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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SBS)이나 <놀러와>(MBC) 등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토크쇼는, 다수의 패널들을 포진시켜 놓고 일정한 주제나 콘셉트에 맞추어 자신의 경험담이나 포복절도할 유머 혹은 개인기를 선보이는 게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주제는 언제나 남녀간의 사랑이나 연애담 같은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설정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사실 토크쇼에서 표면적으로 제시하는 '주제'라는 것은 하나의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에게 이야깃거리를 펼쳐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화두만을 던져줄 뿐, 진정한 핵심은 한마디로 연예인들의 '말장난'에 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상상플러스>의 '세대공감 올드앤뉴'는 갈수록 초기의 목적에서 벗어나 탁재훈과 이휘재의 개인기 전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탁재훈의 유행어 모음집이나 개인기 열전을 과시하는 와중에, 정작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는 희미해지고, 오히려 출연자들끼리 웃고 떠드는 데 열중하는 가운데 불쑥 비속어나 반말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얼음공주'라는 이미지로 주목 받았던 아나운서 노현정은 이제 '우리말 전달'보다는 남자 MC들 사이에서 짓궂은 장난과 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그런 장면들이 사실 오락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는 더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락적인 정체성을 감안할 때, 물론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이 한 번 웃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개인기를 앞세운 소수의 연예인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면서 벌어지는 방송의 '사유화' 경향이다.

프로그램 안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연예인들이지만, 정작 그런 모습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위한 것이다. 단순히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신들끼리만 재미있고, 자신들끼리 허용되는 언어로 소통하라고 전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은 방송답게 지켜야하는 룰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야심만만>의 방영분을 놓고 벌어진 '최민수 논란'은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사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반말투의 어체를 사용하거나, 무례한 언사를 구사했던 것이 최민수가 처음은 아니다. 그의 마초적 이미지와 '겉멋'에 치중한 말투가 안티 여론을 확산시킨 측면이 없지 않지만, 방송과 사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연예인들에 의한 선정적인 토크쇼의 한계는 이미 여러 번 지적되었던 바 있다.

선후배 간의 위계 질서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신뢰가 어찌됐든 그것은 '사적인 영역'이고, 방송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솔직함'을 빌미로, 토크쇼에서에서 차마 하기 어려운 비속어나 반말투, 예의 없는 인신공격적 표현, 혹은 낯뜨거운 성적 표현까지 무작위로 범람하는 경향이 넘쳐나고 있다.

솔직함이 무례함이나 경솔함과 동의어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표현을 경솔하게 구사하는 일부 생각없는 연예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방송 그 자체에 있다. 오히려 프로그램의 정체성 자체가 그런 자질구레하고 자극적인 어휘 구사를 선동하고, 그로 인한 언어의 유희를 즐기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선정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토크쇼, 그 정체성의 현주소를 재점검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