혼식 퍼포먼스.
쯔공 등축제는 축구장 10배 크기의 공원에서 등 조형물 외에 먹을거리 장터와 각종 민속전통 행사가 벌어진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결혼식 모습을 형상화한 등 조형물 주변에서 벌어지는 결혼식 퍼포먼스. ⓒ 모종혁

쯔리우징 전통거리를 장식한 각양각색의 공예등 아래에서 쯔공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밤거리를 거닐고 있다.
쯔리우징 전통거리를 장식한 각양각색의 공예등 아래에서 쯔공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밤거리를 거닐고 있다. ⓒ 모종혁


등축제 최고 인기 등 조형물 '대장금'

▲ 쯔공에 진출한 한국기업 휴비스가 후원하여 제작한 한국 드라마 <대장금> 등 조형물.
ⓒ모종혁 기자

올해 쯔공 국제공룡등축제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 106개 등축제공원 등 조형물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끌면서 관람객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장금' 등 조형물.

2000년 중국정부의 서부대개발 정책시행 이후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서부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쯔공 휴비스사가 후원하여 제작한 '대장금' 등 조형물이 관광객들이 가장 인상깊은 전시물로 꼽히면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시피 작년 한 해동안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웃고 울면서 한국 전통문화를 만끽했다.

이런 문화현상에 착안한 송량시 등축제 총설계사는 작년 12월 말 급히 대장금을 주제로 한 등 조형물을 설계하여 제작을 하게 된다. 2003년 현지에 투자 진출하여 2004년 9월부터 조업을 시작한 쯔공 휴비스는 이런 등축제위원회의 취지에 적극 호응하여 '대장금' 등 조형물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했다.

박상윤 쯔공 휴비스 총경리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의 방침에다 한류를 상품화하여 중국 침구류시장에 진출코자 사업 전략과 맞아 떨어져 적극 후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금' 전시물이 지역사회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면서 회사의 이미지 상승에 큰 도움을 주고 '한커얼[韓可儿]'로 대표되는 미래 사업의 진행에 시너지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금 등 조형물의 인물 의상은 쯔공 등축제의 산증인인 허이리(賀伊利·60)씨가 맡았다. 등축제와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허이리는 신화, 민간설화, 종교 등 역사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나 인물의 의상을 소화하는 유일한 등축제의 의상 장인이다.

그는 "이번 한복 제작을 위해서 일부러 청뚜의 쓰촨성도서관까지 가서 한국 의상서적을 뒤져보고 항저우에서 최고의 비단 원단을 주문해서 며칠 밤을 새우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벌써 3번이나 드라마 <대장금>을 되풀이해 봤다는 허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받은 감동을 이번 한복 제작에서 나타내고자 혼신을 다했다"면서 "며칠 전 대장금 등 조형물을 협찬한 쓰촨 휴비사의 한국 본사 조민호 사장이 '전통 한복의 우아함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해주어 제작 기간동안 힘든 노고가 싹 풀렸다"고 활짝 웃었다. / 모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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