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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로 쳐다본 방해정의 모습
담장 너머로 쳐다본 방해정의 모습 ⓒ 문일식
처음 들른 곳은 방해정이라는 경포대 해수욕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정자입니다. 정자이긴 하지만 온돌방과 마루를 가지고 있는 'ㄱ'형의 건물입니다. 마치 강릉 시내에 있는 칠사당의 축소판인 듯했습니다. 이 건물은 조선 철종 때인 1859년에 통천군수를 지냈던 이봉구란 사람이 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객사의 건물 일부를 헐어다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은 그 후손들에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그 후손들이 가끔 오는 모양입니다. 담장 너머에는 집주인이 가꿨을 법한 많은 분재들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담 너머로 본다는 게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방해정과 그 뒷편으로 어울린 소나무 숲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방해정에서 다시 차를 타고 몇 백 미터만 가다보면 조금 높은 곳에 녹색이 특히 눈에 많이 띄는 건물이 보입니다. 바로 금란정입니다. 금란정은 매화를 심고 노닐었다는 뜻에서 매학정이라 불리웠는데 현재 위치로 옮겨지면서 금란정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금란정을 조금 돌면 또 하나의 건물이 보이는데 바로 경호정입니다.

경포대의 모습. 경포호가 한눈에 펼쳐져 보입니다.
경포대의 모습. 경포호가 한눈에 펼쳐져 보입니다. ⓒ 문일식
방해정 다음으로 들른 곳은 경포대의 지명을 그대로 간직한 경포대였습니다. 아무래도 경포대 해수욕장이 나중에 지어졌을 겁니다. 경포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포대는 관동팔경중의 하나입니다. 관동팔경은 관동지방의 경치 중 아름다운 8곳을 일컫는데 여기에는 북에 있어 가지 못하는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를 포함하여 간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평해와 울진의 월송정과 망양정을 말합니다. 문득 22살때 관동별곡이라는 부제하에 도보로 힘겹게 월송정과 망양정을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경포대는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포호와 바닷가를 보게 하기위한 큰 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면 6칸 측면 5칸의 거대한 팔작지붕의 정자로 그 크기에 우선 압도됩니다. 삼척의 죽서루의 관동제일루, 밀양의 영남루의 영남제일루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정자건물로 그 자부심을 간직한 "제일강산"이라는 현판이 경포대에도 걸려 있습니다. 경포대는 말 그대로 거울처럼 맑은 경포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경포호의 여유로운 풍광과 잔잔함이 가슴을 애잔하게 해줍니다. 경포대는 고려 충숙왕 때 박숙정이라는 관리가 인월사 옛터(현 방해정 뒷편)에 세웠다가 조선 중종 때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합니다. 숙종의 어제시도 걸려 있을 만큼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곳을 들렀던 모양입니다.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고 풍류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이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포대 아래쪽 공간에 마련된 한국의 전통창살 모형
경포대 아래쪽 공간에 마련된 한국의 전통창살 모형 ⓒ 문일식
경포대 뒷편으로는 근래에 조성된 공원이 마련되어 있는데 송강 정철 선생의 관동별곡시비와 신사임당 동상, 충혼탑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근처 벤치에는 특이한 시설물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통 창살을 모형으로 만들어 설명을 곁들여 놓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창살부터 궁중에서 볼 수 있는 창살까지 눈에는 익으나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보물 183호로 지정된 해운정의 전경
보물 183호로 지정된 해운정의 전경 ⓒ 문일식
경포대를 둘러보고 나서 또 둘러봐야할 곳은 선교장 가기전의 심상진 가옥과 해운정입니다. 해운정은 심상진 가옥의 별당 건물입니다. 특이한 것은 사방 담을 쌓아 막아놓은 안쪽에 3단의 높은 축대 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올려 쌓다보니 건물 자체가 무척 위엄이 있어 보였습니다.

