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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는 1968년에 천연기념물 203호로 지정된 희귀조이다. 전세계에 7000마리미만이 생존해 있는 세계적인 보호조류이기도 하다. 몸길이는 최대 127cm에 이르고,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을 때는 그 길이가 2m에 이른다고 하니 이들이 집단으로 비행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 아파트 단지 위로 날아가는 재두루미 무리
ⓒ 이현상
이런 진귀한 풍경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볼 수 있다면? 김포가 바로 그런 곳이다. 김포는 한강하구가 인근에 있고 겨울철에 낙곡을 제공해주는 논이 많아 재두루미에게는 원래 좋은 서식지였다. 김포에는 한때 2000개체 이상의 재두루미가 날아 왔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점차 개체수가 줄어 올해에는 60여개체만 관찰되고 있다. 이마저 생태계 교란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월동하고 있어 정확한 전수 조사가 힘든 실정이다.

이 숫자는 작년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야생조류보호협회 등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보호활동으로 그나마 그들이 잊지 않고 김포를 찾고 있지만 언제까지 김포에서 재두루미를 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 논에서 먹이활동 중인 재두루미
ⓒ 이현상
재두루미는 주로 시베리아·우수리·몽골·중국 북동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11월경 찾아와 이듬해 3월에 되돌아가는데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잠시 머물러 영양을 보충한 후 일본으로 날아가 겨울을 나기도 한다.

▲ 내려앉기 전 선회하며 경계하는 재두루미
ⓒ 이현상
두루미가 흰색과 검은색, 머리의 붉은 색으로 선비를 연상시킨다면 재두루미는 단아한 청회색의 빛깔로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극진한 가족애로 유명한 재두루미가 가족 단위로 평화롭게 들판에 내려앉아 먹이를 먹는 모습은 극한적인 입시경쟁과 인간관계가 단절된 인터넷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정서적인 자양분이 된다.

▲ 공사 중인 도로 위로 위태롭게 날아오르는 재두루미
ⓒ 이현상
김포의 재두루미는 제법 알려져 있는 명물이지만 그에 비해 그들의 서식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선 이후에도 꾸준히 김포를 찾아오는 재두루미가 고맙지만 거의 완공단계인 김포 우회도로가 들어서고, 그 길을 차량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에도 다시 이곳을 찾을지는 의문이다. 대규모 아파트촌과 도로완공 등 재두루미의 서식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지금 지역주민과 김포시, 그리고 정책당국이 한자리에 모여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번 떠나간 재두루미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줄지어 날아가는 재두루미 비행편대
ⓒ 이현상
오늘도 어김없이 들판에 내려앉아 불안한 모습으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재두루미들은 인간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들에게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루미 3총사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을 흔히 두루미 3총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원에서 가장 많은 수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겨울을 난다. 흑두루미는 남해와 천수만에서 소수의 개체만이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두루미는 철원과 김포에서 겨울을 난다. 재두루미는 몸길이 최대 127cm로서 140cm에 이르는 두루미보다는 조금 작고 100cm 정도인 흑두루미보다는 조금 크다. 두루미 3총사는 모두 세계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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