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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특강에서 강연 중인 윤대녕(사진 왼쪽)과 홍기돈
상상특강에서 강연 중인 윤대녕(사진 왼쪽)과 홍기돈 ⓒ 조영신
지난 17일(화) 저녁 7시 배제빌딩에서는 문학의 열기가 훈훈하게 달아올랐다. 새로운 삶과 미래를 모색하는 문화공동체 '풀로엮은집(이사장 홍세화)'에서 주최하는 '싱상상상특강2'의 다섯 번째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방면의 예술가들의 작품세계와 내면세계 그리고 우리네의 모습에 대해 담백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열린 싱상상상특강2의 다섯 번째 손님은 바로 소설가 윤대녕. 이번 강연에서는 평론가 홍기돈도 자리를 함께 하였다.

상상특강에서 강연 중인 윤대녕(사진 왼쪽)과 홍기돈
상상특강에서 강연 중인 윤대녕(사진 왼쪽)과 홍기돈 ⓒ 조영신
현실... 그 시원(始原)의 세계를 찾아서

이번 상상특강에서는 최근 10년 사이의 우리나라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90년대 신세대 작가의 좌장격인 윤대녕은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듯 하였지만 곧 청중들과 함께 소통하며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90년대 우리의 문학은 이전의 참여문학에서 탈바꿈하여 개인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개인이 사회와 별개가 아님이 분명하지만 90년대 작가들은 종종 이전의 작가들과 비교 당하며 '역사성 결여'니 '시대적 사명의식의 결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는 윤대녕도 마찬가지이다.

홍기돈은 "이러한 90년대 문학의 흐름을 '존재의 비애에 대한 성찰'의 시대"라고 말하였다. "절대적인 악이 사라진 현실에서는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시대와의 접전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윤대녕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조류에 맞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자신의 가장 절박한 문제들, 내면적인 사유들, 존재론적인 물음들이 시대적 역사성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당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뒤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소설을 읽는 풍경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하며 "이제는 그 때의 고민과 화해를 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현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바탕에는 이미 현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현실과 그 현실의 시원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나갈 것"이라 밝혔다.

너 몇 쇄 찍었어

윤대녕은 주지했듯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이러한 강박적인 비판이나 비난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작가의 현실이다. 요즘 작가들은 서로 만나면 '너 몇 쇄 찍었어'라는 화두가 가장 중요시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돈을 많이 벌었냐는 것이다. 물론 좋은 작품은 널리 읽혀야 한다. 문제는 좋지 않은 작품도 계속 팔려고 하는 행태이다.

문학도 상업적 논리 속에 속수무책으로 편입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른바 '스타작가'들이 속속 배출하고 있다. 홍기돈은 최근의 작가 중심으로 흘러가는 행태를 비난하며 작가라는 사람 자체를 스타로 만드는 데 급급한 나머지 그 작가의 작품이 갖는 의미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한탄하였다.

출판사에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나마 존재하던 독자들의 문학에 관한 관심이 떨어진다고 한다.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윤대녕은 이에 대해 독자들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독자와 출판사와 작가의 축 중 한 쪽이라도 무너지면 좋은 문학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윤대녕은 '문학은 밖을 떠돌던 내가 이 세상에 하는 턱걸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힘들던 세상살이에 겨우 턱걸이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문학이라는 뜻이리라. 때문에 윤대녕은 작품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자기의 욕망을 표출해내려 꾸준히 노력한다. 우리는 이러한 작가의 진정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네의 풍성한 문학세계를 위해서 말이다.

강의가 끝나고 삼삼오오 집으로 향하는 청중들을 보니 시집이나 소설책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책들은 아무리 디지털시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자본의 힘이 우리네의 어깨를 짓누른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해준다. 이야기는 점점 더 다양화되고 개체화되는 삶에 구체적인 자기 확인의 길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오늘, 추운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밀려 약해지는 자신을 도닥이기 위해서라도, 현실의 시원을 찾아 문학 나들이를 해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상상특강에 대한 문의는 풀로엮은집(www.puljib.com)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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