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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궁>
MBC 드라마 <궁> ⓒ MBC
매주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무려 20~30편이 넘는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다. 수많은 작품들에 비해 이를 소화할 연기자들의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극을 이끌어나갈 스타급 주연 배우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종종 제작진은 가능성 있는 신인이나 의외의 배우들을 기용하는 과감한 시도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런 선택은 여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캐스팅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캐스팅 논란은 시청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상징이자, 종종 작품이 극복해야 할 멍에가 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최근 방영중인 작품 중에서 가장 극심한 캐스팅 논란에 시달렸던 작품은 역시 MBC드라마 <궁>이었다. 박소희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는, 주요 배역 전원을 신인급으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사실상 가장 비중이 큰 주연인 윤은혜의 캐스팅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효리나 박정아의 사례에서 보듯, 가수 출신 여배우들의 갑작스런 주연 데뷔가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는데다, 다른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원작'이라는 뚜렷한 비교 대상이 있는 탓에 부담이 컸던 게 사실. 그러나 <궁>은 다행히 방영을 시작한 이후 서서히 비판적인 여론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있다.

SBS <사랑과 야망>
SBS <사랑과 야망> ⓒ SBS
방영 초반부만 하더라도 윤은혜의 웅얼거리는 대사소화와 생뚱맞은 통신체 구어의 남발이 어색하게 다가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윤은혜 특유의 밝고 씩씩한 이미지와 '황태자비' 신채경의 엽기발랄한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호의적인 여론이 늘어나고 있는 것.

솔직히 <궁>은 배우들의 정극 연기보다는 캐릭터의 이미지나 코믹한 상황같은 시트콤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라는 점도 아직 미숙한 배우들의 빠른 적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주 수목시간대 절대강자였던 <마이걸>이 종영하며 시청률과 화제 면에서 좀더 탄력을 받게 된 것도 강점.

방영 20여년 만에 리메이크된 SBS드라마 <사랑과 야망>은 조민기, 이훈, 한고은 등을 주연으로 캐스팅하여 눈길을 모았다. 경륜 있는 배우들이 대거 가세했지만, 현재 톱스타급으로 불리는 배우는 없다. 오히려 극의 중심에 있는 여주인공 미자 역에 한고은이 캐스팅된 것이 눈에 띈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했지만 주연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부정확한 발음 등으로 연기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배우임을 생각할 때 시대극에 가까운 대작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MBC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MBC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 MBC
일단 방영 초반 한고은은 예상보다 무난한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지만, 여전히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의 대사 소화는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어떤 작품보다 대사의 비중이 절대적인 것이 김수현 식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할 때 극의 안정적인 전개를 위해 한고은의 빠른 적응은 필수다.

윤은혜와 마찬가지로 가수 출신 배우 홍경민은 MBC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를 통해 연기로 발걸음을 넓혔다. 영화 <긴급조치 19호>, 군 복무 시절 드라마 <아르곤> 등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일회성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번 작품이 정식 데뷔인 셈.

일단 홍경민의 연기는 무난하다는 평가다. 주연 배우가 모든 것을 끌어가야 하는 트렌디드라마와 달리, 가족극인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는 다수의 출연자가 저마다 플롯을 풀어나가는 앙상블 드라마인데다, 탄탄한 중견배우들의 지원이라는 장점이 있다. 젊고 건강한 법대생 역을 연기하는 홍경민은 귀여운 사고뭉치 캐릭터 이영아와 더불어 일일극에 청춘물의 발랄함을 덧입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SBS <천국의 나무>
SBS <천국의 나무> ⓒ SBS
<천국의 계단>에서 주인공들의 아역 시절을 연기했던 이완과 박신혜는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러, 그 속편이라 할 수 있는 SBS드라마 <천국의 나무>에서 어엿한 주인공으로 다시 만나 애절한 사랑을 연기한다.

이완의 경우, 트렌디 드라마 <백설공주>와 <해변으로 가요>에서 잇달아 주연을 맡기는 했지만 두 편 모두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반항적인 청춘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지만 아직 연기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많다. 여전히 앳된 이미지의 10대 스타 박신혜에게는 이번이 사실상 첫 주연 데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천국의 계단>에서 맑고 순수한 커플 호흡을 보여줬던 두 젊은 배우에게는, 이번 작품이 주연급 배우로서의 스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듯. 전작의 연출과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천국의 나무>는 상반기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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