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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둑이 무너진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낸 폐기물. 아래로는 황톳물이 흐르고 있다. 현장 조사 후 대책위(공동대표 김병일 김찬수 김용철 정우달)는 이 물줄기를 타고 침출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이성원
▲ 지난달 25일 현장 조사 모습. 송무근 대책위 집행위원이 대구-부산 환경단체 관계자와 대구환경청 공무원 등에게 매립 실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성원
대구ㆍ부산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둑 옆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유출, 낙동강이 오염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칠곡군은 지난 80년대 초부터 97년까지 낙동강과 인접한 왜관읍 왜관8리 S택시 인근 부지를 왜관읍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며 각종 생활ㆍ산업쓰레기 등을 매립해 왔다.

'칠곡환경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지난 1월 25일 발표한 '칠곡군 쓰레기 불법 투기-매립으로 인한 환경훼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왜관읍 쓰레기 매립장은 면적 약 1만5천㎡에 매립량은 약 6만㎥에 달한다.

대책위는 같은 날인 1월 25일과 2월 1일에 대구ㆍ부산환경운동연합, 낙동강오염방지협의회를 비롯한 환경단체와 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 매립 당시 칠곡군환경미화원, 부산 동의과학대 보건환경과 김철 교수 등과 함께 진상조사를 벌였다.

▲ 발암성 물질로 사용이 금지될 예정인 석면 등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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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관계자가 시커멓게 오염된 토양의 높이를 자로 재고 있다.
ⓒ 이성원
지난 1일 현장조사에서 포클레인으로 매립장을 파헤치자 석면 등 폐기물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건축자재 등에 사용되는 석면은 발암성 물질로 제조ㆍ수입ㆍ사용이 이번 달 안으로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또 폐기물을 파낸 구덩이와 토양은 시커멓게 오염돼 있었으며 복토한 토양 1m 중 70㎝가 까맣게 변질돼 있었고 위쪽의 30㎝만 정상적인 황토색을 띠고 있었다.

김철 교수는 "폐기물 위를 복토한 토양에 침출수가 점차 침투, 오염되면서 흙 색깔이 검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매립장 바로 옆에 흐르는 낙동강과 인근 지하수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계 기관에 의뢰해 정확한 오염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집중호우와 장마 시에 침출수가 인근의 낙동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 우수로 인해 침출수가 배어 있거나 묻어 있는 상태의 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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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과 바로 인접해 있는 농지를 파헤치자 각종 폐기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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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매립 작업에 참여했던 칠곡군 환경미화원들은 "낙동강 수면보다 낮게 구덩이를 파 각종 생활 쓰레기는 물론 왜관지방공단에서 나온 산업폐기물 등을 매립했다"며 "당시에는 침출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차수벽과 차수막을 설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칠곡군 공무원은 "이곳은 환경 관련 법규가 강화되기 전인 90년대 이전부터 매립을 시작해 차수막이 설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매립지에는 시트를 깔았으며 집수정에서 채수한 침출수는 수질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철 교수는 "매립장 바닥에 차수막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낙동강 등으로 침출수가 유입,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염 측정을 위해 침출수와 토양, 지하수 등을 채취해 갔다.

한편 이곳 매립장은 매립되는 대로 복토해 농지로 만들어 벼농사 등을 짓고 있다. 일부 농경지는 매립된 쓰레기가 부패하고 오염되면서 지반이 약화, 침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침출수로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된 곡식을 먹을 경우 중금속 중독 등 인체에 유해하다"며 "당국은 당장 농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부 농경지는 지반이 침하, 매립장의 부실함을 입증했다. 침하된 땅에는 벼 줄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소출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 이성원
낙동강오염방지협의회 박용수 회장은 "지난 91년 페놀 사태로 대구ㆍ부산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왜관매립장의 폐기물 침출수가 대량으로 장기간 낙동강으로 유입됐다면 일시적인 페놀 유출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책위는 낙동강 인근 농지와 국지도 67호선 확장공사장 근처 등 3곳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실시해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매립된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캔, 과자 포장지, 폐비닐류, 고무판 등 각종 폐기물과 오토바이용 배터리와 브라운관 등 폐기물 등이 발견됐다. 또 하수도 준설시 발생한 시커먼 폐슬러지가 담긴 여러 개의 마대포대와 병원 적출물도 발견됐다.

▲ 하수도 준설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시커먼 슬러지가 담긴 여러 개의 마대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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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구지방환경청에 이같은 문제를 제기, 대구환경청에서 19일 조사단을 파견해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칠곡군 담당공무원은 "전문기관에 용역 의뢰해 매립장의 오염 상태 등을 정확히 분석한 후 차수막 설치 등 안전공사를 할지, 아니면 매립된 폐기물을 이전해 원상 복구할 것인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성원 기자는 <경북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칠곡신문>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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