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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 서종규
기대가 컸을까? 금강산 상팔담에서 내려가는 발길이 가볍지가 않았다. 약 3시간 정도의 짧은 산행, 산엔 아직 하얀 눈이 녹지 않고 있었다. 계곡은 얼어 있어서 흐르는 물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바위 사이사이에서 소나무들은 더욱 푸르게 서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그리운 금강산의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었다. 구룡폭포로 오르는 계곡 양 옆에 펼쳐진 봉우리들은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였다. 뾰쪽뾰쪽한 바위들과 봉우리들, 눈 덮인 계곡과 폭포, 군데군데 북측 안내원들이 아름다운 봉우리들에 얽힌 전설을 설명하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늘 정상을 꿈꾼다. 아무리 높은 산이래도 늘 정상을 꿈꾸며 산에 오른다. 가다가 밤이 되면 적당한 곳에서 잠을 자고 다시 오른다. 하지만 금강산은 늘 일정한 구간만 오를 수 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다 오를 수 없다.

저 봉우리 위에 올라보고 싶었습니다.
저 봉우리 위에 올라보고 싶었습니다. ⓒ 서종규
금강산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상팔담을 볼 수 있는 봉우리(880m)나 만물산을 바라볼 수 있는 망양대일 것이다. 물론 여행사와 계약을 맺으면 세존봉(1132m)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머지 다른 산들은 모두 오를 수 없는 봉우리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금강산을 찾을 수 있는 것만도 행복이라는 것이다. 마침 1월 27일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새로 개장하였다. 군사분계선을 관통하는 도로는 2차선 아스팔트로 깔끔히 단장을 하였다. 동해북부선 철도도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분단 60년을 넘긴 우리 한반도를 생각할 때엔 감격 그 자체일 것이다.

1월 27일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새로 개장하였습니다. 오른쪽 전광판에 "첫 입경을 축하 드립니다"라는 글씨
1월 27일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새로 개장하였습니다. 오른쪽 전광판에 "첫 입경을 축하 드립니다"라는 글씨 ⓒ 서종규
하지만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금강산을 생각하면 더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금강산에 갔는데, 비로봉(1638m)을 비롯하여 일출봉, 옥녀봉, 관음봉 등 그 많은 봉우리들이 저기에 있는데, 멀리서 그림자로만 바라보고 있다니.

1월 26일(목) 오전 7시45분, 숙소 호텔금강산에서 출발하여 온정각에 모였다. 교사 금강산체험연수 둘째 날, 체험일정인 구룡폭포와 상팔담 산행을 위해서이다. 8시15분에 온정각에서 차가 출발했다. '강낭콩' 조장(안내원)은 술기넘이고개를 지나 신계천에서 미인송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금강산 구룡폭포 산길 입구에 있는 미인송입니다.
금강산 구룡폭포 산길 입구에 있는 미인송입니다. ⓒ 서종규
"금강산엔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어요. 궁궐에서 임금의 관을 짰다고 하여 황장목이라고도 하고, 줄기가 붉다고 적송이라고도 하는 소나무예요. 곧게 뻗은 소나무가 미인의 자태를 닮았다하여 미인송이라고 하지요. 바로 저를 가리켜 하는 말이죠. 그래서 제가 바로 금강산 명물이죠? 그렇죠? 이 즈음에선 박수도 나오는데.

신계천은 처음에는 새로울 '신(新)'자를 썼는데, 나중에 귀신 '신(神)'자로 바뀌었어요. 이 계곡에 연어 떼가 많이 올라왔답니다. 하여 사람들이 연어를 잡아먹으려 난리를 치자 신계사 주지가 동해 용왕에게 편지를 썼다네요. 연어를 올려보내지 말라고. 그 뒤부터 연어 떼가 올라오지 않았대요. 사람들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였고, 그 대부터 귀신 '신'자를 쓰는 하천이 되었대요."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 중의 하나인 신계사는 6·25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버린 것을 2004년 11월 대한불교조계종과 현대아산, 북한 측 조선불교도연맹이 공동으로 대웅전을 복원하였단다. 그리고 만세루, 산신각, 요사채 등 4개 동이 완공돼 3월 말 낙성식을 한단다.

구룡폭포 산행길 입구에 있는 북한 식당 '목란관'입니다.
구룡폭포 산행길 입구에 있는 북한 식당 '목란관'입니다. ⓒ 서종규
8시50분, '목란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북한 식당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길은 쌓인 눈에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다져져 있었다.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고 금강산의 아름다운 정취에 취하여 오르고 있었다.

