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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구'일까? 잡히기는 부산이나 거제에서 많이 잡히는데 하필 대구인가? 이름이 궁금했다. 붉은 플라스틱 물통을 가득 채운 대구를 보면서 물옷으로 무장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주머니, 고기 이름이 왜 대구입니까?"
"입이 커서 대구 아입니꺼."

▲ 대구가 가득 들어있는 붉은 플라스틱 통
ⓒ 이태욱
"아하, 클 대(大)자, 입 구(口)자, 입이 커서 대구(大口)구나?"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고기를 보니 생각보다 입이 그렇게 크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 통 속의 대구
ⓒ 이태욱
그래서 다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주머니,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라는데 맞습니까?"
"아니예, 대구는 워낙 커서 입이 큰 건 맞지만 다른 고기에 비해서는 별로 큰 것도 아닌데요. 보이소. 별로 아입니꺼."
"그럼, 왜 대구일까요?"
"클 대(大)자는 맞을 것 같은데 다음 것은 나도 모르겠네요."

아주머니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여 어느 것이 옳은지는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돌려야겠다.

▲ 입을 벌리고 있는 대구
ⓒ 이태욱
12월, 가덕도 앞바다에서는 대구가 대량으로 잡힌다. 부산과 경남의 경계에 있는 용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덕도 가는 배의 선착장이 있었던 곳이다. 김해공항에서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곳이다. 진해시 소속이다. 지금은 앞 바다를 메워 새로운 항만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이름을 두고 부산과 진해가 싸우고 있는 가운데 1월19일 역사적인 신항 개장을 앞두고 있다.

▲ 마지막 공사 중인 신항 입구
ⓒ 이태욱
선착장 길목인 용원시장에는 아직도 대구도 우글거리고 사람도 와글거린다. 재방을 쌓아 지금은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시장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 김을 출하하는 어판장, 둑 너머가 부산 신항
ⓒ 이태욱
대구는 한때 어획량이 급감해 한 마리에 5∼6십만 원까지 호가했다고 한다. 이러던 대구가 지금은 많이 잡히는 덕에 값이 많이 내렸다.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거제도 장목에서 대구의 수정란을 많이 방류하였기 때문이다. 81년부터 매년 벌여온 수정란 방류 덕분에 한때 한 마리도 잡히지 않던 대구가 2000년 이후로 마리 수가 서서히 늘어나더니 재작년부터 대거 잡히고 있다.

작년에도 경남도는 수정란 및 인공생산에 성공한 치어 2만 마리를 방류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당분간 서민들도 대구 맛을 보는 데는 이상이 없을 듯하다.

1월 금어기에 들어 정치망으로 밖에 잡을 수 없지만 아직 통 속에 담겨 있는 대구는 무척 많다.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대구는 고기치고는 무척 순하다. 넓은 대양을 헤엄치던 고기가 조그만 통 속에 갇혀 기가 죽어 그러는 것인지 마냥 조용하기만 하다. 큰 물통에 대구가 가득 채워져 있는 시장 안 횟집 앞에서 주인과 고기를 두고 흥정한다.

▲ 온순한 대구
ⓒ 이태욱

"아저씨, 이 놈 한 마리 얼마지요?"
"팔 만원만 주이소."

"몇 명 먹을 수 있나요?"
"서너 명은 충분할 겁니더."

"값이 대단히 싸다고 하던데 그렇지는 않네요."
"요즘 찾는 사람이 많아 많이 올랐다 아임니꺼."

"이거 사면 요리 다 해 줍니까?."
"그럼요."

"어떻게 요리해 주는데요."
"먼저 회를 쳐 드리고 다음은 탕까지 끊여 드린다 아님니꺼."

"탕 값은 따로 받습니까?."
"어데예, 다 포함해서 팔만원입니더."

우리 일행 네 명은 이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아 앉았다. 처음 먹어보는 대구회도, 먹음직스러운 탕도 푸짐하게 먹었다. 대구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횟집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나도 와 하나 안 찍어 줍니꺼?"
"사진 찍으면 모델료 달라고 해서요."
"내사 늙어서 모델료 안 받을 테니 걱정 말고 찍으소."

▲ 고기를 장만 중인 횟집 아주머니
ⓒ 이태욱

"너무 맛있어서 가족들이랑 또 한번 와야겠습니다."
"이제 설 지나면 보기 힘듭니더, 대구 자실라먼 퍼떡 오이소."

덧붙이는 글 | 부산 하구둑에서 진해 쪽으로 십여분 가면 용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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