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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과 그곳 지하실 사이는 그리 멀지 않는 까닭에 가끔씩 집을 오가곤 했다. 대부분 집에 드나들었던 것은 연탄보일러가 잘 돌아가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고, 나머지 하루 두 번씩 들렀던 것은 점심과 저녁밥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이른바 세 끼는 못한다 하더라도 두 끼만이라도 해결해야 했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뜯고 고치기를 되풀이했다. 어디선가 새는 것 같으나 좀체 그것을 잡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땅 속으로 물이 새들어갔던지 그 물줄기를 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일을 하는 아저씨들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그 때문에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하기도 했다.
그 일주일 동안 나와 아내는 점심밥과 저녁밥을 집에서 해 먹곤 했다. 그나마 날씨가 풀릴 때는 집을 오가는 게 괜찮았지만 날씨가 정말로 추울 때에는 집을 오가는 일마저도 좋지 않았다. 방이 완전히 냉방인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나야 남자로서 어디에 앉아도 괜찮다지만 셋째를 가진 아내를 그 냉방에서 밥을 지어 먹게 한다는 게 결코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쯤 나와 아내는 노숙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씩 교회를 드나들며 구걸하던 사람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한 푼 두 푼 돈을 청하는 사람들, 라면 몇 봉지라도 좋다며 부탁하는 사람들, 처와 자식에게 해 먹일 쌀이 없다며 호소하는 사람들, 떨어진 옷이라도 좋으니 입을 거리 몇 가지만이라도 주었으면 하는 사람들….
그 힘든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연탄보일러가 잘 돌아간다. 땅 밑으로 흐르던 물줄기가 땅 밖으로 새어 나와 그 물꼬를 완전히 잡았고, 그 때문에 연탄을 때도 아무렇지도 않게 방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기름보일러를 때던 예전 모습에 비하면 연탄을 가는 일이 조금은 고생스런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연탄을 때면서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기름이 없어서 냉방에다 전기담요 하나를 둘러쓰고 자는 사람들도 많고, 연탄도 넉넉지 않은 지역에서 사는 탓에 그마저도 못 때면서 자는 집들도 많고, 집 밖에서 노숙하며 사는 사람들도 정말로 많기 때문이다.
비록 연탄을 때는 집이라 할지라도 그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생각해 보면 집 밖에서 지낸 그 일주일간이 되레 감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