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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과 열린우리당 혁신`에 관한 토론을 벌인 뒤 당·정·청 관계의 문제의식 공유를 위한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했다. 김영춘, 이종걸, 최재천, 문병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모임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번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과 열린우리당 혁신`에 관한 토론을 벌인 뒤 당·정·청 관계의 문제의식 공유를 위한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했다. 김영춘, 이종걸, 최재천, 문병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모임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당내에 확산되고 있는 '당 주도권 회복' 목소리와 관련 "당청 갈등이 왜 이토록 강조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개각반대' 33인 서명파를 이끌고 있는 재선급 의원들을 겨냥해 "제각기 자기 정치적 환경과 목표를 맞추고 나서면 당·청은 굉장히 다양한 오솔길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당·청 엇박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유시민 의원 입각도 작년 여름부터 당내에선 공공연하게 돌았던 얘기다. 그런데 왜 지금 당·청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것인가? 이는 당권 경쟁에 나서는 40대 재선 그룹들이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동영·김근태 두 차기 주자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당·청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세균이 띄운 '40대 역할론'

작년 10·26 재선거 패배 이후 '문희상 체제'가 도중 하차할 때도 쟁점 문제는 당·청 갈등이었다. 당시에는 김근태 전 장관쪽에서 주도하고 정동영 전 장관쪽이 가세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재선거 패배에 따른 '청와대 책임론'을 내세워 당정청 전면 쇄신을 제기했다.

이후 들어선 정세균 비상체제는 정동영·김근태 양 계파를 제어하기 위해 '40대 역할론'을 띄웠다. 당시 정세균 의장은 "내년 전당대회에 (정동영·김근태와 함께) 40대 젊은이들도 나서서 뛰면 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해지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에 부응해 김부겸(원내수석부대표), 김영춘(전 집행위원), 오영식(공보부대표) 의원 등은 정세균 의장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하며 상생 공존하는 모습을 취했다. 당직 외곽에 있던 임종석 의원은 '민주당 통합론'으로 부각되었고, 이종걸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돌았다.

이들은 당정청 쇄신을 통해 정치의 중심을 당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세균 지도부가 들어선 뒤 잔뜩 벼르고 들어간 '청와대 만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청간 긴밀한 소통을 주문한 비상지도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당·정 분리' 원칙을 강조할 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듯 했지만 정세균 의장의 '입 단속'으로 불씨를 남기는데 그쳤다.

하지만 연초 개각을 통해 '정세균호'가 좌초하면서 이 같은 긴장 거리는 사라졌다. 중립지대를 형성해온 정세균 의장이 산자부 장관으로 들어가고, '40대 재선' 동료인 유시민 의원의 입각 발표가 나면서다. 또한 정동영·김근태 차기주자들이 당에 들어와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선언한 시점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김영춘·이종걸, '노무현·이해찬 책임론' 제기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영춘·이종걸 의원과 유시민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춘·이종걸 의원의 이슈는 당·청 관계다. 두 의원은 개각 파문 초기 '유시민 입각'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지만 "반(反)유시민이냐" "한나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청 관계 재정립'으로 명분을 다졌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영춘·이종걸 의원과 유시민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춘·이종걸 의원의 이슈는 당·청 관계다. 두 의원은 개각 파문 초기 '유시민 입각'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지만 "반(反)유시민이냐" "한나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청 관계 재정립'으로 명분을 다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권주자냐, 40대 주자냐. 개각 반발이 당·청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전당대회의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쪽에서는 유시민 입각에 대해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의 재목"이라며 '차세대론'을 띄운 것도 상승 효과를 냈다.

이들의 전당대회를 향한 행보에는 지지율 낮은 노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하며 당의 운명은 당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표출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1·2 개각에 반발하며 초·재선 서명파를 이끌고 있는 김영춘·이종걸 의원의 이슈는 당·청 관계다. 두 의원은 개각 파문 초기 '유시민 입각'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지만 "반(反)유시민이냐" "한나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청 관계 재정립'으로 명분을 다졌다.

김영춘 의원은 '유시민 입각' 반대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이 국민과의 '정서'적 소통에 실패했고 유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의 '차세대 육성론'에 대해서도 "차기 지도자는 국민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대통령이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고유권이 인사독점권으로 들리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과거 독재 정부에서나 통용되던 말"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인 이 의원은 진대제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설이 돌면서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두 의원은 '서명파 33인'에 앞장서 노 대통령 면담과 개각 과정의 불협화음에 대한 책임자의 해명을 요구하며 이해찬 총리를 겨냥했다.

김부겸·임종석...갈등 대신 '화합'과 '통합'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무언가를 논의하는 임종석 의원과 김부겸 의원.김부겸·임종석 의원은 이번 개각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무언가를 논의하는 임종석 의원과 김부겸 의원.김부겸·임종석 의원은 이번 개각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 이종호
김부겸·임종석 의원은 이번 개각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당·청 갈등이 친노·반노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 자칫 '반개혁' 세력으로 몰리면서 "자해행위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도부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맡아온 김 의원은 서명파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언급한 문제가 아니"라며 입을 다물었다. 당·청 갈등과 개각 파문을 하루 빨리 매듭짓고 전당대회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화합과 균형을 강조해온 김 의원은 친노 vs 반노, 정동영 vs 김근태 등 당이 분열로 가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바탕 아래 이번 전당대회 성격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단적으로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 전초전이냐, 아니면 참여정부의 기본 노선이 그대로 가냐는 것. 김 의원은 이번 주말께(15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함께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던 임종석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대연정 제안 때도 당이 크게 들썩였지만 한발짝 물러나 있었다.

지난 연말 노 대통령 당선 3주년을 맞아 마련된 당정청 워크숍에 발제자로 나섰지만 남북관계 문제에 국한해 평가했다. 대신 임 의원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위기 해법으로 민주당 통합을 포함한 '민주세력 대통합론'을 제시하고 있다. 임 의원은 5월 지방선거 완패는 열린우리당의 '빅뱅'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제기하고 했다.

통합론은 정동영·김근태 주 차기주자들도 고민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창당 초심에 배치된다는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한 임 의원이 통합론을 어떻게 공론화할지 관심거리다.

'유시민 차세대론' 악재? 호재?

이런 때도 있었지만... 김영춘·임종석·김부겸·송영길·안영근 의원등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탄핵심판 전인 지난 2004년 4월 `대통령을 지켜주십시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뒤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런 때도 있었지만...
김영춘·임종석·김부겸·송영길·안영근 의원등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탄핵심판 전인 지난 2004년 4월 `대통령을 지켜주십시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뒤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친노 그룹에선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가 전당대회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김 특보 역시 노 대통령이 '40대 장관'으로 발탁한 인물. 김 특보는 작년 전당대회 때 유시민 의원과 동반 출마했다가 낙마했다. 유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는 오는 14일 전국회원총회를 열어 전당대회 출마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여성'을 대표해선 조배숙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김영춘, 이종걸 의원 등과 함께 개각반대 서명파에 소속된 조 의원은 지난 주 비상집행위원직을 내놓으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작년 4월 전당대회 때 386 의원들이 받쳐준 송영길 의원은 이번에는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가 제기한 '차세대 양성론'이 이들 40대 주자들에게 '악재'가 될지 '호재'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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