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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당원 가입 및 당비대납 사건과 관련해서 16일 오후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의 당원명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가짜당원 가입 및 당비대납 사건과 관련해서 16일 오후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의 당원명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것이다."

김영술 열린우리당 제3사무부총장의 말이다. 여기서 '전투'란 선거를, '전쟁'이란 정치개혁을 말한다.

최근 여권의 '가짜당원'에 대한 자체 정화작업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게' 진행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번 당비대납 사건이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노인갈취당'이라고 하면 끝이다, 우리가 아무리 세게 걸러낸다 해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겠나"라고 우려했다.

"'노인갈취당' 낙인 찍히면 우린 끝이다"

입당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60세 이상 노인 100여명이 지난해 7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등록되고, 매달 통장에서 1∼2천원의 당비가 빠져나갔다는 '가짜당원' 의혹에 대한 당·정·청의 문제의식은 심각하다.

열린우리당의 수사 요청에 따라 16일 경찰은 서울시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 관악구 봉천본동 당원 135명에 대한 명부를 압수했다. 이를 통해 가짜당원을 가려내고 또한 가짜당원 모집을 주도한 열린우리당 당원에 대한 신원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지구당 사무실은 종종 있었지만 시·도당을 압수 수색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평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조차 "불법대선자금 파동 때도 압수수색은 하지 않았다"며 "집권 여당이 경찰의 자료 요구를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할 일도 없는데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주 중앙당 차원의 전국특별감사를 지휘한 박기춘 사무총장 대행은 32명 감사반원들과 시·도당 책임자들에게 감사 결과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았다. 박 사무총장 대행은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며 "서약서는 징계할 수 있는 근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발 나아가 18만 명에 달하는 당원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전병헌 대변인은 "감사를 벌인 결과 문제점이 드러나 추가 확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CMS(은행자동이체)·ARS(유선전화결제)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들을 상대로 중앙당 차원의 직접 확인을 거치겠다는 것.

당 일각에선 불만도 있었지만 '가짜당원' 해결에 당청 단결

지난 10일 당시 배기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불법당비대납 사건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며 "관련자들을 오늘 즉시 검찰에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당시 배기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불법당비대납 사건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며 "관련자들을 오늘 즉시 검찰에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가짜당원'을 쳐내겠다는 목표에 있어서는 당·청의 의지가 단일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방선거 부정방지를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지방선거 부정방지 대책이 공명선거를 위한 '마지막 특단의 대책'이 되도록 철저하고도 근본적으로 세우라"며 성역없는 수사와 단속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정당간 경선 제도에 차이가 있어 당내 부정선거 행위의 단속과 수사가 특정 정당에 상대적으로 편중될 수도 있어 고민스럽다"며 열린우리당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부정과 반칙의 승리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봉천동 가짜당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상황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집권여당을 뭘로 보나"라는 불만 아닌 불만도 나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일 금융결제원이 CMS 중지를 결정하면서 열린우리당 측에 일언반구 사전 통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날 오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경 수뇌부를 불러 관련 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사실도 당에선 뒤늦게 알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당을 깨려고 작심했나 보다"라며 '청와대 기획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2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에게 부정선거 수사현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올리는 등 미리 준비해온 정황이 이같은 오해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짜당원) 문제를 인지하고 당에 미리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할 계획이었으나 지도부 만찬이 미뤄지고 그 사이 언론이 터뜨리는 바람에 사전에 협의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기춘 사무총장 대행 역시 "청와대에서 그렇게 나와주는 것은 오히려 당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김영술 부총장도 "반칙이 원칙이 될 상황인데 주저할 게 뭐 있냐"며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방선거에서 '가짜당원' 논란 불거지면 여당은 자멸?

16일 오후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의 당원명부 등 자료를 압수하고 있다.
16일 오후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의 당원명부 등 자료를 압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방선거에서 '가짜당원' 문제가 불거지는 방식은 대개 두 가지다.

