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간단한 다과회를 준비하는 여름 학교 학생들
간단한 다과회를 준비하는 여름 학교 학생들 ⓒ 신준섭
여름 방학을 맞은 칠레 공대에 학생들이 북적거린다. 그러나 이들은 모자란 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업을 더 듣는 대학생들이 아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교의 다양한 과목들을 한 달 동안 미리 들어보기 위해 칠레 공대의 여름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한 고교생들이다.

이들은 개설된 32개 교과목들을 통해 앞으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수업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물리·수학과 화학·생물 분야는 각각 14개와 11개 과목이 개설돼 놀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간단한 실험으로 기초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게다가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바로 현직 교수들이다. 딱딱한 강의가 아닌 놀이를 통한 살아있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 등 여러 분야에 흥미를 유발시켜 주는 것이다.

응용 과학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재밌는 놀이도 하면서 과학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이 학생을 비롯해 모든 학생들에게 있어서 한 달은 짧은 시간이지만 적성 개발 및 흥미 유발에 있어서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다.

칠레 대학교에서 처음 여름학교가 개설되었을 때만 해도 60명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모든 17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고 전국적으로 200여명의 칠레 청소년들이 각 단과 대학의 여름학교에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대학 수업을 체험해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여름학교를 개설하는 곳은 비단 칠레 대학만이 아니다. 칠레의 주요 대학교들은 여름 방학 기간인 1월을 통해 고교 학생들에게 사학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학생들을 위한 배려이며 학교를 위한 잠재적 투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대학교는 대학생에게만 관대한 듯하다. 물론 일부 대학들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TV나 신문을 통해서, 아는 사람을 통해서 대학교 수업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한국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 입학 후 편입 또는 전과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좋은 대학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교와 대학 간의 괴리를 없애고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의 장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칠레 대학교들이 여름학교란 대안을 통해 이 장벽을 낮춘 것처럼, 한국의 대학교도 취업을 준비하는 구름 위에 떠 있는 학원으로서만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는 미래의 학생들에게 적성을 개발해 줄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 또한 가시적으로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