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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영화감독협회 시사실 안. 충무로 '별'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8일 밤 영화감독협회 시사실 안. 충무로 '별'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 안윤학
1일 저녁 8시께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가칭)의 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인 서울 남산동 영화감독협회 내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은 미로처럼 꼬불꼬불했다.

빨간 카펫만 밟던 영화계 거물들이 천장의 전등까지 몇 개 되지 않아 어두침침한 복도를 어떤 심정으로 걸어 들어올지 궁금해질 정도로 농성장은 좁고 볼품없었다.

시사회장 무대 위와 앞에는 철야 농성을 위해 은색 돗자리가 깔려 있었고, 곳곳에 담요 등 덮을 만한 것들이 준비돼 있었다.

행사 10분 전 문화연대 관계자들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농민연대 등 지금까지 시민단체가 발표한 성명서를 전지로 출력해 시사회장에 이르는 복도 벽을 장식해 영화인대책위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과시했다.

장소가 어떻든 얼굴이 알려진 유명 영화배우들이 자리한 곳에 취재진들은 어김없이 북적였다. 8시가 넘어 기자들을 위한 오프닝에 맞춰 영화배우 안성기, 박중훈, 정진영씨 등이 속속 도착하자 취재진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이 "농성장을 옮길 시간적 여유도 없이 농성을 시작해 다른 것을 준비 못했다"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할 만큼 기자들 간 포토라인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일부 유명 배우들의 곁에 몰려든 취재진의 열기와 돗자리에 오르기 위해 벗은 신발 탓인지 땀 냄새와 '진한' 발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1일 저녁 서울 남산동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 마련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농성장에 앉아있는 영화배우 정진영씨.
1일 저녁 서울 남산동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 마련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농성장에 앉아있는 영화배우 정진영씨. ⓒ 오마이뉴스 김호중
하지만 영화배우들과 유지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동국대 교수) 등은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침착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를 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는 영화계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정부가 여론을 호도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격하는 등 현장의 영화인들은 곳곳에서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정진영씨는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으로 기쁠 만도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관련 자료를 만지작대는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 영화 흥행보다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고민만 가득찬 듯했다.

정씨와 공동집행위원장인 안성기씨 등은 인터뷰 도중 케이블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의 생방송에 '즉석' 게스트로 투입되기도 했다.

뒤늦게 나타난 최민식씨는 "어떤 마음으로 자리에 참석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죽은 자식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죽은 자식이 다시 살아나겠느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영화배우뿐만 아니라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 등 50여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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