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천지난 23일 오전 집회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인천지난 23일 오전 집회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등원하자는 의원들이 많으면 들어가는 것 아닌가."

28일 한나라당 의총을 소집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장외투쟁은 계속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박근혜 대표의 '사학법 올인투쟁'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까지 등원론에 가세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28일 의총에서 원내외병행투쟁으로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여전히 사학법에 대한 강경한 기조를 견지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정부는 27일 오전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개정 사학법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오는 30일 공포될 예정이다. 한나라당과 천주교·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등 종교 사학법인이 요구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27일 오후 4시에 대구에서 28일에는 대전에서 사학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29일 서울 집회도 검토중이다. 또, 내년 1월 10일에도 수원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이석연 변호사도 헌법재판소에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으며, 한기총을 중심으로 천주교회와 사학법인, 시민단체들이 만든 사학법 개정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도 조만간 '천만인 반대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일부터 좌우 두리번거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한나라당이 28일 의원총회를 열고,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이후 방향에 대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기로 해 주목된다.

의총은 현재의 장외투쟁 방침과 원내·외병행 투쟁론중 하나를 선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장외투쟁 선언 이후 여러 차례 의총을 열었으나, 이견 분출로 대오가 혼란되는 것을 우려해 토론을 막아왔다.

"지도부가 신이 아니다... 내가 전격 등원 결심할 수도"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농성중이던 강재섭 원내대표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산하기에 앞서 사학법 무효와 김원기 의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농성중이던 강재섭 원내대표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산하기에 앞서 사학법 무효와 김원기 의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의총을 소집한 강재섭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장외투쟁하는 중이기 때문에 토론을 억제해 왔다"며 "장외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본회의도 있고 연말까지는 마지막 국면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자 하는 것"이라고 의총 배경을 설명했다.

"내일 의총에서 많은 발언이 나올 것 같다"는 질문에 강 대표는 "그럴 것"이라며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이런 저런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이미 당내 여러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또 "등원하자는 의원들이 많으면 병행투쟁하는 것인가"라는데 대해 "사학법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은 계속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당연한 것 아닌가, 다수 의견대로 가는 것 아닌가"라며 "고진화 의원이 '지도부가 신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라고 답했다.

고진화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 당내 대권주자는 신이 아니다,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장외투쟁의 중간평가도 있을 수 있다"며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연말까지 처리해야 할 사안은 처리하면서 한나라당 요구도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 원내대표는 또 "김원기 국회의장이 양심이 있으면 사회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경위 50명 데리고 나와도 궂은 꼴 보게 될 것인데 사회를 보러 나오겠느냐"고 말해, 김 의장이 사회를 볼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병행투쟁론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과 고진화 의원은 장외투쟁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으며, 김덕룡 전 원내대표와 이상득 의원도 공식회의에서 등원과 장외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에는 손학규 지사가 예산안 처리와 호남폭설 피해 처리를 위해 등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손 지사의 발언은 당내 논의의 물꼬를 트고, 박 대표에게 회군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온 만큼 의총 때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병행투쟁론이 당내 소장파는 물론, 중진들과 대권주자에게도 확산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실 농성 해산을 등원을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 원내대표는 내년 1월 1일자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산안과 부동산 관련 법안 등 시급한 현안은 내년을 위해서 확실히 올해 통과되어야 한다"며 "임시국회 마지막날 본회의에 가서 검토한 뒤 내가 전격 등원을 결심할 수도 있다,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원기 의장이 사회를 안 보는 선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넘겨줄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무시하고 열린우리당끼리 알아서 하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수요모임도 의원총회에 앞서 사전 모임을 갖기로 했다.

박 대표 고집 꺾을 수 있을까... "병행투쟁 주장 많지 않다"

물론, 현재 상황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박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그 동안 의총에서 논의를 자제해 왔기 때문에 지금쯤 의견을 모으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지금까지 상황과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병행투쟁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사학법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가진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현재 투쟁 모습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이들의 말을 자르면서 강경대응 고수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28일 오후 4시에 대전에서 장외집회 차 없는 거리에서 대회를 갖기로 했고, 내년 1월 10일 수원 집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내년에도 날치기 사학법이 원천무효 될 때까지 장외집회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