솟을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정원이 있고, 바로 3단의 축대위에 해운정이 장중하게 앉아 있습니다. 팔작지붕의 구조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구조이며, 한 칸은 온돌방, 두 칸은 대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단 건물 자체는 팔작지붕인데다 단청이 없어 무척 오래된 듯한 인상을 풍겼습니다.

해운정은 조선 중종 때 심언광이란 사람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지어진 집이라고 합니다. 해운정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알려져 있고, 내부에는 유명인사들의 글들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 내부는 닫혀 있어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경포호는 예전에 직경이 12km정도 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4km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해운정에서 바라보는 경포호의 모습도 아련했을 것 같습니다.

해운정 바로 옆에 있는 심상진 가옥
해운정 바로 옆에 있는 심상진 가옥 ⓒ 문일식
해운정 바로 옆에는 심상진 가옥이 있는데 해운정에 가려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습니다. 심상진 가옥은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안채로 들어가서 보기가 좀 어렵고 대신 이곳에서 민박을 한다고 하니 수백 년 된 우리나라 전통건축물에서 하루를 묵는 것 또한 괜찮을 듯싶습니다.

해운정과 심상진 가옥을 둘러보고 강원도 지역 최고의 99칸 대궐집인 선교장으로 달렸습니다. 달린다는 표현이 우스울 정도로 해운정에서 선교장까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선교장이 있는 마을은 원래 경포호가 넓었을 당시 배를 타고 건넌다하여 배다리 마을이라 불리웠는데, 선교장의 이름도 바로 이런 유래에 따라 생기게 된 명칭입니다. 선교장은 강원도에서 가장 큰 대궐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전주 이씨가 이곳 강릉으로 이주를 하면서 지어졌습니다.

선교장의 솟을문과 행랑채
선교장의 솟을문과 행랑채 ⓒ 문일식
최초로 선교장을 지은 효령대군의 자손인 이내번이란 사람이 이곳 강릉으로 들어오면서 명당자리임을 확인하고 지은 살림집입니다. 전주 이씨라는 상류계급인데다가 왕의 인척이 되니 그 크기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많이 복원된 형태이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우리네 선조들의 상류사회상을 면밀히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선교장은 크게 행랑채와 안채, 그리고 사랑채인 열화당, 서별당, 동별당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교장내 활래정의 전경
선교장내 활래정의 전경 ⓒ 문일식
선교장 입구에 활래정이라는 정자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마치 날아갈 듯한 유연함이 묻어나옵니다. 활래정은 1816년에 건립된 건물로 연못에 4개의 돌기둥을 박아 지면과 연결되도록 지어졌습니다. 연못은 인근에서 흘러든 물이 이곳 연못을 거쳐 경포호로 흘러들게끔 하여 인공적이면서도 자연적인 요소를 갖추었습니다.

양반이 허리를 굽히지 않기위해 신을 신을때 잡았던 것이랍니다.
양반이 허리를 굽히지 않기위해 신을 신을때 잡았던 것이랍니다. ⓒ 문일식
마나님이 대청에서 무언가를 잡고 호령하는 모습은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이것은 양반의 신분으로서 신을 신을 때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잡고 신을 수 있도록 매단 것이라 합니다.

서양식 차양막이 설치된 열화당
서양식 차양막이 설치된 열화당 ⓒ 문일식
선교장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건물은 바로 열화당이 아닌가 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특이한 구석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대청과 사랑방, 침방, 그리고 누마루가 결합된 건물로 3단의 석축위에 위엄있게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녹색을 띈 차양이 설치되어 있는데 조선시대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이 차양은 개화기로 접어들면서 개화의 상징으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선교장의 솟을 대문을 나와 전경을 굽어보니 선교장 뒤편에 크게 솟아 올라있는 소나무 숲이 그 위세와 위엄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크다는 99칸 대궐집 선교장은 꼼꼼히 들여다보면 큰 시간이 들 정도로 그 규모나 건물 모양새는 양반가문의 위세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알지 못하기에 경포대 해수욕장으로만 달려가는 우를 범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안보고 지나가도 큰일나는 것은 아니지만, 강릉을 그저 해수욕장의 도시만으로 간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 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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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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