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일자 일본 <교도통신>은 제2왕자비인 기코가 회임한 사실이 7일 아침에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궁내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초음파 검사 결과 기코 제2왕자비의 몸에서 태동이 확인되었으며, 오는 9월이나 10월경에 출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2왕자비의 임신 소식은 2가지 면에서 일본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사건이다. 한 가지는 왕실(소위 '황실')이 41년 만에 '아들'을 보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이것이 왕실전범(소위 '황실전범', 왕실제도 관련 법률) 개정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 일본 도쿄의 왕궁(황거) 모습
ⓒ 궁내청 홈페이지
1965년 이후 끊긴 '아들 출생'

지금의 제2왕자인 후미히토가 지난 1965년 출생한 이후로, 일본 왕실에서는 41년째 '아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아들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다 보니, 일본 왕실은 왕위계승권자가 끊기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현행 헌법 제2조와 왕실전범 제1조 및 제2조에 의하면, 남자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아키히토 현 국왕(소위 '천황')의 뒤를 이어 차기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몇 명이나 될까? 왕실전범 제2조에 따르면, 왕위계승순위는 ①왕세자 ②왕세손 ③왕세자의 기타 자손 ④제2왕자 및 그 자손 ⑤기타 왕자 및 그 자손 ⑥왕의 형제 및 그 자손 ⑦왕의 백부·숙부와 그 자손 ⑧기타 최근친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일본왕실에서 왕실전범 제2조의 요건을 충족하는 남자 계승권자는 총 6명이다. 이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1순위가 나루히토 왕세자(46세, 아들 없음), 2순위가 후미히토 제2왕자(42세, 아직까지 아들 없음), 3순위가 마사히토 왕제(71세, 자식 없음), 4순위가 다카히토 왕숙부(101세, 아들 둘), 5순위가 도모히토(60세, 다카히토의 장남, 아들 없음), 6순위가 요시히토(다카히토의 차남, 미혼)다.

이것을 보면, 3순위 이후로는 고령이거나 혹은 아들이 없거나 아니면 미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아들을 기대할 수 있는 쪽은 나루히토 왕세자나 후미히토 제2왕자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제2왕자인 후미히토가 이번 가을에 아들을 낳게 되면, 그 아들은 3순위 계승권자가 됨과 함께, 왕세자비가 앞으로도 계속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경우에는 큰아버지 나루히토와 아버지 후미히토의 뒤를 이어 국왕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후미히토가 가을에 딸을 낳는 경우에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 한 일본의 왕통이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인들이 2천 년 넘게 유지되어 왔다고 자부하는 왕실이 자칫하면 수십 년 내에 소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외무부에서 서남아시아 청년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후미히토 제2왕자 부부(사진 오른쪽).
ⓒ 궁내청 홈페이지
왕실전범 개정작업 추진하는 고이즈미

위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 왕실의 대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자, 일본사회에서 제기된 방안 중 하나는 바로 여성의 왕위계승을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004년 12월 27일 총리 자문기구인 '왕실전범에 관한 지식인 회의'를 설치하였으며, 이 기구를 앞세워 '여성의 왕위계승 인정'을 내용으로 하는 왕실전범(1947년 제정) 개정작업을 추진해 왔다.

▲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
ⓒ 궁내청 홈페이지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왕실전범 개정작업은 현재 난관에 처해 있다. 개정을 반대하는 보수파 의원들이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뭉쳐 있기 때문이다. 9월 퇴진을 앞두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좀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안 그래도 개정작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제2왕자비의 몸속에 아들이 있다는 게 판명되면 왕실전범 개정작업은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제2왕자비의 임신 소식이 들리자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사무국장인 시모무라 하쿠분 의원이 "황실전범 개정은 당분간 덮어 두는 게 좋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 주는 예가 된다.

이처럼, 제2왕자비 기코의 회임 소식은 ▲왕실의 대가 끊길 것인가 아닌가 ▲고이즈미 총리의 왕실전범 개정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와 관련하여 일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