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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는 '그런 것은 없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14층 대회의실. 좀처럼 기자들 앞에 나서지 않던 이주성(사진) 국세청장이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이 청장은 이날 1시간여 넘게 진행된 간담회의 상당 부분을 고소득 자영업자와 대기업 세무조사 배경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고소득 자영업자 422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한데 이어, 올 들어 지난 19일 116개 대기업에 대한 표본 세무조사를 전격 발표했었다.

특히,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마련을 강조한 다음에 나온 것이어서, 대부분 언론들은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을 위해 국세청이 세무조사 칼을 빼들었다'는 식으로 여론을 조성해 나갔다.

이 청장은 "고소득 자영업자 422명이나 이번에 대기업 116개에 대한 세무조사 모두 표본조사 방식"이라며 "이미 작년 10월에 이들에 대해 (세무조사) 선정을 마무리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나 정부의 발표에 맞춘 '표적 세무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권에 아부할 일도 없다"

이후 이 청장의 발언은 더욱 직설적으로 변했다. 그는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다는,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나 스스로) 정부 일을 하는 것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내가) 정치권에 아부할 일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대기업 세무조사 발표시기 논란에 대해서도 "베트남에서 (세무조사 발표 연기에 대해) 연락을 받았다"면서 "당초 18일에 잡혀 있다가, 대통령의 신년연설과 겹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하루 일정을 연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의 경우 시기적으로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따지면 100개 기업중에 2~3개 정도에 해당되는 수준"이라며 "국세청이 정치권 등과 코드에 맞춰 하는 것(세무조사를 벌이는)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세무조사가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기업들이 세금신고 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세무)조사에 나가면 부작용이 더 크다"면서 "사전에 신고내용을 검증하는 것이 효율성이나 형평성 차원에서 중요하며,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세무조사로 경제 위축되는 일도 없을 것"

이 청장은 이어 "세무조사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인 세무조사 건수는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300억원이상 기업이 전체 세수의 75%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이번 표본 조사가 대기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 3월 판교 분양을 앞둔 부동산 시장의 투기 조짐에 대해서도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국세청이 부동산을 전담하는 부서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대신 부동산 가수요를 통한 투기 조짐에 대해선 세무조사 등을 통해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교 일대에 대해서는 (부동산 값 현황 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면서 "판교의 경우 개발이 많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분석 내용을 4~5월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마지막으로 "(고소득 자영업자 등에 대한 조사 등은)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정도까지 갈 것"이라면서 "(국세청) 본연의 일을 해나갈 것이고,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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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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