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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함영이 부장/ 사진: 노민규 /정리: 이재은 기자

▲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 우먼타임스
숙명여자대학교는 '땅콩 같은 학교'다. 겉에서 보면 작고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알짜배기가 꽉 들어차 있는 학교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숙명여대는 6년 연속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됐으며, 정보화 유공기관 대통령 표창 수상, 3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 대학 선정 등의 성과를 거두며 꾸준히 내실을 다져왔다.

한때 '몰락하는 학교'로 불릴 만큼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을 꿈꾸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도약하는 숙명여대'의 중심에는 올해로 12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경숙 총장이 있다.

2006년 창학 100주년을 앞두고 21세기 여성리더 교육 및 양성에 여념이 없는 이 총장을 만났다.

2020 프로젝트 야심찬 계획…체계적 교육으로 글로벌 리더 도약

- 2006년이면 창학 100주년을 맞는다. 창학 100주년의 비전을 무엇인가.
"'202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0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리더십교육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2020년 대한민국 리더 10명 중 1명은 숙명이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1학년생 전원을 리더십 교양학부에 소속시키고 14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리더십 전반에 대한 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읽기·쓰기·발표·토론기법 등을 공부하게 한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 개발기술부터 리더십에 초점을 맞춰 다시 교육하는 것인데 기초적인 리더십 과정이 끝나면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회 각층의 리더들을 초빙, 특강을 받도록 하고 멘토를 연결해 준다.

리더십 개발과 관련 2005년도 교육부특성화지원사업에서 '세계 최고의 리더십대학을 지향하는 교육시스템 개혁사업'과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설립 프로그램 운영'에 선정됐다. 덕분에 우리학교 학생 500명이 매년 3박4일 해외교육연수를 무료로 받고 있다. 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글로벌 리더십 훈련을 받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앞으로 리더십 특화, 글로벌화, 융합화를 전략으로 리더십 연구를 강화하고, 그 성과를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 리더십 교육 이외에 대학 특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생명공학(BT) 분야와 문화관광 콘텐츠(CT) 분야, 여성질환연구 특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질환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여성질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성질환연구센터는 올 2005년 과학기술부 신규 우수 연구센터(SRC)로 선정돼 지원금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식생활 문화 개선 프로그램, 웰빙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창조적 지식과 미래형 기술, 봉사적 성품, 건강한 심신을 갖춘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숙대는 규모가 크지도 않고, 또 여자대학이다. 강점을 갖는 몇 가지만 특화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섬김의 리더십' 밑거름…"한국 최대 명문여대로 만들 것" 피력

- 숙대가 강조하는 리더십은 과거 남성들이 추구해왔던 이른바 전통적인 리더십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 느껴진다.
"숙명 리더십의 모토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바로 우리 학교 리더십의 핵심인 것이다. 남성들이 추구해온 전통적인 리더십은 지시, 명령, 군림의 요소로 구성되고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숙명 리더십은 21세기형 리더십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수평적, 관계중심적, 잠재력 존중, 상대방의 배려를 통해 저절로 권위가 세워지고 힘이 생기게 되는 '섬김의 리더십'이다. 서로 위하고 배려하는 쌍방향의 리더십이 바로 '섬김의 리더십'이다.

최근에는 외국의 리더십 관계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교수들에게도 리더십 교육을 하고 있다. 리더십 교육을 받은 교수는 학생에게 다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는 멘토 시스템을 운영한다. 취업개발연구원 교수 60명이 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내 굴지의 기업 CEO 1명당 학생 10명을 연계해주는 멘토-멘티 제도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CEO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카리스마 대단…학생엔 부담없는 총장되고파

- 이 총장께서 처음 숙대에 취임할 때만 해도 학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떤 마음가짐과 방법들로 난관을 돌파했나.
"지난 1994년 4월, 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학교 상황은 정말 혼란 그 자체였다. 학생회, 교수회, 직원 노조 모두 깊은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었고 재정적으로는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학교 부지가 국·시유지로 편입돼 7개 정부기관이 소유권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광복 이후부터의 임대료, 연체료, 불법건물 벌금 등의 체납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외부적으로는 문민정부의 교육개방화 정책도 압박이 됐다. 대학평가가 시작되면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기 때문에 매일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출구는 안 보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문닫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데 몰두했다.

