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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로 업었는데 등뒤에서 손가락 빨고 있습니다.
포대기로 업었는데 등뒤에서 손가락 빨고 있습니다. ⓒ 전은화
잘 놀던 은혜, 졸음이 왔는지 서서히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잠이 오면 젖을 물고 자던 버릇이 있던 터라 이내 가슴을 파고 들며 손가락을 쑤셔넣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집요한지 손가락을 아무리 밀쳐내도 다시 넣고 다시 넣고.

퉁퉁 불은 가슴에 딸내미 손이 닿을때마다 너무 아픈 나머지 저도 모르게 "아!"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놀란 은혜는 더 큰소리로 울어대고 통증은 더해만 가니 식은땀이 났습니다.

우는 아기를 포대기로 업었습니다. 젖을 짜내야 되는데 은혜를 재우는게 더 급했기에 아픔을 무릅쓰고 포대기 끈을 질끈 묶었습니다. 몇번 왔다갔다 했더니 눈물범벅된 은혜 얼굴에 평화가 흘렀습니다. 살며시 눕히고 종종걸음으로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 틈을 타서 퉁퉁 불은 젖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돌덩이처럼 되버린 가슴에 손대기가 무서울 정도 였습니다. 찡그려지는 얼굴 필새도 없이 부랴부랴 짜내고 안되겠다 싶어 다시 붕대를 찾아나섰습니다.

여기 저기 뒤져도 보이지 않아 한숨 쉬며 일어나는데 옷장옆에 있는 책장속 꼭대기에 하얀 뭉치가 보였습니다. 손을 뻗어 꺼내보니 이런! 붕대가 왜 책장속에서 들어가 있는지 원. 이유야 어찌됐건 그 붕대로 가슴을 칭칭 동여맸습니다.

엄마 아기 쭈쭈 안줘? 아기 울잖아~

요즘 썰렁해진 날씨에 감기기운이 있는듯 했습니다. 거기다가 젖뗀답시고 신경써서 그런지 으실으실 몸살기가 발동했습니다. 젖몸살인듯 했습니다.

잠에서 깬 은혜가 품에 안기더니 또 젖을 찾으며 더듬거렸습니다. 몸살도 몸살이지만 애타게 젖을 찾는 은혜를 보노라면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약해지지 않으려고 더 차갑게 대했습니다. 첨엔 조용히 "은혜야 안돼. 이제 은혜 쭈쭈 없어요~." 하며 타일렀습니다.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더니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계속 그칠줄 몰랐습니다.

"최은혜! 안돼!"
"으앙~"

은혜가 울기 시작하니 옆에서 보고있던 소연이는 언니랍시고 동생걱정을 했습니다. 얼굴을 살짝 찌뿌리더니 엄마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엄마! 아기한테 왜그래~!"
"아기 이제 쭈쭈 먹으면 안되는데 자꾸 달라고 하잖아."
"아기 울잖아~, 엄마 아기 쭈쭈 안줘?"
"그래. 이제 너처럼 밥먹어야돼."
"..., 아기 밥먹어야돼? 아기야~, 울지마."

발음도 또박또박 못하는 소연이는 제법 할소리를 다 하면서 동생편을 들었습니다. 말귀를 알아듣는지라 설명을 듣고는 은혜 등에 고사리 손을 얹어 다독거리는데 큰딸내미 참 든든했습니다.

엄마가 되는것, 쉬운게 하나도 없네

요구르트를 빨대로 아주 잘 빨아먹습니다.
요구르트를 빨대로 아주 잘 빨아먹습니다. ⓒ 전은화
3일째가 되니 은혜의 태도가 조금씩 변했습니다. 엄마젖을 찾아 더듬다가도 엄마의 표정을 살피고는 금세 손을 내리는가 하면 장난까지 쳤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제 됐구나 싶었습니다.

아기의 의연함과는 달리 가슴에 통증은 3일째가 되어도 여전했습니다. 그나마 이틀째 되는날 약국에서 젖 마르는데 도움을 주는 '마이야쉐이'라는 엿기름물을 마신 덕인지 첫날보다는 덜했습니다.

남편은 갑자기 젖을 떼는것에 약간은 불만스러움을 내비치며 은혜가 안쓰러운듯 안아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자꾸 아픈 표정을 짖는 제가 신경쓰였는지 걱정하며 물었습니다.

"그렇게 아파? 젖 떼는게 그렇게 힘든거야?"
"남자들이 뭘 알겠어. 아휴 아파 죽겠구만."
"그거 뭐 몇일 지나면 괜찮아 지는거 아냐?"
"애낳는 고통을 아나, 젖 떼는 고통을 아나. 남자들은 좋겠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남편, 사실 좀 얄미웠습니다. 그러면서 첫 아기 낳고 엄마가 되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저런 지난 날들을 거스르다 보니 역시 엄마가 된다는 것, 쉬운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남편이 미안했는지 아침에 운동을 나가면서 밥도 해놓고 설겆이도 해놓았습니다. 남편 말대로 이제 며칠 후면 다 괜찮아 지겠지요. 그런데 막상 서운하고 허전하고 그럽니다.

이제 우리 은혜 더이상 엄마품에 파고들지 않겠지요? 젖을 먹으며 까르르 까르르 눈웃음 치던 모습 참 예뻤는데 말입니다. 젖먹이는 동안 정말 한몸같았기에 그 서운함이 더한 것 같습니다. 젖 떼본 엄마들 모두 다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됩니다. 겨우 젖떼면서 이렇게 서운하면 나중에 시집보낼땐 어떨까요? 아~, 지금부터 담담해지는 연습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품안에서 젖먹다가 쌔근쌔근 잠들던 모습, 젖을 물고 엄마눈을 맞추며 눈웃음 치던 그 모습들이 많이 그리울것 같습니다. 젖떼기가 거의 성공했는데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런게 엄마 마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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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속에 만나는 여러 상황들과 김정들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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