후보선출 당내 경선 과정에서 '힘있는 후보'를 제압하기 위해 '힘없는 후보군'에서 이같은 사례를 캐내 '부정선거'로 중도하차시키는 방법이 있고, 치열한 접전을 끝에 낙선한 후보자가 같은 방식으로 당선자를 낙마시키는 방법이 있다. 전자든 후자든 결국 본선에 '경쟁력없는 후보'가 나서게 되는 '자멸의 길'이라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위해 지난주 사무총장직을 내놓은 배기선 의원은 "노 대통령의 깨끗한 선거에 대한 의지와 열린우리당의 정당개혁 목표는 핵심인데, 가짜당원 문제는 이 뿌리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선도 위태롭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배 의원은 "미리 (가짜당원 모집에 대한) '자진신고'를 하면 용서하겠지만 경선 뒤 부정 의혹이 드러나면 자체적으로 검찰에 고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생길 상처, 사전에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다.

가짜당원 파문은 열린우리당의 '재정'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2천원 당비가 입금되는 방식은 크게 5가지. CMS와 ARS가 각각 30%씩을 차지하고 휴대폰 결제가 20% 가량 된다. 현금 납부가 그 다음을 차지하고 신용카드 결제는 미미하다. 현금 납부의 경우 대납을 우려해 은행·전화국·통신사 등 '제3기관'을 통하게 한 것인데 여기서 사고가 터진 것이다. 시도당의 경우 당비가 재정의 대부분(중앙당에서 주는 지방교부금 20% 제외)을 차지한다.

"당비 내야 투표권 드립니다"
정당개혁 실험으로 출발한 각당 당원제도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은 각각 기간당원제, 책임당원제, 진성당원제라는 '특별당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돈 내는' 당원제도다.

해방 이후 뿌리 깊은 정당의 금권정치를 없애기 위해 유권자들이 돈을 내고 당원으로 가입하는 대신, 정당은 이들에게 "당신들이 선택한 후보를 선출할 권한을 주겠다"며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제왕적 총재의 공천권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줌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정당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열린우리-기간당원제] 선거에 맞춰 '묻지마' 고무줄 당원 급증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은 당비(월 2천원)를 6개월 이상 낸 당원으로 '입당원서 제출→당비 납부방식 약정→해당 시·도당 전화로 본인 확인→당원자격심의위원회 약정당원으로 등록→이후 6개월 당비 납부 및 1차례 이상 당 연수 참여' 등의 절차를 거쳐 기간당원으로 최종 등록된다.

'가짜당원'은 주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운데 발생한 당비 대납의 경우가 많다. 최근 '봉천동 사건'은 강제로 인출한 경우다.

문제는 선거에 맞춰 '묻지마 식' 당원가입이 몰린다는 점이다.

오는 5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경선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당원 마감 시한인 작년 7· 8월경 입당이 집중되어 10만명 당원이 45만명으로 늘었다. 선거를 겨냥해 '고무줄 당원'이 횡횡하는 이유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공직후보자 선출시 ▲기간당원 30% ▲일반당원 20% ▲국민여론 50%로 기간당원들의 참여 비율은 다소 낮췄다.

[한나라-책임당원제] 뒤늦게 도입... 아직은 큰 사고 없어

뒤늦게 돈 내는 당원제를 도입한 한나라당은 작년 11월 혁신안을 마련해 매달 2천원씩 6개월 당비를 내면 '책임당원'의 지위를 줘 공직후보자로 추천받을 권리를 부여했다.

또한 대선 후보와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 ▲전당대회 출석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의원과 당원의 상당수는 '책임당원'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책임당원제 도입 이후 한번도 당직 공직 선거를 치러보지 않은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큰 사고가 터지지는 않았으나 최근 '거제지역의 무단 당원가입' 의혹 등이 제기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철저히 확인한 후 엄중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중앙선관위는 '당비 대납' 단속 결과를 발표하면서 36건 중 정당별로 열린우리당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5건, 민주당 8건 등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진성당원제] 최초 진성당원제 도입... 후보자 선출은 당원만

정당 사상 처음으로 진성당원제를 도입한 민주노동당은 당직·공직 후보자 선출을 100% 당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현재 8만여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1년 당비납부를 기준으로 10개월 이상, 1만원 이상(해고 노동자, 학생 등 일부 제외) 당비를 납부한 이에게 선거권·피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일반 국민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일부 터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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