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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탈당 언급'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정·청 TF팀 구성에 속도를 내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유재건(사진) 의장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대 이상으로 용기 있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 대통령의 솔직한 진면목을 봤다"면서 "이날 만찬은 당·청이 애정을 기초로 한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만찬에 참석했던 박병석 의원은 "중요한 모임이었기에 나온 말과 시간까지 모든 것을 다 기록했는데 상당한 오해가 있다"며 "메모한 노트를 3번 읽어봤는데 탈당의 '탈'자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의 말을 듣는 사람의 자의적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며 "대통령의 주된 요지는 당·청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고 인식의 차이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논란 과정에서 전병헌 대변인의 불만은 컸다. 전 대변인은 '여당 대변인 노릇하기 힘들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통해 만찬 참석자들이 '엠바고'를 지키지 않고 언론에 발설한 점, 더욱이 자의적인 해석까지 곁들였던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을 책임지는 지도부들이 대통령께서 직접 표현하지 않은 부분들을 자의적으로, 그리고 가장 해당적으로 해석해서 일부 언론에 흘려준 결과가 오늘 아침 보도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라며 "자해적, 해당적 언론플레이를 자주 연출하는 우리당"이라고 자조적인 표현을 했다.

한편, 배기선 사무총장은 청와대 만찬에서 유재건 의장이 제안하고 노 대통령이 받아들인 당·정·청간의 재정립을 위한 TF팀이 오늘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배 사무총장은 "(탈당 논란 등을) 다 해소하기 위해 TF팀은 당의 정책위의장과 청와대의 정책실장, 정부의 국무조정실장 3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구성돼 오늘부터 열심히 해줄 것"이라며 "앞으로 당·정·청간의 생산적이고 원만한 소통으로 국정운영과 전반적인 과제를 풀어 가는 시스템을 확실히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 TF팀 오늘부터 본격 가동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당·청 만남이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게시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당·청 만남이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게시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이 같은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탈당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만찬 뒤, 관련 내용을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알린 이부영 전 의장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면담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남겼는가"라며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낼 길이 없었다"고 만찬 회동 후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장은 "앞으로도 선거를 치러야하는 당쪽과 단임 대통령으로서 국정과제를 일관성 있게 밀고 가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이 같을 수 없으며 그 같은 입장차이는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요지의 노 대통령 발언을 다시 전하며 당청의 근본적인 인식차를 재차 강조했다.

이 전 의장은 김근태 상임고문이 탈당 언급을 취소해달라는 건의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상호존중하자. 안 되는 일에 매달려 같은 일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그 동안 당 내외에 끊임없이 떠돌던 노 대통령의 탈당설이 본인의 거론으로 직접 확인되었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 사태에 대해 "현재나 미래 어느 때라도 있을 수 있다"며 "열린우리당의 장래에 심각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이 전 의장은 "대통령이 탈당함으로써 여당의 위치를 언제라도 상실하게될 정당의 전당대회가 어찌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동영, 김근태 두 당권 경쟁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5·31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이 전 의장은 노 대통령 특유의 '역설적 전술'이나 '역발상'에 대해 "산마루에 오른 이의 그것은 아름답지도 감동적이지도 않고 그저 승리자의 몸짓으로 보일 따름"이라며 "그저 겸손하게 내려갈 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미더웁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날 <진중권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없는 여당은 여당이 아니고, 여당 없는 대통령은 불안정한 구조 위에 서게 된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경기도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 강연자로 참석해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하지 못하면 참여정부는 즉각 레임덕으로 간다"며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집권야당으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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