먼저 2006년까지는 국내 최상의 명문여대를 만들겠다는 1단계 비전을 세웠다. 최상의 여대로 도약하기 위해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06년에 맞춰 학교 규모를 두 배 이상(11개 건물 새로 건축)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6만 명의 동문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을 벌였고 기업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청소하는 아줌마까지 한 달 월급을 학교에 내면서 동참했다. 발로 뛰는 총장을 보면서, 말단 직원까지 주인의식이 생기는 모습을 경험했다. 모든 직원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고 고맙게 생각하니까 이들도 나를 아끼고 섬기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섬김의 리더십이다. 그렇게 모금된 금액이 올해로 800억원을 넘어섰다."

- 숙명여대 축제는 학생들과 총장이 함께 어우러져서 즐기는 축제로 유명하다. 축제 때마다 총장님의 복장, 춤 등이 화제가 된다. 기꺼이 망가지는 것을 자청하면서 학생들과 어울리는 이유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과 연대는 구호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경험할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학교 축제 때 그해 성년이 된 재학생과 학부모들을 초청하는 '성년제·은혜제'를 여는데 그때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축하와 감사의 의미로 교무위원들과 함께 그해 유행하는 춤, 노래 등을 선보인다. 무대에 서기 위해 교무위원들과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한 달 동안 연습한다.

그런데 막상 무대 위에서 하면 잘 안 맞아서 엉망이 된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학생들은 그렇게 좋아한다.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교수들이 춤추고 노래하니까 막역하고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우리 학생들은 길거리에서도 아무 거리낌없이 '총장님'하고 부르며 인사한다."

블루오션 롤모델 된 숙대
경쟁서 탈출…창조의 힘 '열쇠'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중심으로 난관을 헤쳐온 숙명여대의 전략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오션의 대표적인 모델. 제2 창학 이후 디지털대학, 지식경영대학, 문화선도대학을 특성화하는 전략 모두가 타 대학들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대학 운영법이었던 것.

▲ 모델하우스를 이용한 무선 랜 서비스= 지난 1998년 국내 대학 최초로 무선 랜 서비스를 실시했고, 2002년에는 개인 모바일을 통해 ID서비스와 학사행정, 모바일 맞춤 통보, 신용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캠퍼스를 구현했다.

이와 함께 전문분야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대학 최초로 원격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초고속 인터넷망과 위성통신기반의 정보통신환경 속에서 시공의 장벽 없이 온·오프라인 토털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유비쿼터스 캠퍼스를 구축했다.

이 총장은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무선 랜을 설치해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업체 사장을 상대로 숙대를 모델하우스로 삼아보라고 업체를 설득했다"며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숙대를 홍보 거점지로 만들게 해 비용 부담을 덜었다"고 전략을 소개했다. 덕분에 무선 랜 구축과 함께 통신사와 및 모바일 콘텐츠 제공 회사와의 제휴를 통한 모바일 캠퍼스 구현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 문화선도 대학에서 티솔까지= 행정시스템을 과학화하고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지식경영대학과 여대만의 특징을 살려 특성화한 문화선도대학도 타 대학들은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문화선도대학은 문화와 학문을 접목한 것으로 박물관, 미술관, 연주홀, 음식연구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숙명여대 안에 있는 프랑스의 요리학교 코르동블루가 서양요리를 선도하고 있으며 고종의 마지막 상궁이었던 한상궁이 전수한 궁중요리는 식품영양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어 문화선도대학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총장은 "너무 힘든 상황에서 도약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남들과 경쟁하는 것에서 벗어나 21세기 유망한 것들 창조하기 시작했다"며 "티솔(TESOL,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음악치료대학원, 전통문화예술대학, 여성질환연구센터 등을 특성화한 것이 바로 블루오션의 성공사례"라고 설명했다. / 이재은 기자 lje@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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