산삼과 녹용이 녹아 흐른다는 '삼록수'도 모두 눈에 덮여 있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내린다고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418호로 지정된 '옥류동'도 얼어 있었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초록색의 두 개 담소가 비단 실로 꿰어 놓은 듯 연이어 있다는 '련주담'도 얼어 있었다.

10시10분, 금강산 4대 폭포중의 하나인 비봉폭포에 도착했다.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139m의 비봉폭포도 꼼짝없이 얼어 있었다. 비봉폭포를 오른 발자국들이 몇 개 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빙벽 등반을 했는지. 비봉폭포의 물과 만나는 무봉폭포도 얼어 있었다.

금강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이 아주 가벼웠습니다.
금강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이 아주 가벼웠습니다. ⓒ 서종규
10시20분, 구룡폭포에 도착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아 있어서 붙여진 구룡폭포도 얼어 있었다. 높이가 82m나 되는 이 구룡폭포는 여름이면 폭포 위 상팔담에서 떨어지는 대단한 물줄기였을 것인데, 겨울이라 거대한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아쉬웠다. 폭포 앞에는 '관폭정'이 있었다.

"관폭정은 세나라 이전 시기에 지었는데, 금강산 4대 명폭의 하나인 구룡폭포와 함께 내외에 널리 알려진 루정이다. 관폭정은 앞면 3간, 옆면 2간의 합각건물로 오랜 력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일제 만행으로 없어졌던 것을 우리당의 올바른 문화보존정책으로 주체 50(1961)년에 원상 복구한 것이다. 관폭정은 독특한 루정건물배치 수법과 건축술로 하여 우리 민족의 건축 기교를 보여주는 귀중한 민족문화유산이다."(관폭정 안내문)

금강산 구룡폭포 앞에 있는 정자 '관폭정'입니다.
금강산 구룡폭포 앞에 있는 정자 '관폭정'입니다. ⓒ 서종규
관폭정에서 상팔담을 볼 수 있는 봉우리로 올라갔다. 상팔담에 오르는 길은 아주 가팔랐다. 모두 계단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약 500m정도의 오르막길에서 모두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런데 오를수록 금강산의 줄기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아래에서 보는 금강산의 봉우리들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전해졌다.

11시, 북측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219호인 상팔담을 볼 수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팔선녀의 전설, 나뭇꾼과 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상팔담은 봉우리 밑을 흐르는 여덟 개의 웅덩이가 있고, 그 물이 구룡폭포로 떨어진다. 여름이면 구슬처럼 아름다운 웅덩이가 이어져 있다고 하는데 모두 얼어 있었다.

봉우리에 선 사람들이 상팔담을 내다려보고 있습니다.
봉우리에 선 사람들이 상팔담을 내다려보고 있습니다. ⓒ 서종규
봉우리에서 상팔담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 밑에 여덟 개의 웅덩이가 보인다. 하지만 내 카메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금강산 관광을 위하여 소지 금지품목 중 하나가 160m 이상의 카메라이다. 하여 금강산 산행을 위하여 다른 카메라를 빌렸다. 마음대로 저 멀리 있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당겨서 찍지 못하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금강산 능선은 눈부셨다. 오전 11시에 능선 위로 고개를 내미는 태양, 그 빛을 받아 더욱 빛나는 금강산 봉우리들, 그 봉우리들 사이사이에 푸른빛을 드러내며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소나무들, 그리운 금강산은 그대로 있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금강산의 봉우리들을 다시 보고 또 보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금강산의 봉우리들을 다시 보고 또 보고 ⓒ 서종규
내려가기가 싫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찾을지 기약 없는 금강산, 내금강과 외금강 모든 봉우리가 개방되어 산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있다면 몇 날이라도 찾고 싶은 금강산, 사실 그렇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같은 산이래도 등산로에 따라 몇 번이라도 또 찾는 것인데, 이 금강산의 산행 코스는 거의 다 통제되고 있으니. 통일이 되면 가능할까?

마지막까지 봉우리에서 서성대다가 발길을 옮겼다. 모두 내려가니,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라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내려가는 길에 정오쯤 '목란관'이라는 식당에서 그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으로 쓰라린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오르면서 찍었던 봉우리를 다시 찍으면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금강산 봉우리를 하늘도 내려다봅니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금강산 봉우리를 하늘도 내려다봅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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