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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이 말에 의하면 ‘핑크색’이 공주색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세린이는 사진처럼 핑크색 내복에 핑크색 머리핀 등 유난히 핑크색을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 옷 한 벌을 사주었는데, 사실 옷 보다는 핑크색인 허리띠가 맘에 들어 샀답니다.
세린이 말에 의하면 ‘핑크색’이 공주색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세린이는 사진처럼 핑크색 내복에 핑크색 머리핀 등 유난히 핑크색을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 옷 한 벌을 사주었는데, 사실 옷 보다는 핑크색인 허리띠가 맘에 들어 샀답니다. ⓒ 장희용
7살에 유리구두 신고 신데렐라 되길 꿈꾸는 세린이

아무튼 공주가 되고 싶은 부푼 꿈으로 사는 세린이에게 아내가 바람을 넣었습니다. 7살이 되면 유리구두를 산 준다고 덜컥 약속을 해 버린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공주병에 걸린 세린이가 우상으로 떠받드는 공주가 있으니 바로 신데렐라 공주인데, 7살이 되면 신데렐라 유리구두를 사 준다고 했으니 얼마나 기대가 되었겠습니까?

얼떨결에 말한 아내는 때가 되면 잊어버리겠지 했지만, 아이들의 기억력 정말 대단하더군요. 모처럼 할인점에 가면 세린이가 꼭 들리는 데가 있으니, 바로 그 문제의 유리구두가 있는 신발코너입니다. 그러면서 잊지 않고 매번 하는 말이 “나 이거 7살 되면 엄마가 사 준다고 했다. 좋겠지?”입니다. 장장 2년 세월을 한결같이 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야 뭐, 귀여운 딸이 공주가 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단 하나 곤혹스러운 것이 있는데, 바로 잠자기 전에 한 권의 책을 읽어 줄 때입니다. ‘공주 이야기’라는 책인데 책 속에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공주라는 공주는 다 나오는 데, 어휴~ 어찌나 내용이 긴지 다른 책 5권 읽는 것보다 그 책 한 권 읽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또 하나 골치리가 있는데, 공주와 관련된 물건을 세린이가 어찌나 아끼는지 동생인 태민이는 근처에 얼씬도 못합니다. 책이고, 머리핀이고 어쩌다 만졌다간 그날은 태민이 초상날입니다. 동생이고 뭐고 사정 안 봐주고 펀치를 날리고는 태민이가 절대 닿지 못하는 곳에 올려놓거나 자기 방 어딘가에 숨겨 놓습니다.

어떤 때는 하도 여기저기에다 숨겨놓는 바람에 자기가 숨겨놓고도 어디에 숨겨 놨는지 잊어버리고는 찾아 헤매는 것 보면 어찌나 우스운지. 하지만 대책 없이 웃고 있다가는 큰 일 납니다. 웃는 게 자기 딴에는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면 자기 물건을 찾지 못해 심통이 나는지 괜히 아무 죄 없는 동생을 '고문'하거나 아빠를 닦달하기 때문이죠. 이런 녀석들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흐뭇한 웃음만 나옵니다.

아버지 말씀, “부모는 자식 건강하게 크는 게 제일 큰 행복이여”

시골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가 배운 것은 없어도 칠십다섯 먹도록 살다보니께 돈도 많이 벌고 자식들 공부 잘해서 훌륭하게 되는 것도 좋지만, 돈이라는 게 많으면 반드시 우환이 따르는 법이고, 부모들한테는 공부보다도 자식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인성을 가지고 크는 게 부모의 제일 큰 행복이여. 그러니께 애비 너도 돈에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고, 그리고 애들 너무 공부 공부 하지 말고, 남들 해코지 않으면서 살면 그게 사람이 사람 노릇하며 사람답게 사는겨. 그게 행복인겨.”

저희 아버지 말씀이 맞나요? 그러고 보니 저는 행복한 놈이네요. 비록 지방의 조그만 회사에 다니면서 그리 넉넉하지는 못한 생활이지만, 그래서 어떤 날은 ‘어디 하늘에서 돈 벼락 좀 안 떨어지나?’하는 궁상을 떨어보기도 하고, 집 안에 누가 출세한 사람 있어 나 좀 끌어주면 안되나 하는 ‘빽’없는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지만, 7살이면 유리구두를 신고 공주가 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사는 세린이와 점점 말썽꾸러기가 될 조짐을 보이는 태민이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제가 욕심 아닌 욕심 좀 부리고 있습니다. 몸이 아픈지라 아내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 아버지 살아생전에 “아버지, 저 집 샀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아버지께서 저를 남겨놓고 멀리 가시더라도 막내아들 집도 있고 먹고 살 수 있으니 자식 걱정 말고 편히 가시라 하고 싶어서 이틀에 한 번씩 새벽에 신문배달을 합니다. 이 정도 욕심까지는 괜찮겠죠?

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있어 행복합니다

ⓒ 장희용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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