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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다큐멘터리 <마음> 이미지.
ⓒ KBS
우리 집에서 절로 가는 길에 폐가가 있다. 낮에는 그 앞을 지나는 일이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새벽 4시경에 아무도 없는 깜깜한 길을 혼자 지날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몸에 냉기가 돈다.

폐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또 실제 폐가에서 귀신을 본 것도 없고, 이전에 특별히 그럴만한 공포를 체험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공포를 느낀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된 폐가에 관한 정보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텔레비전에서 부산의 모 폐가에서는 밤마다 원혼이 떠돌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을 봤고, 또 지난해 <오마이뉴스>에서도 폐가에 살고 있는 혼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이렇게 '폐가는 귀신들의 아지트'라는 정보가 계속 나의 머릿속에 기억되면서 머릿속에서는 폐가에는 뭔가 사연이 있고 귀신이 살고 있을 것이다, 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폐가 가까이 가게 되면, 전두엽이 상황을 파악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공포를 느꼈을 때의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서는 폐가 앞을 지나가야 하는데 공포를 안 느끼면서 편안하게 자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은 편도체의 기억을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특정상황에서 일어나는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안구운동을 통해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안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고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이런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안구운동을 하면서 머릿속에서는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라고, 그러면 어느 순간 우리가 공포를 느끼던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이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현재 국방성 등의 기관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 치료에 이용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일요일(5일) KBS 1TV에서 방송한 스페셜 다큐멘타리 <마음>의 제4편 '기억' 편에서는 우리 몸이 아픈 것은 마음이 아픈 게 몸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즉 마음이 몸을 지배함을 여러 실례를 보여줌과 아울러, 여러 실험과 특수효과에 의한 '뇌 탐험' 등을 통한 시각적 학습, 전문가의 전문적인 설명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기억의 힘'에 접근했다.

출연자 가운데 한 사람은 운전하다가 검은 색 승합차와 접촉사고를 냈었다. 그 후 그녀는 검은 색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차가 무서워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을 정도였다. 특히 그녀가 부딪쳤던 차와 같은 종류의 차 앞은 지나갈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일어났던 '연천 총기 난사사건'에서 살아남은 한 전역병은 내무반에서 총알이 튀고 수류탄이 터지고 동료가 죽어있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강한 기억은 이후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빨간색을 보면 흥분해서 자해를 시도했다고 한다.

기억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오래 가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도 있었다. 종군위안부였던 83살의 할머니는 아직도 그 기억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옆에 있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창문도 열지 못하면서 생활했고, 학생들에 대해 분노와 두려움을 보였다.

할머니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은 일본군 위안부시절 할머니를 괴롭혔던 일본군들이 대체로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였고, 또 그들이 고교생들처럼 제복을 입고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에게는 고교생 정도 나이의 일본군에게서 폭행을 당했던 기억이 있기에 남자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면, 기억 속의 비슷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분노와 두려움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이런 나쁜 기억으로부터 해방돼 정상적이고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안구운동이 좋다고 했다. 어떤 원리에 의해서 이 단순한 운동이 효과를 얻어내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안구운동의 효과는 교통사고 환자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차가 무서워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려워하던 환자가 안구운동 후에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유히 운전을 하고 자신이 접촉사고를 냈던 검은 색 차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가 됐다.

특별기획 <마음>은 참신한 프로그램이고, 새로운 느낌의 프로그램이었다. 새롭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텔레비전에서 별로 보여주지 않았던 것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건강프로그램은 많았지만 대체로 육체에 관한 것이었지 '마음'에 관심을 보인 프로그램은 전무했었다.

다소 추상적인 분야로 인식됐던 '마음'이 뇌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특수효과에 의한 뇌의 모습이나 신경세포의 연결 관계 등을 보여주며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고화질의 선명한 화면과 적절하게 사용한 음악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흥미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공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은 글을 남기고 있었다. '감사하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고, '비디오를 구입해서 보고 싶다'는 글도 있고,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책을 문의하는 등 대체로 참신하고 성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칭찬이 많았다.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마음>은 모두 6부작으로 구성됐는데, 지금까지 4부를 방송했다(1편 '마음, 몸을 지배하다', 2편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3편 '무의식에 새겨진 마음을 깨우다', 그리고 4편 '기억을 버려라').

오는 2월 12에는 편안한 마음을 갖기 위한 과학적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제 5편 '편안한 마음이 좋습니다'가 방송되고, 위대한 심성인 용서의 과학 이야기인 제 6편 '당신을 용서합니다'는 2월 19일에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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